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전집이 싫다

좋은 책이 꼭 세트일 필요는 없다

by 함박

이건 전집을 선호하는 부모님들을 향한 비판이 아니다. 그저, 나의 솔직한 마음을 담은 개인적인 경험이다. 나 역시 전집을 구매해본 경험이 있고, 전집이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권수에 비해 가격이 합리적일 수도 있고, 다양한 주제를 균형 있게 다루도록 전문가들이 심혈을 기울여 기획했을 테니까. 실제로 오랜 시간 꾸준히 사랑받는 전집도 분명히 있다. 다만, 안타깝게도 나의 전집 경험은 성공적이지 못했다.




제일 처음 샀던 전집은 당시 인스타그램에서 광고 피드를 보고 구매한 것이었다. '너무 좋다', '아이도 잘 본다', '숫자, 영어, 국어 영역이 골고루 들어 있다', '활동지도 다양하다'는 광고 문구가 가득했다. 하지만 막상 받아보고 얼마 지나지 않아 깊이 후회했다.


일단 '돌'이라는 나이를 겨냥해 나왔지만 이 전집은 '두돌잡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아이들의 발달 정도에 비해 이른 감이 있었고, 아이들이 그리 잘 보지는 않았다.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그림이었다. 무엇보다도 그림이 너무 내 취향이 아니었다. 그림에 대한 취향은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라 뭐라고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읽어주는 입장에서는 읽어줄 맛이 있어야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법이니까.


또, 그 많던 활동지는 무용지물이었다. 제일 큰 문제는 그 활동지를 가지고 아이들이랑 뭔가 해보는 게 너.무.너.무 귀찮다는 것이다. 돌밖에 안 된 아이들이니 뭘 얼마나 제대로 했겠는가? 게다가 나는 쌍둥이를 키우고 있었기 때문에 하나밖에 없는 활동지를 도저히 평화롭게 활용할 수가 없었다. 구석에 쌓여있는 활동지를 외면할수록 마음 속 괴로움도 함께 쌓여갔다. 그렇게 나는 '전집'이라는 것에 정이 뚝 떨어지고 말았다.




그 이후에 자연관찰 전집(이건 꽤 잘 보긴 했음), 경제 관련 전집, 세계여행 전집 등등 좋아보이는 전집을 몇 번 더 들였지만, 만족스러웠던 경험은 많지 않았다. 물론 어떤 집에서는 잘 맞았을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단행본이 훨씬 더 재미있고 편안하게 다가왔다. 더 보석 같은 책이 많다고나 할까? 읽어주는 나도 즐겁고, 아이들도 좋아하는 책은 단연코 단행본에 많았다. 그저 책 고르기가 어렵고 번거롭다는 이유로 단행본 읽기를 적극적으로 시도하지 않는 건, 참 안타까운 일이다.


요즘도 인스타그램 피드를 보면 온갖 전집 공동구매 공지가 올라오며 부모들을 유혹한다. "이 시기에 이 전집 꼭 들여주세요!" 하며, 마치 발달 단계별로 어떤 주제를 읽혀야 한다는 가이드를 따라야 하는 것처럼 광고한다. 그런 광고들을 보다 보면, 나는 전집 특유의 ‘끼워맞춘’ 듯한 구성 방식이 점점 불편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나는 묻고 싶다. 과연 '균형잡힌' 책 읽기가 어린이들에게 필요한가? 균형을 추구하다가 정작 독서에 대한 흥미를 잃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또 몇 권 읽지 않은 전집을 보면, 괜히 아까운 생각이 들어 안 읽은 책들을 아이들에게 들이밀게 되겠지... 적어도 나는 그럴 것 같다.


결국 나는 50권짜리 전집을 사는 대신, 그 돈으로 좋은 단행본 그림책 30권 사는 게 더 이득이라고 믿는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정 전집이 궁금하다면 가까운 도서관에서 흥미가 가는 것만 몇 권 빌려보는 게 낫다는 생각이다.


도서관에 비치되어 있지 않다면? 음... 그것은 인연이 아닌 걸로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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