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린 시절, 남보다 이른 나이에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친구들보다 두 살이 어린 상태로 학창 시절을 보냈다. 늘 위축되고 자신감 없는 모습이었던 나는 결혼을 할 때도, 아이를 낳아 학교에 보내야 하는 나이가 되었을 때도 불안에 시달렸다. 그런 인생의 중대한 과업들을 잘 해낼 수 없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 내 시선에 비친 내 아이는 영락없이 나처럼 불안정하고 뭔가 모자란 듯한 모습일 수밖에 없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아이 손을 잡고 찾아간 상담센터에서 상담이라는 것을 처음 접하게 된 나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상담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지금도 그때 그 선택을 했던 나의 안목에 자부심을 느낀다.
“아이를 잘 키우고 싶다는 절박함과 간절함으로 시작한 상담학 공부는 나를 새로운 삶으로 안내했다.”
잔뜩 구겨진 종이처럼 스스로 못나게 여기고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늘 자신 없어서 위축되고 우울했던 나는 이제 내가 좋아하는 것과 내가 가진 강점을 사랑하고 즐길 수 있게 되었고 점차 구김이 펴지고 밝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꿈이 생겼다. 나처럼 위축된 아이들이 자신의 타고난 존귀함을 찾아가도록 돕는 일을 하고 싶어졌다. 그런 꿈을 가지고 공부하던 나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모든 학교에 상담교사를 배치한다는 법안이 통과되고 교사 임용 시험에 ‘전문상담’이라는 과목이 새롭게 개설되기 시작한 것이다.
마침 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치고 전문상담교사 자격증을 가지게 된 나에게 교사 임용시험을 통해 학교에서 상담교사로 일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가족들의 열렬한 응원에 힘입어 열심히 공부한 결과, 나는 2008년에 당당히 전문상담교사 임용시험에 최종 합격했다. 내 나이 43세에 일어난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요즘은 더 늦은 나이에도 임용시험에 합격하는 일이 더 많아졌지만, 당시에는 함께 합격한 동기 중에서 내가 가장 연장자였다. 나의 성취감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컸다.
나는 내가 살아온 삶을, 삶 속에서 내가 했던 선택과 그 선택을 책임져 온 자신을 온전히 신뢰한다. 그리고 나를 여기까지 인도한 내 아이에게 감사한다. 교사로 재직한 지도 어느덧 1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상담 공부를 한 덕분에 내 아이를 가진 것 없어도 행복한 아이로 키웠고, 학교에서 수많은 학생과 학부모를 만나 상담을 해왔다. 가슴 아픈 일에 함께 울고, 가슴 벅찬 보람도 많이 느꼈으니 내게는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은퇴를 앞두고 새로운 꿈에 도전하려고 한다.”
그동안 귀여운 아이들이 있는 초등학교와 아무도 못 말리는 사춘기 아이들이 다니는 중학교, 교육청에서 운영하는 상담센터인 Wee센터, 그리고 해외에 거주하는 한국인 자녀들이 다니는 한국국제학교 등에서 상담교사로 근무하면서 경험한 진솔한 삶의 이야기들을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늦은 나이에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싶지만, 자신이 없어서 주저하는 사람들과 초보 부모들이 참고할 수 있는 현장감 있는 글을 찾는다면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