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스타트업에서 처음해본 일들#3

기업공개 IPO


창업자의 목적

기업들은 저마다 회사의 비젼과 미션을 가지고 있는데, 대개 해당 사업을 통해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고 삶을 윤택하게 하는 것을 주제로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삼성의 경우 사업보국이 회사의 목표로, 사업을 통해 국가에 기여한다는 것이고, 현대차의 경우 인류 사회의 꿈이 실현되는 새로운 미래, 롯데는 오늘을 새롭게, 내일을 이롭게 와 같은 식이다.

그런데 우리가 어릴 때 배운 회사의 목적이 무엇이었는지를 돌아보면, 기업의 목표는 바로 “이윤추구” 이다. 단어 자체가 너무 직설적이라 겉으로 드러내고 말하지는 않지만, 결국 기업들이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고 이롭게 하고자 하는 이유는 이를 통해 고객들이 자사의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고, 기업은 돈을 벌고자 하는 것에 있다.

테슬라만 하더라도 전기차를 통해 환경을 보호하는 이동수단을 만들겠다는 목적을 말하고 있지만, 결국 친환경 자동차를 통해 이익을 창출 할 때만 가능한 것이지, 돈이 되지 않는다면 계속 사업을 할 이유가 없다.



스타트업들도 마찬가지인데 아이디어, 열정, 기술에 바탕하여 창업하고 이를 통해 많은 돈을 버는 것이 목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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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기업들과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이들은 사업 그 자체로 돈을 버는것도 목표하지만, 그 못지 않게 기업자체를 키운 다음 팔아서 자본이익을 얻는 것이 목표에 있다는 것이다. 결국 스타트업 창업자가 돈을 버는 길은 크게 두가지가 있는데 다음과 같다.

첫번째는 해당 기업이 지속하여 성장하면서 창업자로서 대표자로서 높은 급여소득을 받는 길.

두번째는 M&A를 통해 회사자체를 매각하면서 창업자의 지분에 대해 자본이익을 얻는 길.

이 중 첫번째 방법을 택하면서 자본이익을 얻는 방법도 있는데, 바로 외부투자를 받거나 기업을 공개(IPO)를 하는 것이다.

지분을 매각하면서 얻게되는 자본이익은 급여소득에 비할바 없이 규모가 크기 때문에, 대부분의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IPO 혹은 M&A라는 길을 선택하게 되고, 이것이 해당 씬에서는 Exit라는 용어로 스타트업 창업의 목표나 다름없는 것이 현실이다.

나 역시 직원으로 S사에 재직하면서 회사의 목표였던 투자유치와 IPO를 진행했는데 투자유치는 지난 포스팅에서 다뤘으니 이번 포스팅은 IPO 업무를 돌아보며 공유하고자 한다.



기술특례상장에 대한 이해

거래소에 상장되어 매매가 이뤄지는 기업들의 공통된 특징은 바로 “계속기업” 이라는 것이다. 기업이 지속 사업을 영위하며 존재하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 해당 주식의 가치는 오르내리면서 매매가 가능한 조건이 된다. 만약 이러한 계속기업의 가정이 없다면, 파산이나 청산이 예정된 기업이라는 말이고, 당연히 해당기업 주식의 거래는 이뤄지지 않게 되며, 이는 상장폐지의 사유가 된다.

결국 계속기업으로서 인정되기 위해서는 사업을 통한 매출과 비용을 지출한 후 남는 이윤이 있어야만 가능하므로 IPO를 하기 위한 기업은 반드시 흑자상태여야하는데, 이렇게 되면 이미 검증된 기업만이 상장할 수 있고, 현재단계에서는 매출과 이익이 부족하지만 미래에 폭발적 성장이 예상되는 기업은 상장할 수 없게 된다. 심지어 해당 기업은 적자라도 상장을 허용하는 다른나라 주식 시장에 상장해버릴 수도 있다. (기업들이 IPO를 통해 공모 자금을 모으고 이를 발판 삼아 사업을 최종적으로 성공시키고자 하는 목표가 있고, 이를 인정하는 거래소에 상장 가능하다).

한국거래소(KRX)도 이러한 기업들을 위해 특례상장이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방식이 기술특례상장 혹은 기술성장기업 상장으로, 아직 이익이 나지 않았지만 보유한 기술력이 확실하여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상장을 허용해주는 트랙이다.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은 기술을 바탕으로 창업하므로 가장 많이 활용하는 상장 방식이기도 하다. 특례이므로 당연히 일반 상장과는 다른 검토 절차가 있고, 기술특례인 만큼 해당 기업이 보유한 기술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전문가 집단을 통해 교차검증한 후, 이익을 제외한 나머지 요건을 검토하고 상장을 허락하게 된다.

S사는 자율주행에서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 (일부는 더 뛰어난)을 갖추고 있었지만 자동차 산업 특성상 안전에 대한 검증을 완료 후 해당모델이 양산되어야 매출이 본격 일어나는 특징으로 인해, 매출과 이익이 본격적이지 않았으므로 기술특례상장 에 적합한 경우라 이를 추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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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 관련 업무들


기술평가

S사의 기술력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고객사들(H사, M사, B사, V사, A사, Z사 등)의 이름만으로도 설명이 필요없을 만큼 업계에서는 검증된 수준이었으나 거래소 입장에서는 참고 사항일 뿐, 전문가들로부터 보유 기술의 자립성, 독창성, 확장성, 모방성, 상업성을 구체적으로 검토를 받는 기술평가가 공식적으로 수행되고 그에 따른 등급평가가 나와야 한다.

문제는 대부분의 기업이 그러하듯, IPO는 CEO와 경영관리부서의 업무로 해당 담당자가 이를 커버해야한다는 인식이었는데, 기술평가는 회사의 기술을 전문가에게 검증받는 절차이니 만큼, 개발자(엔지니어)들끼리 기술을 설명하고, 질문하고, 검토하는 것이 주된 평가 방식이다.


일반적인 문과생 출신의 경영관리 담당자가 수행할 수준이 아니라는 점이다.


다행히 평소 회사를 이해하기 위해 엔지니어들과도 많은 교류를 하며 기술에 대한 기본적 이해가 남들보다 높은편이었고,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던 덕분에 전폭적 지원을 받을수 있었고 경영관리 담당자 입장에서 사업계획서와 발표자료의 전체적인 스토리라인, 그리고 상업적인 부분에 대한 내용을 전담하여 집중 준비하는 것으로 기술평가를 마칠 수 있었다.

물론 이것만으로도 준비기간이 족히 한달은 넘게 걸렸는데, 그나마 재직 기간이 있어서 회사에 대한 이해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후 재직한 한X딥러X 이라는 곳의 대표는 이걸 입사하자마자 3일내에 해내길 바랬고, 그나마도 기술이 정리는 커녕 개발도 안된 거짓이었다)

기술평가는 2개 기관이 각각 일정을 잡고 회사로 방문하여 반나절에 걸쳐 다방면 검토하게 되는데, 평가기관은 거래소에서 지정하여 본인들을 대신하여 회사의 기술을 검토하는 것이므로 기술자체 뿐 아니라 기술사업계획서, 솔루션 데모, 각종 시설 준비, 발표 및 진행, 나아가 직원들 복장 및 환경 점검 등 단 하나도 허투루로 준비할 수는 없었고, 감사하게도 회사의 다양한 부서에서 적극 협조한 덕분에 모든 것을 순조롭게 마칠 수 있었다. 그리고 발표일로부터 한달 뒤 2개 기관 모두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아 기술특례상장의 첫 단추를 잘 꿰어낼 수 있었다.

주관사 대응

상장을 한다는 것은 공개된 자본시장에서 회사의 주식을 거래하는 것인데, 상장되는 주식은 대부분의 경우 신주를 발행하여 거래시장에 등록하게 된다. 이론적으로 신주를 발행하는데 필요한 비용은 0원이므로 증자한 금액만큼은 그대로 회사로 흘러들어오게 된다. (매우 드물게 직상장 - Direct listing 으로 신주발행없이 유통만을 위한 상장도 있다.)

그런데 만약 해당 신주가 자금을 모으고자 하는 발행기업의 입장만을 반영하면 가치와 관계없이 비싸게 발행하게 될 것이고 결국 매수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은 주식은 휴지조각이 되기 때문에 이는 상장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거이 된다.

결국 거래소 입장에서도 누군가 책임지고 신주를 모두 인수한 이후 시장에 유통하게하는 절차가 필요하며, 발행 기업 역시 유상증자분 만큼 자금유치를 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를 중간에서 조율하며 성공적인 상장을 위한 역할을 하는 곳이 바로 주관사이다.

주관사를 상장을 도와주는 브로커로만 인식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 주요업무는 발행 주식의 적정가격을 정하고 책임지고 해당 주식을 인수한 후 시장에 유통까지 시키는 것이 그들의 업무이다. 즉, 주관사 역시 상장까지 무사히 완료해야 주식을 유통시킨 후 인수금액을 회수할 수 있기 때문에, 회사가 상장할 수 있도록 지속 관리 감독 및 지원해야하는 이유가 되며 한편으로는 회사를 대신하여 거래소(KRX)와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는 이들과의 원활한 협업이 성공적 상장의 필수 조건이다. 회사는 이를 담당하는 IPO담당이 필요했고, 경영관리담당자로서 이들과 함께 정기적으로 회사 상황을 보고하고, 필요한 준비를 하고 함께 공모가와 상장준비를 위한 전략을 세우고 실행하는 일 역시 주어진 미션이었다.

S사는 K증권사를 내가 담당을 하기 3년전에 주관사로 선정했는데, 그간은 회사측에서도 IPO보다는 기술/사업/투자유치에 집중하다보니 진척이 미진했었으나, 23년 하반기부터 본격 IPO시점 목표를 세우고, 담당자를 지정하면서 속도를 내다보니 그간 준비가 미진하여 대부분을 새롭게 정비하고 준비할 수 밖에 없었다.


형식적 요건과 질적 요건

기술특례상장은 신청 기업의 이익에 대한 부분을 유예해주는 것일 뿐, 그 외 조건은 동일하게 유지되는데 이를 맞추기 위해 필요한 요건이 형식적/질적 요건이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상장하기 위해 사전에 선행되어야 한다고 알고 있는 업무들로서 “보호예수, 내부통제, ERP, 액면분할, 전자주권, 이사회 거버넌스, 상장예비심사신청, 보통주 전환 등” 이 포함된다.

1. 보호예수

상장 직후 대량의 매도로 인한 가격하락과 그에 따른 일반 투자자의 피해를 막기 위한 장치로 통상 전체 주식의 70% 이상이 특정기간동안 매매를 할 수 없는 보호예수 대상이 되어야 상장을 허가한다. 이를 위해 해당 지분만큼의 주주들로부터 의무보유 확약서를 받고 별도 계정으로 관리하는 것이 주된 업무이다.

S사는 창업자, 투자사, 직원들, 그리고 직원들이 행사한 스톡옵션이 비상장시장에서 거래되면서 유입된 일반인 등 주주가 400명이 넘는 상황이었고, 현실적으로 일반인들은 보호예수 동의를 받을수 없고 투자자들 중 FI는 투자에 대한 보상으로 빠른 exit를 해야하므로 보호예수로 묶어둘수 없는 관계로, 결국 직원들까지 포함한 보호예수안을 만들수 밖에 없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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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내부통제/ERP

아이러니하게도 상장시점에는 내부회계관리제도가 구축 중(적용은 상장 후 일정기간 이후여도 됨)이라는 증빙과 ERP가 구축 되어있는 것만으로 승인을 받을 수 있다. S사 역시 내부회계관리제도 컨설팅을 시작해야했고, ERP는 거래소가 만족하는 수준으로 업그레이드 해야했는데, 이를 위해 회계팀과 ERP를 사용할 PM, 마케팅, IT, HR, 경영관리 등 여러부서가 협업하여 이를 정해진 시간내에 완료할 수 있었다.

3. 이사회 정비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비율 조정은 조금은 정무적, 관계적 사안으로 대표이사 주도로 누구를 선임할지, 누구를 해임할지에 대해 전략을 세우고 실행했던 업무였다.

어려웠던 점은 대부분의 기존 사외이사나 기타비상무이사들이 기존 투자자들이 지명한 분들이라 이해관계자에 해당되므로 상장시에는 이사에서 제외하는 것이었다. 결국 각 이해관계자를 설득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업무였다.

4. 보통주 전환

모든 주식이 보통주여야한다는 것은 법적 요구조건이 아니지만, 거래소는 상장시 일반투자자 보호를 위해 모든 주식이 보통주이기를 원한다.

일부 주주들이 가진 주식이 추가 혜택을 가지고 있다면 불공평하기 때문인데, 문제는 그간의 시리즈 라운드 투자를 통해 투자자에게 발행한 주식이 대부분 RCPS라는 특수한 권리를 가진 주식이라는 것이다.

보통주로 전환한다는 것은 투자사가 권리를 포기하게 하는 것이므로, 이를 위한 설득이 힘들었고, 자세한 내용은 S사의 기밀이라 언급하지 않도록 하겠다.

5. 매출관리

기업이 성장하여 투자자에게 이익을 되돌려 주는것이 거래소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이니 만큼 미래 현재 매출상황과 미래 예측이 정확한 점이 중요한데, 스타트업 특성상 가장 정확도를 예측하기 힘든 것 또한 매출이다. 이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예측하기 위해, Financial Modeling을 만들고 트래킹하는 것은 오로지 경영관리에서만 할 수 있었던 일이라 많은 시간을 공들였던 업무였다.




언급했다시피 IPO업무는 해본적도 들어본적도 없던 일이었고 회사는 준비가 부족했던 상태였지만, 스타트업의 목표 중 한가지라 경영관리 담당자로서 책임지고 수행할 수 밖에 없었다.

매일같이 이어지는 야근과 주말근무, 관련 스터디, 내외부 커뮤니케이션 등으로 몸은 고된 기간이었지만, 심적으로는 기여한다는 성취감과 발전하고 있다는 기쁨으로 일을 진행해왔던 것 같다. (물론 지금 되돌아보니 그렇다는 것ㅎㅎㅎ. 당시에는 몸이 너무 많이 망가져서 힘든 마음이 더 컸던 것이 사실이다.)

IPO관련해서는 여러차례 나눠서 포스팅할만큼 내용이 많지만 많은 부분이 해당기업의 기밀과 관련되어있어서 이 정도로 줄이는게 좋을 것 같다.

이어서는 내용은 회사와 동료를 너무 사랑한 직원에게 벌어지는 일들에 관련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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