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히든페이스> 후기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인 성진, 그리고 오케스트라 단장의 딸인 수연은 곧 결혼할 사이다.
어느 날 수연은 떠난다는 영상을 남겨놓고 사라져버리고, 수연의 공석을 메울 새 첼니스트 미주가 나타난다.
성진과 똑같이 '슈베르트가 너무 슬퍼서 슬프지않다' 는 그녀.
그녀에게 묘한 끌림을 느낀 성진은 미주와 함께 술을 마시다가 자신의 신혼집에서 부적절한 관계를 가지게 된다.
침대 옆에 있는 벽거울을 바라보며 절정에 오르는 미주...
그리고 그 광경을 바라보는 거울 속의 밀실은 고통으로 가득찬다.
2011년에 나온 동명의 콜롬비아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
개인적으론 <방자전>을 재밌게 봤어서 김대우 감독님의 신작 이라는 소식에 기대를 했었고, 노출의 수위가 높다는 말에 간만에 밀도 높은 치정 로맨스가 나오나 싶은 마음이었다.
원작은 본적이 없어서 리메이크가 잘 된건지는 모르겠지만, 전체적으로는 괜찮았다.
2024년에 나온 한국영화 중에서 몰입해서 본 작품이 손에 꼽는데, 꽤 스릴있게 본 영화 중 하나로 이야기할만 할듯하다.
흙수저로 태어나 수연과 결혼한 것에 열등감을 느끼는 성진, 원하는 것은 모두 가져야하는 수연과 또 다른 속내를 품고있는 미주.
이 세 사람이 서로가 가졌던 욕망을 숨긴채 살아가다 결정적인 순간에서 드러나는 본성들이 꽤 재미있었다.
거듭되는 반전과 욕망의 발현이 가져오는 파국, 전개가 잠시도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몰입도가 강했던 영화.
더군다나 근래에 이정도의 노출을 하는 한국영화가 없었는데, 박지현 배우의 파격적인 연기와 용기에 박수를...
사실 노출이 쎈 영화들 중엔 그저 그 장면만 남는 영화와 노출 이라는 것이 장치로 잘 작동하는 영화가 있는데, 이 작품은 후자였음.
아니... 승헌 형님은 40대 후반의 몸이 어떻게 그렇게 멋지지..
이야기도 이야기이지만, 배우들의 캐릭터 연기도 좋았음.
조여정 배우는 밀실같은 공간까지 더불어 <기생충> 사모님의 프리퀄을 보는 느낌도 살짝 들었고 ㅋ
박지현 배우는 <곤지암> 에서의 이미지가 강해서인지, 이런 연기는 처음보는데 수동적고 가녀린 것 같지만, 내면의 무언가 를 감춘 캐릭터를 잘 표현한 것 같음.
개인적으론 송승헌 배우의 일정한 연기톤이 살짝 걸렸는데, GV때 이야기를 들어보니 감독님의 디렉팅 때문 이었다고함. 자신도 격양되고 화도 내고싶어서 답답했다고 ㅋㅋ
아쉬웠던 것은 파격적인 노출과 관계를 깨는 행위들, 생사를 넘나드는 주제에 비해서 영화 자체가 순한맛 이었던 것.
관람하는 동안 <와일드 씽> 이라는 영화 정도의 분위기를 기대했었는데 파격적인 노출 뒤엔 그다지 치명적인 것이 없다.
기왕 청불 등급이면 조금 더 긴박하거나 숨통을 조여오고, 선혈을 볼 정도의 매운 맛이었어도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올라오던 영화.
세 사람의 욕망이 부딪히고 모두 분출되던 것에 비해서 너무 평화롭게 마무리되는 엔딩이 아니었나 싶음. (But, 엔딩은 )
그럼에도 인상깊었던 영화였고 곧 개인적으로 진행할 2024년 개봉 한국영화 결산에서 이 작품이 몇위에 오를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