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또 읽어주세요!

그 한마디가 열어준 그림책의 세계

by 함박

아이를 키우면서 어떻게 놀아줘야 할지 모르던 시절, 가장 쉽고 간단한 것은 '그림책 읽어주기'였다. 그리고 지금과 마찬가지로 '책육아'라는 키워드가 쭉 인기를 얻고 있을 때라 더욱 더 그림책에 집착하기도 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렇게 시작했던 그림책 읽어주기가 나의 삶에 줄 영향을, 그때는 몰랐다. 그 이야기는 차차 풀어보겠다.


이번 글에서는 아이들이 돌 전후로 푹 빠져서 읽어줬던 그림책 몇 권을 소개해보려고 한다. 아무래도 이 때는 베스트셀러 위주로 읽어줬다. 인기 많은 책은 실패가 거의 없으니! 그래서 소개하는 책이 대부분 아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1. 『엄마를 잠깐 잃어버렸어요』

글·그림 크리스 호튼 | 보림큐비 (2009)


태어나고 제일 처음 읽어줬던 그림책 다운 그림책으로 기억한다. 낮잠을 자다가 나무에서 떨어진 아기 부엉이가 엄마를 찾는 이야기다. 엄마가 어떻게 생겼는지 설명하는데, 그 일부분만 해당하는 다른 동물을 자꾸만 찾아준다. 단순한 구성인데, 아이들은 뭐가 그렇게 좋은지, "또, 또!"를 반복했다. 진짜 과장 안하고 백 번도 넘 게 읽어줬던 것 같다. 몸짓을 크게 해주고 점점 과장되게 읽어주면 아이들은 한참을 깔깔대며 웃었다. 크리스 호튼 작가님의 다른 그림책들도 재미있고 귀여우니 꼭 읽어보시길! 『걱정 마, 꼬마 게야!』(비룡소, 2019)도 추천한다.


* 참고로 보림 출판사는 기발하고 재미있는, 아기 보드북이 많이 나온다.





2. 『모두 모두 하품해요』(절판)

글·그림 아니타 베이스테르보스 | 엄혜숙 옮김 | 상수리 (2017)


너무 아쉽게도 절판된 책이다. 하지만 나의 소중한 그림책 추억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책이라 소개하게 되었다. 벌써 9살이 된 어린이들이지만 난 저 책을 내 책장에서 버리지 않을 것이다. 진짜 너무 너덜너덜해서 테이프로 붙이고 또 붙이며 읽었던 책. 아가 시절 가장 많이 반복해서 읽었던 책이다.

매 페이지 다른 동물들이 나와서 졸리다며 하품을 하는데 플립 형식으로 입을 열어 하품하는 모양을 만들 수 있다. 아이들은 또 뭐가 그렇게 좋은지 동물들 입 속의 이빨과 목구멍 크기를 보며 감탄하기도 하고, 즐거워 했다.


**그나저나, 저 번역의 엄혜숙 님. 저 때는 아무 생각 없었지만 지금은 안다. 수많은 그림책을 읽다보면 얼마나 많은 그림책에 번역으로 참가하셨는지, 셀 수 없을 정도다. 어마어마한 분이라는 걸 알 수 있다.




3. 『사과가 쿵!』

글·그림 다다 히로시 | 보림 (2009)


너무 유명해서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베스트 셀러는 괜히 베스트 셀러가 아니다. 이 책 역시 아이들이 무척 좋아했다. 줄거리를 한마디로 말해보자면, 하늘에서 거대한 사과가 떨어지는데 동물들이 하나씩 와서 나눠먹는 이야기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아이들에게 워낙 그림책 표본이 없어서 좋아했나 싶기도 하지만, '쿵!' 이라든지 동물들이 사과를 갉아먹는 소리 같은 것을 아이들이 대체로 좋아하는 것 같다. 몇 달 전에 태어난 조카에게도 선물해줬는데 그렇게 좋아하면서 본다. 따뜻하고 귀여운 동물 그림을 보는 재미가 있고, 결말도 의미있어 강추한다.





4. 『달님 안녕 시리즈』

글·그림 하야시 아키코 | 한림출판사 (2008)


나는 4~7세 그림책보다 0~3세 아기들 보는 책이 만들기에는 더 어렵고 심오한 것 같다. 좀 더 큰 어린이들은 스토리텔링으로 어떻게 빠져들게 할 수 있는데, 아기들은 조금만 길면 지루해한다. 그리고 인상적인 그림과 짧은 말로 아기들을 사로잡아야 하니 더 어렵다. 나의 아이들은 『달님 안녕』과 『손이 나왔네』를 제일 좋아했다. "쑤-욱!" 이라든지 의성어 의태어가 잘 쓰여있는 시리즈다. 그림도 귀엽고 '안녕'이런 표현도 배우고 손, 발, 머리, 이런 신체 부위를 배우기도 좋았다.





5. 『두드려 보아요』

글·그림 안나 클라라 티돌름 | 사계절 (2007)


『찾아보아요』, 『물어보아요』, 『걸어 보아요』도 함께 세트로 팔기도 하지만 아이들은 『두드려 보아요』와 『걸어 보아요』 이 두 개를 제일 좋아했었다. 『두드려 보아요』는 한 페이지 가득 채운 매번 다른 색의 문과, 그걸 넘기면 그 안에 다양한 상황과 동물들이 번갈아가면서 나오는데 그걸 보는걸 어찌나 좋아했는지 모른다. "노란 문이에요. 똑! 똑!" 하면서 그 뒤에 뭐가 나올지 기대에 차서 넘기게 된다. 귀여운 아기들. 색깔과 동물, 숫자를 자연스럽게 접하기 좋다.





6. 『내가 있어요』

글·그림 김효은 | 창비 (2024)

덧! 우리 아이들은 이제 이런 아기 그림책은 읽지 않지만 작년에 나온 따끈따끈한 아기 그림책인데, 관심이 가서 소개해본다. 『아홉 살 마음사전』의 그림 작가님의 작품이다. 아코디언 북 형식이고, "누구 옆에, 누구 옆에, 내가 있어요.", "누구 아래, 누구 아래, 내가 있어요." 이런 식으로 진행이 된다. 그림도 너무 예쁘고 따뜻한 시선도 느껴지고 아기를 낳은 지인에게 매우매우 선물해주고 싶은 책이다.



위의 책들은 선물하기도 좋고, 아이들 첫 그림책으로 좋다. 너무 뻔한 그림책들이라 실망하셨으려나...? 그래도 하나씩 다시 되새겨보면서 아이들 아기 때 추억이 떠올라 기분이 몽글몽글해졌다. 앞으로 더 다양한 그림책 이야기를 남겨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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