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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사랑 biglovetv May 08. 2024

필사의 말

2024.5.7. 화. 흐리다 비

책 : 2라운드 인생을 위한 글쓰기 수업

작가 : 최옥정

페이지 : 106p

내용:

이때 할 수 있는 것이 ‘작가의 말’을 써보는 일이다. 뜨겁게 글쓰기를 시작했던 초심으로 돌아가 내가 왜 이 책을 쓰려고 하는지, 지금 시점에서 이 작업이 왜 필요한지 솔직하게 써 내려간다. 미처 생각하지 못한 본심이 나올 수도 있다. 내 안에 이런 것이 숨어 있었나 싶을 것이다. 내 심중의 계획을 쓰다 보면 저절로 앞으로의 계획이 흘러나온다. 내가 여태 해왔던 일을 돌아보며 할 수 있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을 정한다. 나는 이렇게 살아왔으니 앞날은 저렇게 살고 싶다는 말을 스스로 뱉어낼 때 글 쓸 힘이 나온다.

반흘림체,중성펜,원고지,18분,11명의 필우

https://youtube.com/live/iUfTCvK3qnc?feature=share


 작가는 글을 계속 쓰기 위해 '작가의 말'을 미리 써서 슬럼프에 빠질 때 읽는 것을 권한다. 글쓰기를 시작한 타당한 명분과 애초의 목표를 상기하여 깊은 수렁에 빠지는 것을 방지한다. 동력 상실의 위기를 초심이라는 에너지원으로 극복하기 위함이다.


 이를 참조하여, 행여 나중에 필사를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때, 그 흔들림을 잡기 위해 '필사의 말'을 써본다. 사회 초년생에 들었던 보험이 수십 년 후 큰 병들었을 때 도움이 되듯이 여기에 남기는 몇 문장의 짧은 글이 훗날 탄탄한 내 인생 여정에 알사탕과 주먹밥이 되길 기대한다.


필사의 말


 필사의 시작은 글쓰기와 상관없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기 위해 필사를 시작한 것은 아니다. 명문장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문호가 되기 위해 시작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

 타인의 글을 모방하여 나의 글에 표절 따위를 하거나, 티 나지 않게 녹여 개성 있는 척하는 글을 위한 것은 절대로 아니다.


 '글'이 아닌 '글씨'와 관련이 있다.

 글씨를 잘 쓰기 위해서는 무조건 많이 써야 한다. 글씨 연습을 위해 책상에 앉으면 무엇을 쓸지 난감할 때가 많다. 계속해서 쓸 감을 머릿속에서 끄집어내는 것은 쉽지 않다. 좋아하는 노래 가사나 인생 명언 등을 리마인드 하며 쓸 수는 있지만 지속적인 글씨 쓸 거리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렇게 해서 선택한 것이 필사다.


 2022년 1월 1일. 삼재라 할 만큼 힘들었던 2021년이 지나가는 날이었다. 떠오르는 새해를 향해 소원을 빌기보다는 한 달 반 전의 뇌경색 진단으로 집안에서 재활에 모든 힘을 쏟아야 했다. 평일과 다를 바 없는 하루였지만 그렇게 시작하기 싫었다. 뇌는 다쳤지만 나는 상처받지 않았다.


 한편, 2년 이상 글씨 유튜브 채널을 유지하고 있었다. 주말부부 시절 무료한 저녁시간을 소비하기 위해 시작한 것이 구독자 15,000명을 훌쩍 넘는 채널로 성장했다. 뜻밖의 성과였다. 삶이 전보다 풍성해졌다.


 뇌경색으로 스스로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일요일 아침을 맞이하고 119에 실려 응급실로 갔다. 극심한 두통으로 '아, 이렇게 죽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빠른 응급조치는 언어장애, 반신불수와 같은 극심한 예후를 남기지 않았다.

 병상에서 깨어나자마자 가장 먼저 오른손 손가락을 하나씩 움직여보았다. 연필 잡는 자세도 취하고 엄지, 검지, 중지에 힘을 줬다 뺐다를 반복했다. 아마 본능적으로 '글씨 유튜버'임을 직감하고 테스트한 듯하다. 진심이었나 보다.

정신 차린 후 올린 공지글

 12월 겨울, 새해 소망들이 쏟아지는 TV를 보다가 불현듯 필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고장 난 뇌를 스쳤다. 마음 깊숙이 있던 바람이 슬쩍 떠오른 것으로 생각했다. 필사를 방송을 통해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바로 채널에 공지를 올렸다. 1월 1일부터 필사 방송 시작. 매일 밤 9시, 30분 동안 진행. 첫 번째 책은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택했다. 어지럼증 때문에 느려진 발걸음을 통해 세상을 보는 다른 눈을 경험했던 나였기에 꼭 쓰고 싶었다. 아니, 써야만 했었다. 살기 위해.

이렇게 나의 필사 여정은 시작되었다.


 필사의 말에서 이야기한 다짐과 명분을 간직한다면, 멈추지 않고 신명 나는 여행이 될 거라 확신한다.


대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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