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7개월 전, 뇌경색의 후유증인 어지럼증을 머리에 살짝 두른 체 시작한 필사 방송. 살짝떨리는 투박한 사투리로 첫인사했던 라이브 필사. 매일 한다는 규칙으로, 빠져나갈 곳 없이밀어붙였던 무모한 도전.
그 후로 하루가 조금씩 바빠졌다. 뇌 속의,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혈관이 좁아져 걸음은 느려졌지만 하루 24시간은 확장되어 무척 분주해졌다. 큰 병을 앓고 있는 40대 후반의 가장을 덮어 버린 공허함을 손글씨로 채우기 시작했다.
빙빙 도는 몸을 책상 앞에 앉는 것이 점점 수월해졌다. 어지러워도 글씨는 쓸만했고 심지어 필체는 더 나아졌다. 매일 필사를 남은 인생의 미션으로 간주하니 더 비장해졌다. 하루만 산다는 생각으로 미션을 충실히 해 왔다.
매일의 반복에 익숙할 때 즈음, 하나둘씩 다른 도전을 찾기 시작했다. 살면서 못한 것들, 앞으로 하고 싶은 것들을 같은 공식에 대입하였다. 독서, 영어, 운동, 글쓰기. 이들을, 필사와 만찬가지로, 짧은 반복으로 하루를 채웠다. 그렇게 내 하루는 바람을 넣는 풍선처럼 보기 좋게 팽창하고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 더.
오늘의 일기를 쓰기 전, 내 유튜브 채널에 영상 하나를 업로드했다. 733번째의 이름 쓰기 챌린지 영상.
자신의 이름을 내 글씨로 써 주기를 원하는 분들의 신청을 받아, 1일 1 영상으로 답을 하는 도전. 오늘이 733번째이고 하루를 빠트리지 않았으니 2년을 꽉꽉 채운 셈이다.
쇼츠가 유행이라는 풍문에 시작한 도전.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이름, 정성 가득한 글씨로 써진 자신의 이름을 보면 행복하지 않을까 하는 바람의 짧은 영상. 쇼츠는 학생들이 즐겨본다는 말에, 내 글씨로 젊은 세대를 유혹하여, 글씨가 생소한 그들이 펜을 들었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 담긴 몸부림. 반복에 단련되어 가던 나에게 던지는 하나의 가벼운 시도.
크고 작은 이유들을 가득 싣고 출발한 여정이 2년을 넘겼다. 내 손을 거쳐갔던 수많은 이름들. 부모님이 주신 첫 번째 선물인 이름을 예쁘게 써 달라던 수줍은 요청들. 자식들 이름이라며 간곡하고 정중하게 부탁한 부모님의 마음들. 그들과 잠시라도 하나가 되었던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