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이 곪아가는 것은 아무도 모른다

by 지망생 성실장

오늘도 눈이 너무 침침했다.

하루에 한두번은 잘 안 보인다. 마치 주먹으로 눈을 꼭 눌렀다가 떼면, 촛점이 잘 안 맞고, 침침하달까, 앞이 잘 안보인다. 그런 현상이 갑자기 나타났다가 몇분 혹은 한두시간 뒤에 사라진다.

벌써 한 5개월은 된 것 같다. 증상이 나타났다가 빠르면 10분 길게는 1-2시간 있다가 사라진다.

수시로 축농증이 생기는데, 축농증이 눈 주위의 뼈와 뼈 사이의 빈 공간인 부비강에 염증이 꽉 차는 것이 원인이라는 말을 듣고, 염증때문에 눈이 압력을 받아서 그런 것은 아닐까? 라고 혼자 짐작을 해보았고,

당뇨가 있으니, 당뇨 관련 눈 질환인가 추측을 해보기도 했다.


한두달은 그냥 그런다부다 했는데

계속 이러니까 너무 걱정이 된다.

동네 이비인후과에서는 확실히 축농증이 있다고 하고 - 얼굴 엑스레이등은 기계가 없어서인지 못 찍었다.

안과에서는 이런저런 검사를 했지만, 아무 이상 없으니 그냥 스트레스라고만 했다.


결국, 오늘 세브란스 병원에 예약을 했다. 내가 정말 너무 일을 하기 싫어서 꾀병이 생긴건지, 진짜 몸이 안 좋은 건지 알고 싶고, 진짜 앞이 잘 안보이니까 답답해서이다.


남편에게 말하니. 남편이 매우 의아해 하면서, 당신 요즘 행복하지 않아? 무슨 스트레스가 있어? 라고 했다.


2주 전에, 두돈짜리 금반지도 사서 나눠끼고, 더 글로리도 함께 보면서 하하호호 했고, 요즘 잠도 많이 자고 했으니. 남편은 별 일이 없는 줄 안다.


별 일이 없긴 없다.


남편은 모른다. 내가 얼마나 진지하게 졸혼, 이혼,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지.

이런 내 속을 남편이 모르는 이유는, 이런 내 심리가 10년동안 한결 같았기 때문에, 이게 기준이고 디폴트값이기 때문이다.


나는 또 리스트를 작성한다.


* 내가 힘든 이유 목록

- 체력 미달

- 돈 걱정 "대출, 그리고 매달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장사 스트레스"

- 애들 미래 "나 혼자 모든 것을 담당하는데, 나 같은 정신병자 엄마가 애들을 얼마나 잘 기를 수 있을까."

- 내 삶의 열매가 없다 "내 커리어도 없고, 돈도 없고, 재산도 타이틀도 없다"

- 결혼하고 13년, 정말 단 1도 결혼 전보다 좋은게 없다. 일상 하나하나 그 무엇이라도. 진짜 1도 없다.

남편에 대한 불만, 남편쪽 가족들과의 불화, 내 자유, 내 시간, 내 돈, 내 취미, 내 커리어, 내 꿈, 내 건강,

내 젊음, 내 미모, 친구 지인

- 외로움 , 육아 스트레스, 살림 스트레스,

- 불규칙한 생활, 야행성으로 살아야 하는 삶

- 세간살이 하나도 고민고민하면서 구매해야 하는 삶

- 청소 하고, 정리정돈할 시간도 체력도 , 수납함 하나 사는 것도 결정 못하는 돈에 대한 불안감까지

- 무엇 하나, 나는 결정을 못하겠다.


* 해결방안

- 자살

- 이혼을 하고, 애들 놓고, 나 혼자 어디 산속에서 풍화하기

- 운동 - 근데 돈이 있나? 시간이 되나? 운동 한시간 하고, 2일은 누워있을것같은데. 괜찮은가?

- 쇼핑 - 화장품, 미용실, 옷, 구도를 사볼까 - 근데 돈이 있나? 사러갈 시간이 있나? 쇼핑 하루 하면 2일은 드러누워서 헥헥 댈건데. 그리고 분명 가족들 모두 "너는 역시 센스가 없어, 구리다, 그걸 돈 주고 샀니? 뭐 니맘에 들면 됐다" 라고 할 것이다.

- 친구 만들기 - 1년에 한번 커피한잔놓고 시덥잖은 이야기를 하며 수다를 떨까 말까... 그러니 친구도 없고, 만나서 할 이야기도 없고, ... 어제 간만에 큰애 학부모이자 이웃을 만나서 대화를 하는데. 참... 말을 못하더라. 너무 조심스럽고, 내가 잘 해야 우리 딸이 동네에서 잘 살텐데 싶어서 너무 불편했다.

- 피부과 - 작년에 돈 백만원 내고 시도를 했는데, 결과도 별로, 시간도 없고, 두달코스를 10개월 걸렸으니... ㅋㅋ



* 남편이 너무 원망스러운 것 / 결혼을 후회하는 것

- 신혼부터 날 외롭게 만든 것

- 육아하는데 5분도 안 도와준 것

- 경제적 고달픔

- 시가로부터 1도 안 지켜주고, 지금도 그렇게 구구절절 말해봤자 "지가 겪은거 아니니 신경 안 쓰는 것"

- 시간 / 돈 / 사랑 그 3가지를 주구장창 말해봤자. 그냥 외면하는 것

- 그냥 동지일 뿐


* 이혼을 못하는 이유

- 워커홀릭인 남편이 친구로는 괜찮고

- 애들 아빠라는 동지애는 나쁘지 않은 것

- 그래도 좋은 사람인데. 이혼을 잘 하기 위해 언제 말할지 언제 말을 꺼냐야 할지 타이밍을 좀 보고 있음

- 지금 여러모로 아직 사업이 자리를 못 잡은 부분이 있는데, 그 와중에 나까지 짐을 주고 싶지 않은 마음

사기 당했을 때도, 애들도 있고, 굳이 지금 이혼해봤자. 더 돈도 복구가 안돼고, 굳이 이런 시기에 헤어지면, 내가 도망치는 것 밖에 안돼니까. 그런 책임감 없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서 그냥 살았는데.

사기는 서울로 내 집사서 들어오면서 복구되긴 했지만.

사업이란 돗단배를 탄 이 시점에서 하루하루 전쟁같이 돈 버는 사람에게, 도움이 못 될 망정 방해가 되고 싶지는 않은 그런 마음


- 내가 이 사람 자체는 좋아하나보다, 혹은 이 사람이 내 유일한 친구이긴 한가보다 생각을 한다

웃기는거 보면, 공유하고, 들려주고 재밌다고 해주면 기분이 좋다


여기까지


아무리 생각해도... 연인이나 사랑은 아닌 것 같다


사실... 그냥 이대로 살고, 애인을 만들어서, 회사일 퇴근, 육아퇴근 하고, 밤에 나가서 친구도 만나거나 데이트하고, 가끔 외박하고 아침에 집에와서. 다시 육아출근하고, 회사 출근하고 그런 삶을 살고 싶을 때가 있다.


다른 남자를 만나고 싶다기보다.

친구 가벼운 만남 그냥 시시덕 거리기 그렇게 콧바람쐬기 그런게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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