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를 권하는 이유 1-글씨연습

글씨를 잘 쓰기 위한 제안서

by 대사랑 biglovetv

글씨에 대한 내용을 다루는 유튜브 채널을 꾸려오고 있다. 2019년 이른 봄, 첫 영상을 업로드하며 시작했으니 유튜버라는 또 다른 나로서의 삶도 4년을 훌쩍 넘어가고 있다. 그동안의 영상수가 1200개 돌파했으니 건성으로 한 것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같은 시기에 시작한 동기(?) 크리에이터들의 구독자의 수를 보거나, 그들 영상의 조회수로 예상할 수 있는 수익을 상상해 볼 때면 움츠려 들기도 하고 더 노력했어야 했나라는 질책도 해보지만, 스스로 정한 길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만족할 때가 더 많다. (직장 생활도 꾸준히 잘하고 있다.^^)

[내 채널 대문 사진]

채널 시작 후 몇 달간은 ‘일주일에 3개 영상 업로드’라는 목표에 집중했다. 덕분인지, 이른바 ‘떡상’이라는 행운을 얻어 채널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고, 현재 약 2만 명에 가까운 분들이 구독하고 있다.

글씨에 대한 내 생각을 반추했고, 그것들을 투박한 영상에 담아 사투리로 전달했고, 선긋기, 자음, 모음, 단어, 장문 쓰기 요령 등의 잔기술(?)들을 자세히 설명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글씨 잘 쓰는 법’의 해설보다는 꾸준하게 글씨를 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안내자로서의 역할에 집중하고 있다.

[업로드 된 영상들의 재생목록 중 일부]

책을 따라 쓰는 ‘필사’를 라이브 방송을 통해 진행하는 것이다. ‘하루라도 결코 빼먹지 않는다’는 규칙을 정하고 매일 30분 쓰기를 하고 있다. 1년 반 이상을 매일 10여 명 이상의 분들과 함께하고 있다.

이처럼, 유튜브 채널 컨텐츠의 방향 전환의 이유를 설명하고 앞으로도 꾸준히 하겠다는 명분을 여기에 남겨 내 마음속에 한번 더 새기려 한다. 또, 글씨 연습으로 필사를 권하는 타당한 이유도 이야기하려 한다.

평소, 글씨와 필사에 관심 있는 분께 이 글이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

[어제(2023,8,13)의 라이브 필사 방송 화면 캡쳐]

글씨를 잘 쓰고 싶어 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의 시대로 변화하며 자판이나 터치로 글을 입력하게 되었다. 펜을 잡고 종이 위에 쓰는 손글씨의 기회는 점차 사라졌다. ‘쓰지 않으면 퇴화한다’는 진화론적 근거를 둘러 되지 않더라도, ‘악필러’가 증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현상 속에서 ‘글씨 잘 쓰는 사람’은 돋보일 수 있다. 오히려, 손글씨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것도 당연한 결과라 생각하고 또한 희망한다.


글씨를 잘 쓰기 위한 요건은 무엇일까? 바른 자세? 알찬 교본? 고가의 필기구? 뛰어난 감촉의 종이?

멋진 글씨를 가지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방법과 길이 있지만, 단언컨대, 으뜸인 방법은 '많이 써봐야 한다.'라고 생각한다.

탄탄한 몸을 위해서는 꾸준한 운동과 올바른 식습관이 필수이고,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기 위해서는 많이 말해보는 것이 핵심이듯, 글씨를 잘 쓰기 위한 것도 많이 써봐야 한다. 여기에서는, 자신의 평소 글씨 (아마도 악필일 가능성이 높다.)를 많이 쓰는 것이 아니라, 닮고자 하는 글씨체를 염두에 두고 따라 쓰기를 계속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앞에 언급한 내용을 합당한 방법이라고 인정하고, 우리의 일상을 돌아보자.

글씨를 많이 쓸 수 있는 환경은 아니다. 하루에 한 글자라도 쓰지 않는 날이 많다. 만약, 굳은 결심으로 글씨 연습 시간을 확보한 후 책상 앞에 앉는다 하더라도 무엇을 써야 할지 막막하다. 운 좋게, 자신이 원하는 글씨체와 좋아하는 글이 동시에 있는 연습장으로 연습하기란 불가능하다. 고작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낱말 몇 개나 머릿속의 남아 있는 짧은 글 몇 개 정도 끄적이는 정도에 그치고 만다. 이것도 금방 바닥난다. 노트 몇 줄 채우면 연습이 끝나버린다.


나 역시도 그랬다. 펜글씨 교본이나 영상을 통해 글씨를 배우다는 것은 생각도 못했다.

쉬는 시간을 이용하거나 약속장소에서 기다리는 시간을 쪼개어 노트나 인쇄물 귀퉁이에 한 두 글자정도 끄적이는 방법으로 글씨를 익혀나갔다. 막상 긴 시간을 마련하여 글씨 연습에 집중하더라도 짧은 글을 반복하여 써보거나 몇몇 안 되는 단어들로 어지럽게 종이를 메웠다. 새로운 쓸거리를 찾기보다는 같은 내용을 반복적으로 써가는 지루한 방법으로 연습을 했다.


2022년 1월 1일부터 필사 라이브 방송을 시작했다. 큰 병치레 후, 재활하는 과정 중에,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는 치기 어린 결심으로 무작정 달려들었다. 시작한 지 벌써 1년 반의 시간이 지났다. 인터넷이 되지 않는 비행기 안을 제외하고는 빼먹지 않으려 노력했다. 펜과 노트, 휴대폰만 있으면 가능했다. 국내 출장은 물론, 네덜란드에 출장을 가서도 필사를 했다. 필사적으로 필사를 한 것이다.


그동안 무엇이 달라졌을까?

크고 작은 변화들이 일어났다. 그중 하나가 바로 ‘나의 글씨’다. 글씨를 어느 정도의 수준으로 쓰면 더 발전할 것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더 좋아질 여지는 충분했고 더 발전하고 싶었다.

분명 나의 글씨는 더 좋아졌다.

책상 한 모퉁이, 점점 더 몸집을 키워가며 필사 노트들이 쌓이고 있다. 그중에서, 첫 번째 필사 노트와 마지막 필사 노트를 동시에 펼쳐 보면 나의 글씨가 많이 달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천지가 개벽하는 정도의 변화는 아니지만 5권의 이상의 책을 매일매일 따라간 덕분에 내 글씨는 점점 다듬어지고 있었다. 예전에는 따로따로 놀았다면 지금은 하나로 뭉쳐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것만 같았다. 매일 필사를 통해서만 가능한 결과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왼쪽: 첫 필사 첫페이지, 오른쪽: 어젯밤 마지막 페이지

다시 한번 말하지만, 글씨를 잘 쓰기 위해서는 글씨를 많이 써야 한다. 글씨 쓰는 환경을 만들고 쓸 거리를 미리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장 편하게 펜을 잡고 바꾸고자 하는 글씨체를 흉내 내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 과정이 지루하기 않도록 인생에 도움 되고 마음을 편하게 하는 글을 쓰는 것이 좋다. 향긋한 커피와 흥얼거릴 수 있는 음악이 있다면 금상첨화다. 글씨도 좋아지고 마음씨도 성장하는 1석 2조 이상의 가성비까지 챙길 수 있다.

너무 큰 욕심을 부리면 안 된다. 하루 이틀의 연습으로 ‘한석봉’의 뺨을 치는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 발차기 몇 번 연습했다고 박태환처럼 수영을 잘할 수는 없지 않은가?

진 다 빠지도록 하루 종일 글씨 연습을 하기보다는 하루에 5분이라도 1년 이상을 매일매일 쓴다는 생각으로 느긋하게 마음을 먹는 것이 좋다. 평생을 두고 가다듬어야 하는 수행자의 마음으로 임한다면 그 길이 부담스럽지도 쉽게 여기 지지도 않을 것이다.

만약에, 혼자 그 길을 걷기보다는 여러 명의 길동무가 있다면 그 길은 꽃길이 된다. 위기에 빠졌을 때 서로 의지가 되는 친구가 늘 함께한다면 다른 길로 새거나 포기하지 않고 원하는 곳에 도착할 수 있다.


당신이 악필을 벗어나고 싶다면, 글씨를 바꾸고자 마음먹었다면, 같이 하는 필사를 추천한다.

혼자서 끙끙대며 나아가는 필사가 아닌 여러 사람이 어깨동무하여 나아가는 필사를 말한다.

명필을 목표로 안 해도 좋다. 힘 되는 글, 정 많은 사람들과의 조우, 모차르트의 연주곡이 당신의 반복되는 일상에 조그마한 선물이 되기를 희망한다. 당신 자신만을 위해 오롯이 하루 30분을 선물하기 바란다. 그렇게 하루, 이틀, 한 달, 일 년을 보내다 보면, 어느 순간 당신이 가지고 싶어 하던 글씨도 덤으로 얻게 될 것이다. 더 큰 어른으로 성장한 자기 자신과 함께..


-대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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