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 스트레스 술로 풀어보자?
일하다가 보면 답답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스스로 자책할만한 상황이라면 내가 못났음을 인정하면 되지만,
꽉 막힌 사람과 일을 해야 할 때면 커다란 장벽 앞에 서있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아무리 소리쳐봐도 소귀에 경 읽기이고, 돌아오는 건 나의 한숨 섞인 메아리일 뿐이다.
"그거 아니야.. 그렇게 하는 거 아니라고!!, 제발 말 좀 들어 ㅠㅠ"
속이 타지만 차마 면전에 육성으로 외치지 못한 말들을 속으로 삼켜본다.
'처음부터 좋은 방법을 제안했잖아. 나이는 대체 어디로 처먹은 거니... 그 정도 짬밥이면 기본 이상은 해야 하는 거 아니냐? 머리는 못 박는데 쓰는 거니? 꼭 나이 먹었다고 어른되는 거 아니고, 모두 일 잘하는 게 아니야. 잘 모를 때는 아는 척하지 말고, 자기보다 어리다고 무시하지 말고 귀담아들을 줄도 알아야 하는 거야. 말머리에 꼭 라떼는 어쩌고 저쩌고 꼰대처럼 굴지 말고 상황 파악이나 좀 잘해라. 머리를 좀 굴려봐. 지금 이게 똥인지 된장인지 꼭 먹어봐야지 알겠니? 같은 말 반복하게 하지 말고, 답답아! 귓구녁에 오이 박았니? 이미 뻔하게 결과가 뻔히 보이는데 해서는 안될 일을 하는 그 모습을 바라보는 나는 얼마나 답답하겠니?'
어디선가 한 번쯤은 들어보고 겪어보았을 '또라이 보전 법칙'과
꼭 잘못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들면 그대로 실현이 되고야 하는 '머피의 법칙'
이 두 가지 경우를 동시에 겪게 될 경우엔
'저 또라이쉐키가 그러니까 처음부터 내 말을 듣지 그랬어....' 란 소리가 절로 나온다.
뒷일을 생각하면 머릿속은 더욱 복잡해진다.
'뒷수습은? 결국에는 돌고 돌아서 나한테 돌아오겠지?'
한숨이 크게 쉬어보지만 답답한 마음은 풀리지가 않는다. 머릿속에서 온갖 생각이 가득 차기 시작하면서 일에 대한 의욕도 사라져 버린다. 이럴 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술이나 한잔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게 된다.
퇴근길, 오랜 운전 끝에 집에 도착한다.
아직도 스트레스와 망상으로 머릿속이 뜨거워져있을 때 마침 엘리베이터에 배달기사분과 함께 오른다.
손에 들려진 비닐봉지에서 흘러나오는 치킨의 냄새가 진동을 한다.
참을 수가 없다.
맥주가 나를 부른다. 술이 나를 부른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하기도 전에 배달앱을 켠다.
집에 들어가자마자 냉장고에 맥주가 있는지 확인해보고, 냉동실로 캔맥주를 재빨리 옮겨놓는다.
그리곤 샤워를 한다. 따뜻한 온수로 오늘의 스트레스를 잠시나마 녹여본다.
배달의 시간을 계산하며 적당히 느릿하게 샤워를 마치고, 몸을 닦고 머리를 말리려던 차에 벨소리가 울린다.
머리는 아직 젖어있지만, 한 손에는 배달 온 치킨을 들고, 서둘러 와이프를 식탁에 앉혀놓고,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은 냉동실의 캔맥주와 치킨을 세팅한다. 식탁에 조그만 미니 선풍기를 켜놓고, 시원한 맥주를 들이켠다. 샤워하면서 반쯤 녹았던 스트레스가 맥주 한 모금에 모조리 녹아버린다.
어쩔 때는 복잡한 마음과 스트레스를 누군가에게 전달해서 공감받는 것보단 술 진탕 마시고, 횡설수설하다가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모르게 뻗어버리면 짜증 났던 기억을 지울 수 있다.
알코올로 뇌의 기억을 지우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삭제가 잘되는 소주가 좋기는 하지만, 보드카나 데킬라도 기억을 지우는데 정말 도움이 된다.
다음날 속은 쓰려도, 내일은 어제보다는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 사라진 정신을 가질 수 있다.
직장생활 정말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
하면 할수록 어렵고, 반드시 이상한 사람들을 마주치고, 헤어지고를 반복한다.
그럴 때마다 쌓이는 스트레스는 꼭 지워야 한다. 운동도 좋고, 게임도 좋고, 사람들과의 수다도 좋지만,
짧은 시간 혼자서도 집에서 풀 수 있는 방법 중에선 술 한잔이 나쁘진 않은 것 같다.
아직도 살아야 할 날이 더 많고, 출근해야 할 남은 내일이 더 많기 때문에 힘들어도 오늘 하루도 술 한잔에 스트레스를 날려본다. 힘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