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는 어떤 향기가 나는가?

by 대사랑 biglovetv

자신의 몸을 타인의 조종으로만 움직일 수 있다면 어떨까?


상상만으로도 불편하다. 우리 몸은 언제나 자기 자신의 의지에 반응한다. 대한민국 헌법 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처럼 너무도 당연한 사실이라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며 살아가고 있다. 30조가 넘는 수의 세포들이 수천 미터의 혈관과 신경으로 연결된, 수많은 하이테크놀러지로 구성된 그 어떠한 시스템보다 몇백 배 더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우리 신체가,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면 어떤 기분일까? 하는 아주 짧은 고민도 해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날 갑자기 젓가락으로 쌀알을 집던 미묘한 손 끝 감각이 무뎌졌고, 멀리서 한참을 날아오는 돌멩이를 보고도 찰나에 피하지 못하는 저질의 운동 신경이 나를 덮쳤다. 인생의 하이라이트를 향해 달려가는 시기라 생각했던 순간에 느닷없이 나타난 그 변화는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퇴원 후 집에서만 시간을 보냈던 시기에 처음 썼던 이 글을 다시 가다듬는 지금의 나는 몰라보게 좋아졌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그날의 기억은 나를 움츠리게 한다. 뇌경색이라는, 내 나이에 꽤나 어울리지 않는 - 사실 알고 보니 40대가 많이 걸리는 병중에 하나였다 - 불편한 옷을 입은 듯한 나는 집안에만 오래도록 머물러야 했다. 그렇게 활동적인 성격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실내에서만 보내는 하루는 낯설었다. 하루가 40시간으로 느껴졌다. 상대성 이론은 지구 밖의 이야기만은 아니었다.

꼴등이 받는 표창장처럼 어리둥절한 선물 같은 긴 시간이 나에게 주어진 것이었다. 빠른 적응이 필요했고 금방 적응했었다. 어딜 가나 적응력은 꽤 괜찮은 편이었는데 이것만큼은 새로워지지 않았다.

다행이었다.




겨울의 실내 공기는 금방 눅눅해진다. 우리의 주변을 늘 돌아다니는 보이지 않는 곰팡이들이 날개를 펴 우리에게 그 모습을 나타내지 않게 하려면 잦은 환기는 필수다.

보통의 인간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데미지를 입으면 자신 이외의 것에 의지하게 되고 주변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래서, 집안 공기라도 새롭게 하기 위해 향 세트를 구입했다. 버들 나뭇잎을 닮은 두꺼운 향 받침대에 솔잎 향대를 꼳고 조심스레 불을 당긴다. 가느다란 연기를 말아 올리며 거실 전체를 상쾌한 자연 휴양림으로 바꾸어 주는 향 막대를 보면서 이런 생각에 잠겨본다.


나에게도 뿜어져 나오는 향이 있다면 어떤 향기일까?


내가 만났던, 만나 본 적이 없던, 어떤 한 사람을 머릿속에 떠 올리면 나의 코끝을 자극하는 그 사람만의 특유한 향기가 있다. 그 향기는 그가 보였던 말투나 손동작에 의해 남아있거나, 일면식이 없던 사람이라 할지라도, 전화를 통해 잠깐 들었던 그의 목소리나 그의 저서를 통해 내 후각에 구체화되기도 한다.

두 번 이상 그와 마주하면 그 향이 짙어지거나 옅어지기도, 혹은 다른 향으로 바뀌거나 아예 그 향이 날아가버려 나에게는 아무 매력도 없는 사람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가끔은, 참으로 운 없는 경우지만, 생각지 못한 아주 고약하고 썩은 냄새를 맡을 때도 있다.


나는 절대로 맡아볼 수 없는 내 향기는 과연 어떨까?

나는 무엇을 태우며 나의 향을 만들고 있나? 바람이 불면 향기가 금방 날아가 버리듯 나의 향은 약하지 않은가? 만나는 사람에 따라, 장소에 따라 다른 향수를 마구 뿌리듯 나의 향은 변덕스럽지 않고 나만의 향을 사랑하고 자신하는가? 다른 사람의 향을 내가 바꿀 수 있다는 오만함 가득한 방귀는 뀌진 않는가? 썩은 참외처럼 겉과 속의 향기가 너무 다르진 않은가?

유체이탈이라도 해서 나의 향을 맡을 수 있는 초능력이 있다면 좋겠다. 이런 능력은 내 인생을 충분히 풍요롭게 할 것이다. 그래서, '너 자신을 알라'라고 2500여 년 전부터 그리스 철학자는 말하지 않았을까? 나 자신을 새로운 방법으로 모색하고 다른 기준점에서 바라봐야겠다. 변화가 필요하면 적극적으로 행동해야겠다.

늦지 않았다.


금방 사라져 버릴 나의 향기 일지라도, 가슴 깊숙이 젖어 있어 그저 편안하고 웃음 짓게 하는 향을 풍기고 싶다.


대사랑

keyword
작가의 이전글창작의 책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