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댁식구와 그다지 좋지도 싫지도 않은 사이이다.
엄청 속상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그들은 어찌보면 "드라마에 나오는 너무나 평범한 아들 부심 가득한 시짜" 였을 뿐, 아주 특이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 만다.
그리고, 이 모든 문제의 원인은 남편과 내가 결혼했기 때문이며, 그들 논리라면, 남편 역시 평범한 사람일 뿐..
암튼, 명절이나 시부모님 생신 등 일이 있을 때만 시누를 보는데.
나는 시누가 부러운 것이 2가지가 있다.
첫째는 따박따박 월급을 그것도 월급쟁이 기준으로는 매우매우 큰 월급을 가져다주는, 매우 동안이고, 인물좋고, 학벌 좋은 시누 남편이 "시누를 잘 챙기고, 집안일도 돕는 ( 적어도 도우려고 하는 그 능동적인 처신 ) " 것이다.
시누 2명이 모두 연하랑 결혼을 했는데, 진짜 연하의 튼튼하고 건강하고, 맨스플레인을 안하는 것이 진심 부럽다.
하지만, 이 첫번째는 그냥 뭐 그렇다는 거지, 어쩔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제눈에 짝이라고, 같은 동네 출신인 큰 시누 남편이랑 학창시절에 소개팅을 했더라도, 나랑은 안됐을 것을 알기에, 그 쪽도 내가 취향이 아니었겠지만. 나도 그런 쪽은 내 취향이 아니니...
그냥 그렇구나 하고 마는데
둘째로 시누에게 부러운 것은 바로 "자기 자신에게 돈을 쓰는 것"이다.
시누는 2년 전인가? 그때부터 개인 댄스 교사를 두고 댄스를 배우고, 지금은 헬스 피티를 받으며 몸 관리를 한다. 그게 정말 부럽더라.
매일 아침 9시에 나가서 운동을 하고, 주 2회 피티를 받고, 남편과 둘이 1년 분의 피티를 미리 결제했다고 하는데. 대단해보였다.
이건 진짜 꼬인거 없이 진짜 부럽다.
나는, 돈이 없다.
사실, 돈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다. 남편은 있다고 하는데, 남편 기준으로 쓸만해야 돈이 나오지, 남편 기준으로 쓸만하지 않으면 돈이 없는 이 상황이 매우 비참하다. 물론, 남편은 내가 운동을 한다면, 5백만원까지는 돈을 줄 것 같기는 한데. 그게 내 입장에서는 뻥카로 들릴 뿐. 실제 그 돈이 있으면 빚을 갚아야 하니까.
그리고, 그런 허락을 받는 행위가 이젠 싫다.
그리고, 시간...
시간을 정해두고, 애들 주 2회 공부를 봐주기로 한 것조차 지키지 못하는데
내가 감히! 어디 나만을 위한 시간을 낸다는 것인가!!
나는 감히! 그럴 자격이 없는 엄마인데.. 하는 생각이 나를 지배하고 있다.
머리는 아는데...
시간을 정해두고, 외부 미팅처럼 정해두고 강하게 운동을 해야 한다고 아는데
애들은 그렇게 운동을 시키지만
나는... 정말... 내 하루 일과를 내 스스로 정하지를 못하는
항상 애들을 위해 대기해야하고
남편 사장님의 변덕스런 일정에 맞춰야 하고
그냥 그러다보면 진이 빠지고.. 내 일도 제때 못하는 주제에
어디 감히 취미? 운동??
하면서... 포기하게 된다.
온 식구가 규칙적으로 살고, 운동도 하면서, 매일 1일 1팩을 한다고 하는 그 점은 솔직히 시누가 부럽다.
그래서 나도 좀 해보자 싶어서
10년만에 올리브영에 가서, 톤업 선크림을 1만원 주고 샀다.
오늘은 새해 첫 출근 날, 좀 꾸며볼까 싶어서, 썬크림을 바르는데. 둘째가 옆에서 "하지말라고, 엄마는 화장하면 이상하다고, 못 생겨진다고. 안하는게 예쁘다고" 계속 중얼중얼 거린다.
처음에는 무시했는데.
계속 무슨 담배나 술을 말리는 것 처럼 "하지 말라고 못생겨진다고" 하는 둘째에게
결국은 버럭하고 말았다.
"엄마가 그래도 뭐라도 하는데, 그냥 잘한다 하면 안돼냐? 그걸 그렇게 막아야겠어? 뭐 하는 것 같으면 그게 똥칠이라도 그냥 냅두거나 잘한다고 좀 해주라" 라며 화를 버럭버럭 냈다.
속으로는 안다.
나는 페미니스트이고, 꾸밈 노동을 안한지 오래되었고,
페미니스트를 떠나서, 둘째 딸아이가 10살짜리가 화장품에 관심을 가지길래, 벌써 그런거 바르면 안 예쁘다고, 꾸밈노동이라고, 주구장창 말한 것도 있고,
실제로 나도 화장을 너무 안하다보니, 어색하고 이상한 것도 다 안다.
아이에게 화를 낼 것이 아니라, 설명을 좀 해야 할 사항이었는데.....
그래 안다..
하던 사람이 해야. 도와주고, 할만하다 응원해주고, 너는 하던 사람이니까 라고 반응이 나오는 것이고
나 처럼 투덜대고, 게으르고, 안하고, 비관적이고 이런 사람이
뭐 하나 하려하면
니가 뭔일이래?
니가? 안하던거 하지마 소리나 듣는 것을
그런데...
내 나이 44살인데.....
얼굴이 결과라고
진짜 예뻤던 얼굴이었는데
심술궂고, 꼬인 심성이 고대로 보여지는 불독같은 얼굴이 되었고,
10분은 커녕 1분도 운동을 못하는 저질 체력에 짜증과 욕만 늘어서
언제 죽을까, 언제 이혼할까, 애들한테 미안하네 소리만 하는 주름잡힌 주둥이만 놀리는 아줌마가 되어 가고 있어서 너무 속상하다.
아이들이 무슨 죄라고
아무것도 모르는 애들일 뿐인데.
결국 또 버럭버럭 하고 말았으니......
결국은 못난 엄마인 것이다.
새해 좀 찍어바르고, 좀 밝아져볼까 했는데
결국은 또 화내고 마는 성질 나쁜 아줌마가 되었고
이렇게 또 악순환이 되는 가...
악순환을 선순환으로 바꾸기 위해
나는 오늘 무엇을 하고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새해에는 체력을 기르고, 세수하고 로션하고 선크림만 바르고 다니고 싶고, 12시에 자고, 7시에 일어나는 규칙적인 삶을 살고 싶고, 그런데... 누가 나를 응원해줄까...
그래도
애들이 건강하고, 매일 내주는 공부를 조금씩 잘 하고 있고, 학원 안 다녀도 나쁜짓안하고, 공부하고, 티비보고 둘이 사이좋게 잘 있어서 감사하다
오늘도 12시에 나와 11시에 들어가는데
둘이 같이 있으니
큰 걱정은 없어서
정말 다행이다
고맙다 우리 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