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에 빠진 건, 아이가 아니라 나였다
내가 전업주부로 집에 있으면서 다짐한 게 있었다. 주양육자로 최대한 같이 있어주는 것, 건강하게 먹이는 것, 책을 많이 읽어주는 것. 아이들에게 사교육을 시키지 않는 대신, 적어도 이 세 가지 만큼은 최선을 다하자고 말이다. 나는 그 중에서도 책을 꾸준히 읽어주는 데에 심혈을 기울였다.
책을 읽어주다보니 아이들의 양상(?)도 시기마다 달랐다. 같은 책을 몇십 번씩 읽어달라고 하는 때가 있는가 하면, 새로운 책을 끊임없이 찾는 시기도 온다. 아, 물론 책 읽는 것 보다도 자꾸 다른 것을 하고 싶어하는 책태기(책+권태기)도 중간 중간 온다.
아이들이 6, 7살 무렵은 새로운 책을 계속 찾던 시기였다. 하지만 궁금한 책을 전부 살 수는 없으니, 새로운 책을 퍼부어주기 위해서 내가 선택한 방법은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는 것이었다. 일단 내가 먼저 읽어보고 괜찮다고 느낀 그림책들을 골라 왔다. 지금은 아이들이 초등학생이라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는 게 훨씬 수월하지만, 유치원 시절에는 그게 참 어려웠다. 아이가 한글을 읽지 못했기 때문에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고 자리에 앉아 '혼자' 읽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자꾸만 나에게 소리 내서 읽어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유치원에 간 평일 낮, 나는 혼자 일주일에 한두 번씩 도서관에 들락거리며 빌릴 수 있는 한도까지 꽉 꽉 채웠다.
내가 자주 가는 도서관은 1인당 대출 가능 권수가 5권이라 남편 계정까지 끌어다 써서 한 번에 10권씩 빌리곤 했다. 아이들 7살 되던 해가 가장 극성이었는데, 남편과 내 계정 합쳐서 400권이 넘는 책을 빌렸었고, 도서관 VIP가 되어 그 다음 해에 한 번에 일인당 10권씩 빌릴 수 있는 혜택을 누렸다. 이 도서관을 이용한지 4년이 되어가는데, 도서관 앱을 보니까 지금까지 빌린 책이 1100권이 넘는다. 따로 내 돈 주고 산 책들은 제외한 숫자니까, 와, 내 책 욕심은 인정해야겠다. (진짜 징하다!)
내가 모르는 좋은 그림책은 다 읽어보겠다는 심정으로 그림책 큐레이션 해놓은 책도 눈에 보이는대로 사서 읽었고, SNS에서 누군가가 추천하는 그림책도 도서관에 있기만 하면 거의 다 빌려 보았다. 어쩌면 전업주부로서의 허한 마음을 그림책 읽기와 읽어주기로 채운 게 아닌가 싶다. 꾸준히 도서관을 오가며 책을 고르고, 읽고, 쌓아가면서 어느새 나만의 그림책 취향도 생겨났다. 아이를 위해 시작했던 일이었지만, 결국 깊이 빠져든 건 나였다. 그렇게 나는, ‘그림책에 빠진 엄마’가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