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기의 진짜 과제, 감정 조절

감정을 배울 수 있는 그림책 추천

by 함박

내가 아이를 키우며 가장 힘들었던 건, 안 자는 것도, 안 먹는 것도 아니었다. (물론 그것들도 충분히 힘들지만) 나를 가장 지치게 했던 건 바로 감정 조절 문제였다. 특히 '18소리가 나온다'는 18개월부터 만 3세까지는 더더욱 매일 시험에 드는 기분이다. 일단 아이가 말로 표현할 수가 없고, 뇌 발달도 덜 되어서 한 번 울음이 터지면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땡깡을 부린다. 그 시기의 아이 때문에 멘붕 온 적, 한 번쯤은 다들 있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아이들이 어느 정도 말이 트이기 시작할 무렵부터 감정에 관한 그림책을 많이 읽어주기 시작했다. 육아서를 여러 권 읽어본 결과 공통된 의견은 아이들에게 감정의 종류와 표현을 알려주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내가 감정포스터와 감정카드를 판매하게 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이번에는 내가 읽어 본 감정을 배울 수 있는 그림책 중에 아이들이 잘 보았고 추천할 만한 것들을 소개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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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기 구름 울보』

글 김세실 | 그림 노석미 | 사계절 (2005)


매일 매일 우는 아기 구름 울보 때문에 짜증이 난 동물 친구들이 울지 말고 참으라고 하자 벌어진 일에 대해 그린 그림책이다. 너무 감정을 억누르지 말고 울고 싶을 때엔 울어야 마음이 건강해진다는 내용이다. 읽어주며 맨날 운다고 다그치던 내 모습이 오버랩되어 반성하게 해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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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눈물 바다』

글·그림 서현 | 사계절 (2009)


워낙 유명해서 아는 분들은 다 알 것 같다. 이 책 또한 눈물을 다 흘리고 나니 개운해졌다는 내용인데, 그림이 특색있고 세밀해서 보는 재미가 있다. 아이들과 하나 하나 뜯어보며 한참을 봤다. 처음에는 약간 생소할 수 있는 그림체라 걱정했는데 아이들이 매우 좋아했다. 조금 큰 아이들(한국 나이 5세 이상)이 보기 더 좋은 것 같다. 『아기 구름 울보』는 좀 더 어린 아이들이 보기 좋고. 물론 주관적인 견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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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소피가 화나면, 정말 정말 화나면』

글·그림 몰리 뱅 | 책읽는곰 (2013)


이 책도 매우 유명한 책! 내용을 간략히 정리해보자면, 집에서 놀던 소피가 화가 나서 집 밖에 뛰쳐나가 진정시키는 내용이다. 화가 났을 때 어떻게 풀면 좋은지 소피를 통해 간접경험하면서 '소피는 화가 하면 ~하는데 ㅇㅇ이는 화가 나면 어떻게 풀면 좋을까?'등 질문을 하며 이야기해볼 수 있다. 기분이 좋을 때 미리 시뮬레이션 해보는 게 실제 상황이 닥쳤을 때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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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감정은 무얼 할까?』

글 티나 오지에비츠 | 그림 알렉산드라 자욘츠 | 비룡소 (2021)


감정의 종류가 나온 그림 책을 알아보다가 눈에 띄어 구매하게 된 그림책이다. 감정의 사전적인 의미를 알려주기보다는, 설명하기 모호한 감정들을 재미있는 비유와 그림으로 설명해줘서 '이 감정이 이런 느낌이구나'를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게 잘 풀어놓은 그림책이다. '어떻게 이렇게 표현할 수 있지?' 싶을 만큼 읽어주며 감탄했다. 털이 난 괴물들 그림도 독특하고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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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이었던 그림과 글 표현들


아이들이 하나씩 넘겨보며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감정 그림들을 꼽았는데, 한 명은 '두려움', 한 명은 '자존심'이었다. 내가 가장 인상 깊었던 표현은 '참을성'. 자기 전에 같이 읽으면서 오늘 하루 중에 느꼈던 감정과 상황을 다시 한 번 이야기 해보면서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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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왜 화가 날까요?』(호기심 퐁퐁 플랩북 시리즈)

글 케이티 데이니스 | 그림 크리스틴 핌 | 어스본코리아 (2020)


제목 보고 바로 샀던 기억이 난다. 감정에 대한 개괄적인 내용과 어떤 상황에서 화가 나는지, 화를 푸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차근 차근 알려준다. 플랩북 형식이라 아이들이 아주 좋아하며 읽었다. 플랩이 질문과 답변으로 이루어져서 궁금한 것들을 열어서 보면 좋다. 기본적으로 이 시리즈는 '왜 달이 떠요?', '왜 자야 하나요?', '왜 죽는 걸까요?' 같이 생활 속에서 접하는 궁금증을 과학적으로 쉽고 재미있게 풀어낸 것이 많아서 추천한다.

+지금 검색해보니『화가 날 땐 어떻게 할까요?』(2023) (꼬꼬마 호기심 퐁퐁 플랩북이라고 되어있는데 2세부터 추천이라고 표기되어 있음)도 나와있다. 사람 그림으로 되어있고, 내용 구성은 비슷한듯 하다. 부모의 취향에 따라 선택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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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외: 우리 아이 첫 감정 연습 시리즈

오렐리 쉬엥 쇼 쉰느 지음 | 한빛에듀 (2020)


이 시리즈는 아이들이 30개월 무렵 들였던 책 세트다. 유니콘 '가스통'이 주인공인데, 평소 기분이 좋을 때는 갈기가 무지개 색인데 기분에 따라 색이 점점 바뀐다. 10가지 감정이 한 권씩 있고, 어떤 상황에서 이런 감정이 되는지, 그리고 각 감정마다 어떻게 조절하면 좋은지 호흡법이나 생각법이 잘 나와있다. 10가지 모두가 아주 다르지는 않고 심호흡을 하면서 가라앉히고 생각해보는 공통적인 큰 틀이 있다.


30개월 기준으로 글밥이 조금 많은 편이고, 다소 내용 구성이 반복되어 지루할 수도 있지만, 말 그대로 '감정 연습'에 초점이 있는 책이다. 나의 아이들은 한참 재미있게 봤다. 하지만 아이들마다 선호도 차이가 있을 것 같다. 각 책의 마지막에는 이 시리즈 감수를 맡으신 육아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우열 선생님의 코멘트가 있어서 이런 상황에서 아이에게 어떻게 말해주는 게 좋은지 참고하기 좋았다.


책마다 시작하는 부분에 가스통의 기분을 날씨로 표현한 페이지가 있는데, 아이들이 그게 인상깊었는지, 어느 날은 밤에 자려고 누웠는데 "지금 내 머리 위에 먹구름이 떠있고, 비가 막 내리고 있어"라며 기분이 안 좋은 것을 이야기 해주었다. 그렇게 표현을 해주니 나도 공감해주기가 쉽고, 공감해주고 꼭 안아주니 아이도 금방 풀려서 잠들었던 기억이 난다.


모든 사람에게 "꼭 사세요, 강추!"까지는 못하지만, 감정의 개념이나 상황에 대해 알려주고 감정 연습을 처음 해본다면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 소개해본다.




시간이 지나 돌아보니, 가장 중요한 건 어떤 감정이든 '느껴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아이에게 반복해주는 것이었다. 감정에는 옳고 그른 게 없으니까. 그리고 그 감정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조절하고, 흘려보낼 수 있을지를 알려주는 것. 요즘도 그게 쉽지 않다. 아이들에게도, 나 자신에게도. 그래도 계속 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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