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타인의 삶> 후기
1984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5년 전의 동독.
비밀경찰로써 일생을 당에 충성하며 반동분자를
신문하고 감시하기만 하던 냉혈한의 주인공인 비즐러.
오래된 경험과 숙달된 기술들을
경찰학교에서 가르치던 중,
예술계에서 자유주의를 추종하는 작가와 연기자
커플의 집을 감청하라는 임무를 맡게 된다.
그 커플이 집을 비운사이 정보국에선 집안에
도청장치를 설치하고 비즐러는 가까운 곳에서
감청을 하기 시작하는데...
감청을 하면 할수록 그 둘이 나누는 예술적 이야기,
음악들, 사랑의 속삭임에 자신이 살아왔던 삶과
다른 삶을 엿들으며 점점 빠져들게 되고...
그들의 즐거움, 속삭임에 스며들며
감정의 변화가 생긴다.
*<이퀼리브리엄> 에서의 주인공이 생각나기도.
엘리베이터에서 우연히 마주친 꼬마가
당을 비난하는 듯한 말을 아빠가 했다고 하자-
반사적으로 아빠의 이름이 뭐냐고 묻다가도,
꼬마아이가 들고있던 공의 이름이 뭐냐는
요상한 농담까지 하는 사람으로 변모한다.
그러던중- 정작 자신에게 감청을 지시한
문화부 장관의 추악한 모습을 알게되고,
자신이 하는 일에 회의감을 느낀다.
비즐러가 감청한 보고서가 그 커플의 운명을
결정하게 될 순간. 그는 어떤 결정을 할까...
감청 대상인 커플들의 행적을 날카롭게 쫒는
그의 시선처럼, 영화를 보는 처음 나의 모습도
비즐러에 동기화하여 몰입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 삭막하고 감시당하는 사회체제 속에서도
몰래 사랑을 속삭이고 자유로운 사상을 향유하던
커플들의 모습에 동화되어가는 감정을 느낌.
후반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독일이 자유롭게 된 뒤-
비즐러의 모습과 작가의 한마디가
잊을 수 없는 감동과 여운으로 함께 남던 영화.
<타인의 삶> 에서 부패한 문화부 장관역의 배우와
류승완 감독의 <베를린> 에서 부패한 관료역의 배우가
동일인물임 ㅋ 독일 부패 전문이신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