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길에 들어서면 멈추지 않고 발 뒤꿈치를 든다. 직선이 다시 곡선으로 바뀌면 그제서야 내 발바닥은 땅에 닿는다.
그런데 왜 그러세요? 나와 지나치는 사람들의 눈빛이 나에게 물어본다.
누구의 권유도 아니다. 그냥이다. 그냥 그렇게 해보면 어떨까 싶었다. 거울을 볼 때마다 한번 씨익 웃어 보자고 정한 것처럼 나와의 약속이다. 수십 년 동안 타인이 정한 규칙을 따라온 내 인생에 대한 작은 반항이다. 문득 '내가 정한 것'을 만들고 실천하고 싶었다. 그것을 한 것뿐이다.
뒤꿈치를 들면 어색한 걸음이 된다. 내 몸은 기우뚱거리고 무릎을 의도적으로 펴야 한 걸음이 완성된다. 뒤꿈치가 했어야 할 일이 이젠 종아리 몫이다. 허벅지도 덩달아 돕는다. 열 개의 발가락에 집중하면 그들도 용쓴다는 것을 바로 느낄 수 있다.
발꿈치를 든 것뿐인데.. 감각이 늘었다.
걷는 모양새가 우스꽝스럽다고 창피할 일도 없다. 모르는 사람뿐이다. 나를 아는 사람도 그의 관심거리는 아닐게 분명하다.
그렇게 창피해할 일도 아니지 않은가? 더 많이 나에게 집중하는 훈련이다.
이 작은 약속들을 지키는 것이 내 하루를 도와준다고 믿는다. 그 하루들이 모여 내 인생을 만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나중에 나중에.. 정말 시간이 많이 흐른 후, 내 삶을 돌아보는 시간이 왔을 때, 이 생각들이, 마치 코로나 테스트기의 시약처럼, 내 인생이라는 테스트기에 뚜렷한 줄을 보여 줄 것이라고 이 글에 선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