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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강장에서 다른 노선의 역사(驛舍)가 보이는 '검암역'

환승 가능노선 - 인천2호선, 공항철도

by 철도 방랑객

검암역은 공항철도에 있어서 경계 역에 해당한다. 이 역을 지나 인천공항2터미널역 방면으로는 더 이상 환승역도 나오지 않는다. 반면 서울역 방면으로는 모든 역이 환승역이다.


이런 측면을 반영했는지 공항철도는 운행 구간을 이원화하여 서울역에서 검암역까지만 운행하는 열차와 전 구간을 운행하는 열차가 번갈아서 운행 중이다.


이렇게 검암역까지 운행하는 열차로 인해 공항철도는 지하철에 버금갈 정도로 많은 열차들이 다니고 있다.


워낙 역 간격이 길기 때문에 역마다 열차가 있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으며, 심하게는 한 역과 한 역 사이에 열차가 두 대까지 동시에 움직이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 승강장 차이로 인해 다른 노선의 역사가 훤히 보이는 풍경

검암역은 지상 2층이라 되어있지만 지상 1층에 있는 것 같은 공항철도와 지상 4층이라 표기되었으나 그보다 더 높은 곳에 위치한 것 같은 인천 2호선이 서로 교차하고 있다.


지상 2층에서 지상 4층의 모습은 누구나 쉽게 인지할 수 있다. 게다가 인천 2호선은 경전철이라 역사 규모도 그리 크지 않아서 역사 전체가 눈에 잘 들어온다.


그러나 의외로 그 반대인 인천 2호선에서도 공항철도 역사의 전체 모습을 담아낼 수 있다. 두 역이 서로 교차하는 지점에 위치하지 않고 살짝 떨어진 상태로 마주하기 때문에 가능한 장면이 아닐까 싶다.


▲ 인천 2호선 승강장에서 바라본 공항철도 역사.


이처럼 승강장의 높이 차이 때문에 검암역의 환승통로는 부득이하게 길어졌다. 공항철도 대합실에서 인천 2호선 대합실까지는 제법 긴 통로가 이어진다. 환승통로 도중에는 두 대합실을 완전히 벗어난 바깥도 등장한다.


공항철도 대합실을 지날 때는 양 옆으로 상점들이 있어서 지하철 환승통로라는 느낌을 받기 어렵다. 그곳의 끝에는 환승 게이트가 위치하고 있으며, 이곳을 벗어나면 완전히 바깥으로 나온다.


▲ 주변 상점들로 인해 지하철의 느낌이 없는 공항철도 환승통로.


반면 외부로 노출된 환승통로부터는 양 측면에 전시회 작품을 걸어놓아서 마치 노천 미술관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자칫 지루할 수 있는 환승통로의 분위기를 최대한 바꿔보려는 노력이 느껴지는 공간이다.


▲ 미술관에 온 기분이 드는 검암역 외부 환승통로.

전체를 다 활용하지 못한 두 승강장

공항철도 검암역은 원래 KTX가 지나기도 하던 곳이었다. KTX의 운행을 위해서 공항철도는 좌측통행을 하게 되었고 지금껏 이어오고 있다.


▲ KTX 운행 당시 검암역, 2016년 촬영.


현재 공항철도 승강장은 쌍섬식 구조로 되어있는데 그 중 중간 승강장은 공항철도 열차가 진입하는 곳으로 고상홈 승강장이다.


반면 측면 승강장은 현재 폐쇄된 상태인데 KTX가 폐지되기 전까지는 저상홈이었던 공간이었다. 공항철도 승강장에 비해 훨씬 긴 승강장을 갖춰서 20량 편성 열차까지 진입이 가능했다.


이렇게 고상홈과 저상홈의 조합으로 되어있던 검암역은 부메랑이 되어 공항철도 이용 승객의 불편을 초래하고야 말았다.


특히 환승통로가 계양역 방면 승강장 쪽에 치우쳐 있어서 승객들이 자연스럽게 한 쪽으로 몰리게 된다. 그러나 승강장 폭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어서 환승통로 주변은 승강장 폭이 상당히 좁다.


▲ 승강장 폭이 현저하게 좁은 환승통로 부근.


이런 불편함 때문에 검암역은 현재 한창 공사 중이다. 이 공사는 굳이 무리하게 KTX를 운행시키지 않았다면 하지 않아도 될 공사였다.


물론 KTX가 없었다면 검암역은 지금보다 더 넓은 승강장 폭을 확보할 수 있고, 환승통로도 그에 비례하여 더 넓어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공사는 2023년 5월까지 마무리한다고 되어있는데 과연 공기에 맞게 잘 끝날지 지켜볼 일이다. 그동안 여전히 검암역 이용 승객들은 불편한 환승에 인내를 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 하지 않아도 될 공사를 하게 만든 인천공항 발 KTX.


한편 인천 2호선 역시 승강장의 반만 사용 중이다. 경전철이라 2량 편성으로 운행 중인 인천 2호선이지만 승강장은 4량 편성까지 가능하도록 해놓았다.


현재 우이신설선이나 김포골드라인은 4량 편성으로 확장이 불가능해서 출퇴근 시간대에는 지옥을 연상하게 한다. 그러나 인천 2호선은 이렇게 시설을 확충해놓고도 전혀 활용을 하지 않고 있다.


그것을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스크린도어다. 만약 일부 시간대라도 열차를 4량으로 운행한다면 스크린도어에 쇠사슬로 막아놓지 않았을 것이다. 거기에 쐐기를 박는 것이 바로 이곳에는 열차가 정차하지 않는다는 문구다.


▲ 승강장을 다 활용하지 않고 있는 인천 2호선.


과연 인천 2호선은 승강장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 코레일 노선과 같은 궤를 갈 것인지 아니면 언젠가는 이 모든 승강장의 스크린도어가 열리는 날이 올 것인지 이것 역시 지켜봐야 할 일이다.


* 덧붙이는 글 : 본 내용은 <철도경제신문> '매거진R' 코너에 2023년 2월 8일자로 송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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