복음이란 무엇인가.
많은 사람들이 박영선 목사의 40억 논란을 보며 충격을 받는다. 나도 그랬다.
나 역시 그의 설교를 좋아했고, 그 설교를 통해 적지 않은 위로와 힘을 얻어 온 사람 중 하나였기에 이 일은 더 크게 다가오고 실망감이 컸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에는 애써 판단을 유보하려 했다. 혹시 왜곡된 이야기일지 모른다는 생각도 했고, 늘 그렇듯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진 서사일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싶었다. (사실은 아직도 어느 정도는 그렇다.)하지만 한 기독교 매체와의 인터뷰를 직접 보고 나서는, 그만 마음을 거두자는 쪽으로 마음이 기우는 중이다. 더 이상 사실관계를 따져가며 이해하려는 노력보다, 이 사안을 나 자신에게로 돌려놓는 편이 정직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럴 때 늘 ‘박영선’이라는 개인에 대한 비난이나 실망으로만 이 일을 소비해 버리면, 우리는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기 쉽다고 생각하는 편이다..그렇다고 대형교회의 한계나 설교 중심 목회의 문제 같은 익숙한 구조적 비판으로 곧장 달려가는 것도, 내게는 그다지 생산적인 결론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 설명들은 일정 부분 맞을 수 있지만, 동시에 너무 안전하고 편안한 해석이기도 하다. 나는 오히려 이 사건이 우리에게 더 불편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과연 우리는 재물과 하나님을 겸하여 섬길 수 있는가. 과연 성공 이후의 신앙, 영향력과 존경을 한 몸에 받은 이후의 신앙은 가능한가. 등의 질문들. (이 일과 관련해 김영봉 목사님의 글이 좋은 관점을 터주셨다.
복음은 언제나 이 지점에서 우리를 곤란하게 만든다. 하나님나라는 더 잘 사는 법을 알려주는 복음이 아니라, 무엇을 내려놓지 않으면 그 안에 들어갈 수 없는지를 묻는 복음이기 때문이다. 예수는 부자에게 더 많은 선을 행하라고 말하지 않았고, 가진 것을 붙들고서도 제자가 될 수 있다고 위로하지도 않았다. 그는 아예 “겸하여 섬길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그래서 이런 사건을 마주할 때, 나는 복음이 무력해 졌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오히려 복음은 처음부터 너무 분명했고, 너무 급진적이었으며, 우리가 감당하기 어려운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문제는 복음이 아니라, 우리가 복음을 길들이고 축소하고 안전하게 만들어 왔다는 데 있을지도 모른다.
이 사건을 통해 내가 돌아보고 싶은 것은 한 설교자의 도덕성이나 한 교회의 판단이 아니다. 오히려 나 자신이 무엇을 향해 신앙을 조정해 왔는지, 무엇과 하나님을 함께 붙들고 싶어 했는지를 묻고 싶다. 하나님나라의 복음은 여전히 선명하다. 다만 그 복음은 우리가 쥐고 있는 것들을 끝까지 함께 가져가도록 허락하지 않을 뿐이다. 다른 누구를 비난하지 않는다. 스스로 돌아볼 뿐이다. 휴.
덧. 사실 내가 생각하는 영적 전쟁이란 이런 삶의 현장에 더 가깝다. 낯선 문화권에 가서 귀신을 쫓는다며 땅을 밟고, 나와 정치적 성향이 맞지 않는 사람이나 세력을 향해 (좌든 우든 가릴 것 없이) 저주의 언어를 퍼붓는 것이 영적 전쟁이라고는 더 이상 동의하지 않는다. (그런 적도 있었지만. ㅎㅎ)
이 세상에서 가장 큰 세력을 쥐고 있는 것은 자본이고, 그리고 그 자본을 향해 끊임없이 손을 뻗는 내 마음이다. 그 앞에서 나는, 우리 교회는, 과연 어디를 향해 몸을 돌리며 어떤 방향으로 공동체를 세우려 애쓰고 있는가. 그것보다 더 치열한 영적 싸움이 있을까. 눈에 보이는 적과 싸우는 것보다, 나를 안전하게 만들고 성공하게 만들며 동시에 하나님도 놓지 않게 해 주겠다고 속삭이는 그 힘과 맞서는 일이야말로 매일의 삶에서 벌어지는 가장 현실적인 영적 전쟁이 아닐까.
아무튼 나도 맨날 지는 싸움이다. 오히려 더 많은 부와 권세가 내게 주어지지 않길 기도해야 하나 싶다. 그럴 일은 거의 없겠지만.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