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테스를 4번 나갔다. 결혼 후, 13년 동안 단 10분도 제대로운동을 해본 적 없는 나에게 이 4회의 필라테스는 매우 큰 자극이 되었다.
먼저, 운동을 한다는 그 행위자체가 나에게 도전이다.
두 번째, 나에게 이렇게 큰돈을 쓴다는 것이 뿌듯했다.
세 번째, 이제 드디어 나에게 1시간은 나만을 위한 시간을 쓸 수 있는 자유가 생겼다는 감동이다.
하지만, 곧 사실 조금 우울해졌다.
3개월의 운동이 끝나면, 아무래도 계속 운동을 하기는 힘들 것 같아서이다.
필라테스 3개월에 ( 개원할인으로 ) 65만 원으로 등록을 했는데,
그다음에는 75만 원으로 금액도 오르지만, 오르거나 말거나 등록할 돈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한 달에 정해진 금액으로 생활을 하고 한다.
장사를 한다고 해서, 소득이 늘면 생활비를 늘리고, 소득이 줄면 생활비를 줄일 수는 없으니, 최대한 적은 금액으로 평생을 살 작정으로, 금액을 정해놓고 생활을 하는 중이다.
가계부를 쓰면 알겠지만.
의 / 식 / 주 / 교육 이 4가지 항목이 가계부의 대부분인데, 집은 일종의 투자도 있고, 정말 기본적인 인프라도 있지만, 당장 뭐 줄이거나 할 수 없으니 제외하고, 그리고 교육은 부모 마음이 다 그렇듯 함부로 수정이 불가능하다.
고로, 줄일 수 있는 항목은 먹는 거, 입는 거뿐이다.
사실 운동을 할 때, 여러 항목에서 만원, 이만 원씩 줄여서 어떻게든 한 달에 15만 원은 만들 수 있겠다 싶어서 시작한 건데.
갑자기 둘째가 중국어 하고 싶다고 해서, 한 달에 16만 원짜리 중국어 수업을 등록을 했었다.
속으로 공부를 잘 안 하는 아이니까 한 달 하면 그만두고 싶다고 할 테니 해봐라 싶었는데...
한달이 지난 지금 그만두고 싶지 않다고 한다.
숙제도 제대로 안하면서, 영어 수학 공부도 힘든데, 중국어는 그만두고 그 돈으로 고기 사 먹고, 엄마 운동하면 어떠냐고 했더니
숙제를 하겠다면서, 공부를 한단다...
애들 공부를 줄이고 운동을 하는 신세대 엄마가 되기에는 나는 구닥다리니까.
일단은 남은 20번의 운동을 즐겁게 하고,
그다음에 생각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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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에 생각해야지.... 하다 보니 또 울컥 화가 난다.
정말 결혼해서 좋은 게 어쩜 이렇게 하나도 없지?
나름 인천 00동의 전지현이었는데
외모도 그지 같아지고
내 마음대로 돈 만원 쓰기도 힘들고
일도, 공부도 내 마음대로 못하고,
어쩌다보니 콜센터부터, 현재도 허울만 사장이지, 고객응대, 서비스업을 하면서 하루에도 수십 번씩 고개를 숙이게 만들지 않나
독박 육아에 ( 진심 단 하루도 애들을 본 적이 없음. 아니다 진짜 딱 1일 4시간 정도 본 것 같음 )
그렇다고 말을 살갑게 하나, 뭐 로맨틱 같은 것도 없었고...
그리고, 시댁은...... 그분들이야 우리같이 좋은 시자들이 어디 있냐고 하겠지만.... 음... 뭐 남들에게는 좋은 분들이겠지.
그리고 정말 난 놀면서 사는 한량이고, 무리해서 일을 하거나, 그래본 적이 없었는데
이렇게 내가 일만 하면서 살다니...
친구들 안 만나는 것은 상관없는데, 이 정도로 사회성이 없어지고, 무엇보다 종이책을 읽는 것이 일년에 직업훈련 NCS 관련 정부 지침 가이드 뿐이라니...
정말 막 억울해졌다.
너무나 억울해졌다...
어쩜 이렇게 단 하나도 결혼에 대해서 이건 좋다 싶은 게 없지??
그런데, 왜 나는 자꾸 참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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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은 남편으로는 과락이지만,
친구나 상사로는 좋은 사람이다. 인간적이고, 발전적이고, 성실한 사람이다.
딴짓 안 하고, 정말 일만 하는 사람이다.
그것이 가정을 위한 것이라고 믿고 있다.
아이들에게도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버는 것은 모두 아이들을 위해 내어 주는 부모로서는 정상이고, 잘하는 사람이다.
그렇게 성실하고 장점이 있는 사람인데
지금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사업적으로 지금부터 1-3년 안에 중박이 날지, 대박이 날지 결정될 시기임이 보인다.
그런데, 사업의 파트너로서, 나까지 이혼이나 가정불화라는 짐을 주고 싶지는 않다.
예전에는 빚이 정리가 되면 이혼하자였다가
지금은
친정에 갚을 거 갚고, 내 보증금 2천만 원만 들고 나오자 인데
아직 친정에 갚지를 못하고 있고, 사업이 한창 굴러가는 시기라... 아마 몇 년은 바로 갚지 못할 듯하다.
부동산은 떨어지고, 직원들이 이제 겨우 6개월 일을 하면서 자리 잡아가고, 거래처에서 중요한 딜이 오는 등 이제야 사업의 발전기에 들어선 것인데
그래서 매일 새벽 3-4시까지 잠도 못자고 일하는 사람이고, 주7일 근무를 하는 사장인데......
그런 와중에
정말 나까지 어깨에 짐을 올리고 싶지 않은 것이다.
이것이 사랑일까?
파트너십일까?
이제야 남편은 눈치를 보면서 가끔 설거지도 하고, 빨래도 갠다.
13년 전,
내가 그렇게 울면서 한 3분만 좀 나 숨 쉬게 해달라고 할 때는 모른 척했는데.
이제 내가 생활비 만큼 일을 하고
그 돈에 회사에서 일할 사람을 못 뽑으니까 눈치를 보는 건지
이제 본인도 여유가 생겨서 그래서 그런 건지 잘 모르겠다
모든 것이 곱게 보이지는 않고, 이런 생각까지 하는 내가 많이 꼬인 것을 느낀다.
그런데
굳이 이혼을 선포하여,
이 살얼음 판을 쾅! 치고, 금이 가게 하고 싶지도 않다
아직은......
이것이 사랑인지..
13년을 함께한 정 인지
같이 동업을 하는 동업자 정신인지
같은 자식을 둔 부모의 입장인지
아무것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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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4회의 운동은 내게 큰 긍정적인 결과를 주었다.
정말 운동하면서 웃는 내가 신기하고,
1시간이라는 긴 시간동안 핸드폰을 안 만지고, 현실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 매우 좋다.
그리고 내가 히키코모리가 아니라, 사회인이 된 기분이 든다.
최대한 어떻게든 운동을 할 수 있도록 둘러봐야겠다.
4번의 운동을 나간 나를 칭찬하고
앞으로 남은 20회를 정말 즐길 수 있도록 다시 다짐하며
운동하는 나를 칭찬해 주고 응원해 주는 우리 가족이 감사하다
일단은 긍정적으로 살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