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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사랑 biglovetv Apr 29. 2024

필사  이력서

2024.4.29.월, 봄비

책 : 2라운드 인생을 위한 글쓰기 수업

작가 : 최옥정

페이지 : 104p

내용:

뭘 써야 하지? 처음부터 쓰고자 하는 글이 확실한 사람도 있지만 글은 쓰고 싶은데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 그럴 때 인생이력서를 써보라고 권한다.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겪은 대로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곡진하게 풀어낸다. 나중에는 어떻게 될지 몰라도 우선은 창작의 답을 거기서 찾아라. 자기 안에 실마리가 있다고 생각하면 쉽다. 하지만 어떤 경우는 내 안에서 글감을 찾기가 더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럴 경우엔 자기 주변의 누군가를 내세워라. 그러면 시작하기 쉬워진다.

21분,반흘림체,원고지,중성펜,13명의 필우

https://youtube.com/live/m7xIt8iS9g0?feature=share


필사 이력서


 지금 쓰고 있는 필사 책은 7번째 책이다. 에세이 3권, 시집 3권을 필사했고, 그다음으로 '글쓰기'에 관한 책을 골랐다. 책 장르에 따라 다른 방법으로 필사하진 않았지만, 첫 번째 책은 선택적으로 문장을 발췌했다. 쓰는 속도가 각자 다른 필우들을 한 시간 조절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필사 시간은 30분으로 정했다. 지금은 15분 정도의 분량을 쓰지만, 시작은 늘 호기로운 법. 책상에 앉아 꼼짝하지 않고 30분 동안 글씨를 쓴다는 것이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몰랐다. 사실 나도 평생 동안 필사를 해본 적이 없었다.) 어쩌겠는가, 리더는 어떻게든 끌고 나가야 한다. 나는 이것을 '글씨 체력'이라 명명하고 꾸준한 필사를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함을 강조했다. 몇 달을 꾸준히 하니 글씨 체력이 향상되었다. 거뜬하게 30분을 넘겼다. 힘이 길러지니 손가락 통증도 줄었다. 강약 조절도 쉬웠다. 글씨도 더 좋아졌다. 역시 몸으로 부딪치면 답이 나온다.


 특별한 펜으로 쓰지 않았다. 지향하는 바가 '편하고 자유롭게 글씨 쓰기'였기에 주변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펜을 권했다. 나는 연필을 집었다. 사각사각, 청각도 자극하는 필사를 하고 싶었다. 만인에게 글씨를 보여야 했기에 제일 자신 있는 필기구를 선택했다. 실수를 한다면 지우개로 지우면 된다는 믿는 구석이 작용했다. 늘어나는 몽당연필 개수는 열심히 하고 있다는 징표 역할을 할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쌌다.


 노트는 원고지를 선택했다. 필사는 문장을 베껴 쓰는 것이지만, 글씨 연습도 고려했기에 줄 노트보다는 원고지를 골랐다. 한 글자가 모여 단어, 문장, 문단이 되니 글자 하나에 집중해서 쓰면 글씨 전체가 좋아질 거라는 계산에서 비롯되었다. 글자를 둘러싼 네모칸은 공간감도 키워 줘 띄어쓰기나 자간 유지 연습에도 효과적이었다. 문방구에 가면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점도 한몫을 했다.


 필사 시간 동안은 상대성 이론이 작용한다. 30분의 시간이 10분처럼 흐른다. 금방 끝나는 것이 아쉬울 때가 잦다. 인사를 나누고 책 내용을 읽은 후 필사를 시작하면 배경음악만 흐른다. 서로 다른 공간에서 같은 정적을 이룬다. 흑연과 피아노 음악이 만드는 합주는 방안을 가득 채운다. 손끝에서 나타나는 오늘의 좋은 글은 나를 가르친다. 바른 글씨를 통해 써지는 명문장은 더 선명해진다. 가슴 깊이 팬다.


나는 오늘도 필사한다.

다시 태어난다.


대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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