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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역명만큼 멀리 떨어진 승강장 볼 수 있는 '가디역'

환승 가능노선 - 1호선, 7호선

by 철도 방랑객

우리나라 지하철 역 이름은 대부분 해당 지역의 지명을 바탕으로 한다. 주로 두 글자로 이루어진 지명이 많기 때문에 역 이름 역시 두 글자로 된 역이 많다. 그러나 항상 예외는 있는 법인데, 일부 지역에서는 세 글자로 된 지명도 찾아볼 수 있고, 두 지역을 하나의 역으로 묶어서 길어진 역도 있다.


초기 지하철은 이처럼 지명을 사용하더라도 중복되는 일이 없어서 역 이름이 짧았다. 물론 지명이 있어도 랜드 마크를 사용한 역이나, 주변의 대학교, 관공서를 역 이름으로 대체한 곳도 제법 있다. 하지만 노선이 하나 둘 늘어나면서 하나의 지명 아래 복수의 역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렇게 뒤에 생긴 역은 지명 앞에 ‘신(新)’을 붙이거나 지명 뒤에 ‘사거리’, ‘중앙’을 붙이는 등 기존 역과의 구분을 위해 역 이름이 길어지게 되었다.

▲ 역 이름이 길어서 '가산Digi'로 줄여서 표현한 1호선 안내판.


◆ 지명 변화와 시대적 흐름에 따라 역 이름이 길어진 가산디지털단지역

가산디지털단지역은 역 이름이 상당히 긴 역 중 하나인데, 처음에 개통할 당시에는 가리봉역으로 개통했던 역이다. 이 역은 처음부터 흔하지 않은 세 글자로 된 지명이 있는 지역에 자리한 역이었으나, 지금은 그보다 더 길어진 역이 되어 승객을 맞이하고 있다.


가리봉역의 기원이 된 가리봉동은 현재도 구로구에 남아있는 행정지명이지만 가리봉역이 있는 이 지역이 금천구로 지명이 바뀌면서 지금의 가산동(가리봉동과 독산동에서 한 글자씩 딴 명칭)이 되었다. 그러면서 지명 불일치로 역 이름을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다.


마침 디지털 붐이 불면서 역 이름에도 ‘디지털’이 들어가는 역이 생겨나기 시작했는데, 그런 영향으로 가리봉역도 가산역이 아닌 가산디지털단지역이 되었다. 금천구 유일의 환승역은 이처럼 남다른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디지털’이 들어가는 역은 서울에만 총 3곳 존재한다.


이 세 역은 공교롭게 모두 기존에 다른 역 이름을 가지고 있었던 역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모두 지상으로 다니는 노선이 있다는 점 역시 같다. 2호선의 구로디지털단지역(구 구로공단역)을 제외하면 가산디지털단지역과 디지털미디어시티역(구 수색역)은 모두 환승역이다.


물론 차후 철도 계획을 보면 구로디지털단지역도 환승역이 될 계획(신안산선)이기 때문에 ‘디지털’이 들어가는 역은 모두 환승역의 형태로 승객을 맞이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지상역과 지하역을 다 볼 수 있는 환승역이라는 또 다른 공통점을 가지게 된다.


이 세 역은 지명에 ‘디지털’까지 붙어있다 보니 역 이름 또한 상당히 길어서 발음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영향으로 가산디지털단지역은 역 이름을 온전하게 말하기 보다는 줄여서 ‘가디’역이라는 표현을 더 많이 사용한다.


같은 이유로 구로디지털단지역은 ‘구디’ 디지털미디어시티역은 ‘디엠씨’라고 해야 더 익숙하게 들린다. 이렇게 긴 역 이름으로 인해 줄임말까지 나올 정도지만 2, 4, 5호선이 만나는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의 탄생으로 수도권에서 가장 긴 역 이름이란 지위는 가질 수 없다는 점도 ‘디지털’ 삼형제 역의 공통점이다.


▲ 독산역 방면에 치우쳐있는 1호선 환승통로. 그래도 상대식 승강장을 잘 활용해서 넓어진 통로가 특징이다.


◆ 경부선 철도 영향으로 승강장이 멀어진 1호선 가산디지털단지역

가산디지털단지역은 환승역으로 큰 특징을 찾기는 어려운 역이다. 환승역의 정석을 보는 것처럼 환승 거리도 짧은 편에 속하며, 교통 약자를 위한 시설도 다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지상역과 지하역을 잇는 환승역이라 높이 차이가 많이 나서 환승 거리가 길어졌다.


특히 안양천 아래로 지나는 7호선은 부득이하게 지하 4층까지 내려갈 수밖에 없어서 환승통로의 절반은 에스컬레이터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그래서 에스컬레이터 역시 상행은 두 기나 운행할 정도로 넉넉하게 해놓았다.


하지만 경부선 철도와 같은 공간을 사용해서 1호선 간 승강장이 역 이름만큼이나 길어졌다. 그래서 1호선은 구로역 방면보다 독산역 방면이 1분 남짓 시간이 더 소요된다.


◆ 병목현상을 유발하는 다양한 요소들

▲ 이용 승객에 비해 폭이 상당히 좁은 7호선 연결통로. 병목현상을 자주 유발한다.

가산디지털단지역의 환승통로는 단 한 곳에 불과하다. 7호선은 크게 영향을 받지 않지만 1호선은 독산역 방면에 치우쳐 있어서 내리는 곳에 따라 환승 시간의 차이가 크다. 그래서 1호선은 환승통로에 가까운 출입문에 승객이 집중된다.


1호선은 상대식 승강장인데다가 승강장 끝 쪽에 환승통로가 위치해서 환승통로 공간을 충분히 확보해 놓았다. 한편 승강장과 직접 연결된 7호선은 역시 상대식 승강장임에도 불구하고 통로 폭은 이상하게 좁아서 다른 환승통로가 넓음에도 불구하고 병목현상은 막을 수 없었다.


7호선은 노선 중 이용객이 최 상위권에 들 정도로 유동인구 또한 많음에도 불구하고 넉넉하게 공간을 확보하지 않은 것은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부분이다. 게다가 7호선은 환승통로가 출구로 이어지는 연결통로 역할까지 하면서 출퇴근 시간은 승강장을 빠져나가기가 힘들 정도로 상당히 복잡하다.

▲ 가산디지털단지역 지하 환승통로 1호선에서 7호선 방향(주의 문구가 눈길이 간다).
▲ 가산디지털단지역 지하 환승통로 7호선에서 1호선 방향(별다른 주의 문구가 없다).


이렇게 복잡한 곳은 조금이라도 빨리 이동하려는 승객들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1-7호선 간 높이 차이로 인해 장대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된 환승통로에서는 잠재적인 안전사고 위험이 있다. 이런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1호선 에스컬레이터(하행)에는 빛까지 반짝이는 경고 문구가 붙어있다.


특히 지상 구간이 있기 때문에 비가 오면 바닥이 미끄럽다는 점도 경고 문구가 붙게 된 이유가 아닐까 싶다. 반대로 7호선 쪽 에스컬레이터에는 이런 표시가 없다. 등산도 그렇지만 항상 내려가는 것이 올라가는 것보다 위험요소가 더 많음을 알 수 있는 장면이다.


* 덧붙이는 글 : 본 내용은 <철도경제신문> '매거진R' 코너에 2021년 7월 21일자로 송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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