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은 마음먹고 비슷한 사건의 기사 아래 달린 댓글을 읽어본 적이 있다. 깜짝 놀랄 정도로 가해자를 두둔하는 글이 많았다. 안 당해 보면 모른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자신이 당한 경험담을 격앙된 어조로 적어나갔다. 불과 한 시간 만에 수백 개의 댓글이 달리는 열기만 봐도 이 문제가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심각하게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익명의 탈을 쓰고 힐난과 비방을 거침없이 내뱉는 감정의 해우소가 돼버린 댓글. 그 댓글을 다시 비판하고 비꼬는, 재래식 변소가 돼버린 대댓글. 모든 감정을 사정없이 흠집을 내는 날카로운 언어들의 집합소가 돼버린 댓글의 창.
유튜브 채널을 만들고 영상을 올리면 댓글이 달린다. 무플보다는 유플에 안도하기에는 이르다. 악플보다는 선플이 많다면 다행이라 여기지만, 힘껏 만든 영상의 악플은 꽤나 날카롭고 뾰족하다. 상처를 입기 십상이다.
호불호가 많지 않은 필사도 악플을 피할 수 없다. 부지런한 사람들이 참 많다. 수고스럽게도 타자까지 치며 딴지를 걸다니. 애잔하기도 하고 눈물겹기도 하다.
방송을 통해 라이브로 진행하는 필사가 마음에 들지 않은 사람이 있다. 필사는 조용히 혼자 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겨우 15분, 몇 글자 적는 게 무슨 필사냐고 질책하는 댓글이 달린다. 하루에 한 문단 써서 언제 책을 다 쓰냐는 비아냥도 있다. 그렇게 천천히 쓰는 글씨는 어디에 쓰냐며 비꼬기도 한다. 내 필사 방송이 달갑지 않는 사람이 제법 있다.
그러나 상처받지 않는다.
2년 반의 필사로 많이 단단해졌다. 멘탈도 튼튼해지고 체력도 좋아졌다. 익명의 공격은 더 이상 아무런 해가 되지 않는다. 웃어넘기면 그만인 것을 필사를 통해 배웠다. 흔들리기보다는 다시 일어서는 영양제로 받아들이라고 꾹꾹 눌러썼다. 아끼고 응원해 주는 분들이 훨씬 많고 그들을 위해 시간을 쏟기에도 부족하다는 걸 잘 안다.
나는 내 방식을 고수할 것이다. 이 세상에서 유일무이하기 위해서는 가장 나다워야 한다. 만약 방향과 방법을 수정한다면, 그 이유는 뒤에 숨어있는 비겁한 악플이 아니라 앞에서 당당히 요구하는 필우들의 제안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