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걸까
NOT TODAY
어느 미드에 나왔던 말인가. 오늘은 안돼요. 하고 매일 기도한다고.
코 끝이 시린 계절이 왔다. 나이와 비슷한 속도로 지나가듯, 17년도 유난히 빠르게 지나간 것 같다.
4계절 동안, 배우려는 열정으로 가득 찼던 시기가 있었고, 여행을 기대하며 설렘 가득했던 시기도 있었고, 상실감과 깊은 슬픔을 느끼는 시기도 있었다. 이 시기들을 지나며, 꼭 가을 끝무렵에 더 센치해진다.
요즘은 어떠한 열정도 없고, 어떠한 재미도 없다. 정신을 차리고 삶의 의미를 기억하려고 몸부림치면서, 매일 아침 출근 전 잠시나마 생각한다.
"오늘 하루가 선물로 더 주어진 하루라면, 나는 오늘을 어떻게 살아내야 할까? 잘은 모르지만, 적어도 최선을 다하고, 그리고 진심으로 살아가자."
그렇게 다짐하며 집을 나선다.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어. 내 삶이 어디서부터 꼬였는지 모르겠어."
요즘 친구들과 이야기하며 자주 듣는 말이 이것이다. 아니,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왜 네 입에서 나오는 것이지? 어찌 됐든 나는 또 그렇게 한마디 한다.
"안 힘든 사람이 어딨냐. 뜻대로 사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은 없고, 다 견디고 사는 거야."
그런데 집으로 돌아와 생각해보면, 과연 이 말이 적절했나 싶다. 또는 나에게 여유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나도 뜻대로 안 살아지기 때문에 너의 뜻대로 안 살아지는 네 삶을 돌아볼 여유가.
"난 왜 이 모양이냐 난 왜 마음처럼 되는 게 하나도 없냐 한 번도 진심이 아니었던 적이 없는데 죽어라 노력했는데 10년 전 오늘처럼 다 엉망진창이야..."
문득 본 드라마의 대사가 진심이라, 우리들의 삶이라 가슴이 아려왔다. 모두가 이런 상황 아닐까. 내 삶이 내 뜻대로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니 좋을까?
돈도 건강도 있다가도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는 것들이다. 또 시간이 지나면, 움켜쥐기 위해 애쓸 수 있지만, 지금으로선 그게 다 무슨 소용인지. 어떠한 것에도 열정이 생기지 않았다.
가족을 잃으며, 삶의 의미를 곱씹기도 했다. 사실 그 속에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불안감이 있다. 보고 싶다가도, 이 슬픔 속에서만 있을 수 없어 기억하고 싶지 않으면서도, 그렇다고 잊어버리고 싶지도 않은 마음. 사랑하는 누군가를 상실했다면 모두가 공감할 마음이다. 그것이 나의 사랑하는 애완동물일지라도. 누군가 더 사랑하기가, 정을 주기가, 관계를 맺는 것 자체가 두려운 마음이 든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의 답은 '사랑'이고, '진심'이고, '최선'이다.
먼 곳이 아니라 지금 내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부터, 가족에게 전화하는 것부터, 추위에 떨고 있는 길냥이들에게 참치캔을 사는 것부터.
거창한 뭔가를 이뤄 내고자 하기 전에 이 작은 순간이 쌓인 후에, '잘 살았다'의 의미가 만들어지는 것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