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너무 많은 말을 했다

by 지망생 성실장

어제 큰 딸이랑 둘이 집에 있었다.

어쩌다보니 둘이서 쇼파에 누워 뒹굴뒹굴 하고 있었다.

매우 귀중한 시간이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어쩌다보니 내가 시짜 욕을 하고 있었다.

네가 돌도 안 되었을 무렵, 잠실에 과외자리 생겨서 4시간만 봐줄 수 있냐고 물어봤지만 절대 안된다고 거절당했던 일, 남편이 시댁에서 애를 본다고 해도, 아들이 무슨 애를 보냐고 결국 다 시어머니가 보게 될 테니 그것도 안된다고 거절 당했던 일. 큰애 15개월 때, 시어머니가 굳이 옆으로 이사오라고 해서 가까이 이사갔을 때, 어린이집에 애를 맡기고 일을 하려고 준비할 때, 만약 애가 수족구 같은 병에 걸려서 어린이집에 못 가면 그럴 때 백업으로 봐줄 수 있냐고 물어봤을 때 단칼에 거절 당했던 일, 그리고 며칠 전 큰 시누가 '오빠는 되지만, 언니는 아니잖아요.' 라고 했던 일 등을 말을 하게 되었다.


나는 그 동안 아이들의 친가에 대한 예의와 엄마의 감정쓰레기통이 되게 하지 않기 위해

한번도 시짜에 대한 말을 한 적이 없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주르륵 말을 하고 나서는, '그래도 내가 시짜들을 보고 사는 이유는 손녀와 조카인 너를 생각하고 챙기려고 하는 모습이 있기 때문이다. 네가 당한 것이 아니니 그냥 알고만 있어라.' 라며 말을 마무리 지으려고 했다.


그런데!

큰 딸이 !

"엄마 지금 처음 말한게 아니야. 나 많이 들었어. 엄마 술 취해서 술주정 할 때도 말했었고, 그냥 맨정신에도 말 했었어. 나 잘 알고 있어. 나도 그래서 그런지 친가는 그렇게 편하지 않아." 라는 것이다!!!


이런!

"내가? 내가 여러번 말했다고?"

"응 한 열번은 말했을 껄?"


아이고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애기한테 못할 말을 한 것 같았다.

딸이 되어서, 자연스레 알게 될 일들겠지만. 이렇게 어릴 때 알게 될 줄은 몰랐다.

나름 이제 중3이니까 말해도 되겠지 싶어서 말을 한 것인데

이미 옛날부터 알고 있었다니


교육적으로 걱정되었다.


나도 모르게 큰 딸을 친구처럼 의지하고 기대고 있었구나

딸이 힘들거나 괴롭지는 않았을까

걱정되었다.


엄마가 되서 교육적으로 못할 짓을 한 것 같아서 정말 미안해졌다.

딸은 괜찮다고 했지만

정말 정말 미안했다.


하지만 한 켠으로는 참 못나게도

기분이 좋았다.

딸이 내 편이구나 싶어서 고마웠다.

속이 깊구나 싶었다.

이렇게 딸이랑 친구가 되는 구나 싶어서 좋았다.


이렇게 자식이 크는 구나.


그래도 앞으로 더욱 입조심 해야지

술! 술을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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