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망생 성실장 Jun 01. 2024

점집을 가느니 그 돈으로

나는 당연히 돈을 벌면 기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큰돈은 아니어도, 돈 천 원이라도 기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게 보시가 되어서 나에게 뭔가 복이 오지 않을까. 적어도 큰 일은 안 당하도록 해주는 보험처럼 생각했다. 


그냥 교회 다니는 사람들이 십일조 하는 것처럼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 같다.


결혼하기 전에는 생각만 했다가.

결혼한 후에는 돈이 너무 없었다.

그런데 임신했을 때, 티브이에서 아프리카 애기들 젖도 못 먹고 우는 영상을 보니 정말 너무나 기부가 하고 싶어 졌었다. 


그때는 정말 돈 100원까지 기록하면서 지낼 때래 시작을 못 했는데.

그 후, 쪼끔 먹고살만해졌을 때부터 단돈 만원이지만 꾸준히 기부를 하기로 한 것 같다. 


지금은 성가정입양원이라고 수녀원에서 운영하는 갓난쟁이들 보호소? 같은데 꾸준히 한 달에 2만 원씩 기부를 하고 있다. 

우리 4 가족 1인당 5천 원씩은 보시를 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으로 자동이체를 걸어놓고 있는지 몇 년 되었다. 


큰돈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 스스로는 꽤나 뿌듯하다. 


***


올해도 어김없이 4월 5월 장사기 더럽게 안 됐다.

정말이지 4월 5월 6월은 장사가 너무나 안된다. 보릿고개가 따로 없다. 해마다 우는 소리하기도 싫지만.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사업장 1이나 한 달 벌어 한 달 사는 사업장 2나 둘 다 동시에 4월 5월 6월 장사가 안되니 정말 살기 힘들었다. 


그런데 점집에서 전화가 왔다. 

1년 전에 예약한 것 기억하냐고 올 거냐고 묻는 전화였다. 

아! 작년 5월에는 정말 눈물 나게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장사도 안되지만, 큰애의 교우문제로 학폭을 여네 마네 ( 우리 애가 피해자로 ) 하면서, 아이가 틱처럼 몸도 아프고 난리도 아니어서, 정말 너무 힘들었었다. 

그때 티브이에 나온 무당을 보고 전화를 했는데. 얼마나 유명하면 예약을 하면 1년 뒤에 가능하다고 했던 것이다.

그때는 1년 뒤라도 좋으니 일단 예약을 해 놓았었다.


그리고 어찌어찌 1년이 지났다.

또 점쟁이를 찾아가야 하나 싶을 정도로 장사는 안 되는 시점이라 처음에는 점을 보러 가려고 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작년에도 힘들었는데, 어찌어찌 1년을 잘 버티긴 하지 않았는가?

특히 딸애가 지금은 많이 좋아지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 예약한 날에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들었다.


점쟁이는 내가 잠깐 고민하는 것을 느끼더니 바로 

"1년간 해결되셨으면 안 오셔도 되세요. 대부분은 그냥 두면 문제는 다 잘 해결됩니다. 정말 큰 문제가 있지 않은 이상 오시지 마세요. 괜찮습니다"라고 말씀해 주셨다.

그래서 예약은 취소를 했다.


남편이랑 주변 사람들은 잘했다고 했다. 


그러다가 문득

작년, 재작년에 힘들 때면 자동이체로 기부한 것 과는 별개로 단돈 천 원이라도 기부를 하면서 기도를 했었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 보니 지난 1년 정도 추가 기부를 안 했던 것 같았다. 


그래서 일단 만원이라도 기부를 했다.

그러고 나니 기분이 너무 가뿐해진 것 아닌가

막 좋은 일이 크게 생기진 않았지만

안정감도 들고, 잘 될 거라는 희망도 생기면서 그냥 일도 큰 무리 없이 될 것 같았다.

일단 장사가 안되면 부부싸움을 하기 마련인데

부부싸움을 안 하고 있으니 살만했다. 


*****


그냥 점쟁이한테 안 가고 돈이 있으면 기부를 하는 나 자신이 괜히 기특해 보인다.

적을 때는 천 원

많을 때는 만원의 소액이지만

돈을 정해놓고 살림하는 주부입장에서는 "내가 도움 받아야 하는 입장인데 누굴 돕냐"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 당연하긴 하지만

교회 다닌다 치고, 십일조 한다 치고, 성당에 헌금 낸다 치고

소액을 내면서 

우리 가족이 큰일만 안 당하게 해 주세요 기도하는  

이번달 장사도 망하지만 않게 해 주세요 하는 기도하는 내가 좀 이쁘다고나 할까 


써 놓고 보니, 금액이 너무 적어서 너무 부끄럽지만

그래도 내 기준으로는 기특하니까 한 번 적어본다.

우리 애들도 꾸준히 기부하는 사람이 되도록 길러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희곡낭독모임 1 - 아이아스 ( 소포클래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