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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도 방랑객 Oct 06. 2019

이야기가 있는 일본 지방철도

지역주민들의 삶과 애환을 담고 달리는 열차 

  철도교통은 산업의 발전과 함께 크게 발달해서 지금에 이르렀다. 그만큼 철도는 산업화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였으며, 다른 교통수단과 달리 날씨의 영향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어서 더 구석구석으로 진출할 수 있었다. 나라 전체가 온통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스위스는 철도를 잘 활용해서 세계적인 관광대국이 된 것을 보면 철도의 활용이 국가적으로도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일본도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철도 강국이다. 통계에서도 나타나 있듯 일본의 철도 수송분담률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일본을 다니다 보면 '이런 곳에도 기차가 다니고 있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구석구석 안 다니는 곳이 없을 정도로 철도를 많이 마주할 수 있다. 

  이 철도는 우리나라에서 보는 철도와 달리 특별함이 있다. 사람도 세월이 지나면 자신도 모르게 변해가고 있고 강산도 알게 모르게 바뀌어간다. 도로에 다니는 차량도 마찬가지로 계속해서 새로운 차량이 기존 차량을 대체해가고 있고 도로도 보수를 통해 예전보다 더 넓어지고 더 직선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철도도 마찬가지로 낡은 침목이 새것으로 대체되고 굽어진 구간이 직선으로 바뀌어가고 열차도 신형 열차가 계속 대체되는 등 기존의 모습에서 탈피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일본의 철도 역시 도심부는 점점 비대화되고 더욱 빨라지고 더 세련된 열차들이 철도를 누비고 있다. 여기까지는 우리나라나 별반 다를 것이 없어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특별함은 이제 사람을 보기가 힘든 시골로 가야지 느낄 수 있다. 끊임없는 변화 속에서도 기존의 것을 잘 유지하고 있는 것. 우리는 이를 보존가치가 높다고 해서 문화유산으로 지정해서 관리를 하고 있다.

   그 문화유산에 버금가는 것이 우리 눈앞에 펼쳐진 세상을 마주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지역주민의 삶과 애환을 고스란히 담아낸 일본의 지방철도다. 그렇다고 이 지방철도가 특별히 색다른 것도 아니다. 우리가 하루하루 평범하게 살아가듯 이 철도를 누비는 열차도 그날 일정에 맞춰 하루하루 평범한 여정을 다니고 있는 것이다.


지극히 평범하고 눈에 잘 띄지 않을지 몰라도 여기에도 자신만의 이야기가 존재한다.


  그래서 얼핏 보기에는 하루하루 똑같아 보이는 우리의 일상처럼 특별함을 느낄 수 없는 철도라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의 일상도 똑같은 것 같지만 또 자세히 되돌아보면 다 그날그날 스쳐간 사람도 다르고 풍경도 달라지듯 이 시골 철도에도 그런 맛이 있다.

  멈춰있는 듯하면서도 또 변화가 있는 철도. 왜 일본인이 철도를 자신의 삶에 투영하는지 알게 해주는 철도. 편하고 빠른 신칸센이라는 고속열차를 놔두고 왜 사람들이 시간을 뺏기고 고생하면서 일부러 이용하는 철도. 그것이 바로 일본의 시골 철도다. 


이제 일본에서도 이런 시골 철도를 쉽게 구경하기가 어려워졌다.


  일본인들 사이에서도 이 시골 철도를 가뜩이나 더 찾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인구 고령화로 인해 폐선되는 구간이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원래 철도교통보다 도로교통이 발달해있다 보니 폐선되는 구간도 그렇게 눈에 띌 정도로 많지는 않지만, 철도교통의 비중이 높은 일본이라면 말이 좀 달라진다.

  특히 홋카이도의 경우 불과 50여 년 전의 지도와 지금 지도가 현격하게 차이가 날 정도로 폐선된 구간이 상당히 많고, 지금도 하나 둘 지도에서 사라지고 있는 중이다. 가뜩이나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데, 그 인구들 마저 도시에 편중되다 보니 시골은 공동화 현상이 심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 유동인구가 많아야 운영이 되는 철도교통의 입장에서는 그보다 치명적인 것은 없을 것이다.


폐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시골 철도의 간이역들


  이렇게 하나 둘 사라지기 시작한 철도. 도로교통과 달리 새로 만드는데도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한 철도기에 이것이 다시 원래대로 복구되는 것은 가까운 시일 내에는 불가능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다 보니 더 애틋해지는 마음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폐선될 때 지역주민들이 흘리는 눈물이 바로 이런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을까? 한편으로는 더 많은 철도가 사라지기 전에 기록을 남기기 시작한 것은 불행 중 다행히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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