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깎는 방법

by 대사랑 biglovetv


아내가 급한 일로 외출을 했다.

간식거리 준비로 분주하게 움직이더니 훌쩍 일어섰다. 사과를 깎던 중이었나 보다.


마무리는 내 몫임이 확실하다. 나의 사과 깎기 실력도 쓸만하니 나를 믿었던 거다.


반쯤 물러나 있는 식탁 의자를 당기고 허리를 꼿꼿이 펴고 앉았다. 달콤한 사과향이 식탁을 조용히 덮고 있었다. 식사 전 기도를 하듯 경건하게 과도를 들고 고개 숙여 쟁반을 보았다. 낯설다. 사과를 깎던 게 맞았는지 궁금해졌다.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 물어볼 사람을 찾았다. 나 혼자임을 그사이 잊었다.


어지러운 쟁반에는 사과 두 개가 정확히 4조각씩 나뉘어있다. 이미 서로 떨어져 속살을 천장으로 드러낸 것도 있고, 내가 떼어주기를 기다린 듯 아내의 칼 솜씨를 품고 한 몸인냥 웅크리고 있는 녀석들도 있었다.


이렇게 사과를 깎는다고?


아내는 껍질채 사과를 4등분 후 중간 씨 부분과 위아래 꼭지를 자른 후 먹기 좋은 모양으로 마무리하는 모양이다. 반드시 깨끗한 손이 필요한 방법이다.

나는 왼손 중지와 엄지로 머리와 엉덩이를 제압하고 칼날로 윗머리를 내리쳐 기절시킨 후 마치 회오리 감자를 만들 듯 뱅그르르 돌려가며 깎는다. 사과알이 손에 알맞아야 좋은 방법이다. 손이 사과에 닿지 않게 하는 요령은 필수다.


시작을 했으니 아내의 방법을 따라가 본다. 브레이크 댄스를 따라 하듯 손동작이 아주 어색하다. 맛있는 사과를 먹을 거라는 기대가 아니고 낯선 숙제를 끝내야 하는 사명감이 나를 멈칫하게 한다. 왜 이렇게 깎는가? 하는 짜증도 섞인다. 나는 8번 같은 동작을 반복하며 결국 성공한다.


Anyway, 어쨌든, 입속에 들어가기 전 모양은 두 방법 모두 비슷하다. 한입에 딱 맞는 크기로 통일된다. 씹는 내내 맛있는 소리가 귀까지 타고 올라온다. 빨아먹던 사탕을 금방 깨무는 나의 급한 성격은 몇 번 씹지 않은 채 목으로 넘긴다. 동시에 손은 벌써 두 번째 사과 조각을 잡고 있다.

가을 햇빛을 많이 받았는지 사과가 시원한 꿀이다.


나는, 나의 사과 깎는 방법을 바꿀 생각이 없다. 잘 훈련되어 있는 고급 기술이다. 아내도 바꾸지 않을 것이다. 설득을 위해 장단점을 이야기할 생각도 없다. 안 하던 짓 하면 괜히 다친다. 칼에 베일 수 있다.


가까운 사람부터 그를 인정하자. 그의 습관과 버릇을 그냥 지켜보자. 그의 사소한 것부터 이해하려 하자. 바꾸려 하지 말자.

다른 사람을 변화시키려 하기보다는 나를 관조하는 것이 먼저라고 어제 필사했다. 사람은 잘 안 바뀐다는 것도 벌써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바꾸려고 했다간 서로 위험할 수 있다.


밍밍한 사과도 사과이듯 나도 나다.


대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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