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글쓰기를 미루지 않기 위해서는 머리와 몸의 속도가 다름을 인정하고, 느린 몸의 속도를 위해 지속의 힘을 강조했다. 머리가 멀찌감치 앞서나갔다면 몸은, 느려도 좋으니, 멈추지 말고 따라갈 것을 강조했다. 토끼와 거북의 경주를 기억하는가? 몸은 거북이가 되어, 방향을 잃지 않고, 포기하지 않은 채 따라가면 된다는 것이다.
필사로 뚜벅이가 되어본다.
글씨 교정을 위한, 글쓰기를 위한, 책 한 권을 통째로 흡수하겠다는 거창한 목표를 위한 필사가 아니라, 느린 걸음에 익숙하기 위한, 멈춤의 유혹을 뿌리치기 위한 필사를 한다. 하루도 빼먹지 않고 한 줄 문장이라도 써본다. 실천이 누적되어 일상이 될 때까지 반복한다. 기상하면 침대를 나와 세수하듯, 하루 24시간 중 5분이라도 오로지 필사에만 투자한다.
물살을 일으키며 대양을 가르는 선박은 목적지를 항해 나아간다. 거센 폭풍우가 예상되면 새로운 항로를 찾는다. 거대한 선박이 뱃머리를 돌리기는 쉽지 않다. 선장은 새로운 뱃길을 찾아 방향을 계산하고 조타 장치를 돌린다. 엔진은 속도를 내고 선미의 rudder는 반응한다. 배꼬리에서 일어나는 흰 거품은 곡선을 그린다.
필사는 인생의 조타장치가 된다.
현실이 힘들고 미래가 불투명하다면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이 시점에 필사가 필요하다. 해병대 캠프의 극기 훈련보다, 허벅지를 바늘로 찌르는 자해보다 필사가 더 낫다. 책 속에 숨겨진 지혜를 찾아라는 게 아니다. 필사로 꾸준함이라는 조타 장치를 만들어 키를 돌려보라는 뜻이다. '내 인생은 내가 정한다'라는 자세를 가지기 위해 필사로 자잘한 실천을 해 보란 뜻이다. 인생 또한 뱃머리처럼 순식간에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