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부부싸움을 할 때, 답을 주는 편이다.
시어머니때문에 속상했다. 그러니 다음부터는 당신은 꼭 내 옆에 있어라.
돈이 없어서 힘들다. 그러니 다음부터 당신 용돈을 줄이겠다.
당신의 반응이 속상했다. 그러니 다음부터는 미안하단 말부터 하고, 사과의 행동을 하고 싶으면 설거지를 해라.
처럼 나에게 맞는 해답을 항상 같이 주고는 했다.
얼마 전, 시누이가 '오빠는 가족이니까 넘어갈 수 있지만, 언니는 아니잖아요.' 란 말에 상처를 입었다.
그러나 남편에게 말을 하지 못했다.
어떤 해답을 함께 줘야 하지 알지 못했으니까.
원래도 시누이랑 별도로 연락을 하지 않는 사이다.
시어머니에게도 따로 연락을 드리지 않는다.
시댁에도 최소한으로만 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말 이혼 또는 연을 끊는 것 외에는 이젠 더이상 멀어질 수 가 없는 것이다.
아마 그래서 나는 남편에게 상처입은 것을 말하지 않고,
'어차피 답도 없는 것, 나만 속상하고 말지, 가뜩이나 열심히 사느라 힘든 사람에게 뭣하러 말을 하누.' 하는 마음으로 속으로 삼켰던 것이다.
하지만 나는 역시 요조숙녀 귀부인은 안되나보다.
속을 삼키는 것은 나답지 않았나보다.
잊혀지지 않고, 더 자주, 더 강하게 그때 상황이 점점 변해서 생각이 나는 것이다.
이러다가는 정말 속병이 나겠다 싶었다.
결국 어제 새벽 남편에게 당신만 없고, 모두가 다 모인 자리에서, 큰 시누로부터 '언니는 아니잖아요.' 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남편은 본인이 어떻게 해주면 좋겠냐고 했다.
할 말이 없었다.
이미
시어머니 생신, 어버이날, 설, 추석, 연말, 시아버님 기일, 딱 이정도만 만나고 있고,
나는 설거지도 안하고, 음식 준비도 안한다. 가서 굳은 얼굴고 앉아있다가 구석에서 낮잠 좀 자고 온다.
며느리로서 하는게 진짜 없다.
이혼을 하거나
연을 끊거나 외에는
이제는 방법이 없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이혼을 하고 싶지는 않고,
( 저들 때문에 내 소중한 가족을 아프게 하고 싶지는 않으니까 )
연을 끊자니. 이미 거의 덜렁덜렁 끊어질 듯 말듯 한 사이니까.
남편은 답답한지
몇번이나 취조하듯 정확하게 뭐라고 했냐고 토시 하나 안 틀리게 말하라고 닥달을 했다가.
시누이를 욕하며 화를 냈다가.
그런 뜻이 아닐 거라면서 좋게 해석을 해줬다가
결국은 미안하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잘못이 없는 남편의 사과가 받고 싶은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시누이나 시짜들의 사과를 받고 싶은 것도 아니기에
정말 이 속상함은 답이 없었다.
그렇게 처음으로 우리 부부는 해결책 없이 싸움을 우야무야 끝냈다.
아마 나는 더욱더 철저히 시짜들과의 연락을 끊을 것이고,
모였을 때 더 썩은 표정으로 있을 것이며
애들 앞에서 고모나 친 할머니에 대한 언급은 더 철저히 함으로써
그렇게 거리를 더욱더 멀어지게 만들 것이다.
그 정도뿐 내가 할 수 있는 적극적인 방안이 아직은 안 떠오른다.
그저 답답할 뿐
남편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후련하기도 하고
그래도 브런치를 쓰며 하나는 하고 싶어서
시댁 단톡방에 '조용히 나가기'를 했다.
이정도만으로 이번 사건은 마무리가 되기를 바란다.
하나라도 하니 좀 더 속이 편해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