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다른 일본 지하철 모습 첫 번째 이야기
철도의 최대 장점은 예상이 가능한 열차 운행이다. 즉, 정시성이 뛰어나다고 할 수 있는데, 이는 날씨의 영향도 크게 받지 않고, 주변 교통수단의 영향도 거의 받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열차 티켓을 보면 다른 교통수단에서 흔히 보기 어려운 도착 시간까지 함께 표기해놓는다. 그러나 이는 모든 철도 교통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고 장거리를 운행하는 열차나 고속철도 등에 한한다.
도시에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꼭 이용할 수밖에 없는 지하철. 그만큼 이용하는 사람도 많고 거기에 걸맞게 운행 빈도도 높다. 워낙 많은 승객이 이용하는 만큼, 승하차로 인한 지연은 물론이고 앞 열차의 영향으로 인한 지연까지, 정시에 운행한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운 철도 교통이 바로 지하철이다. 그러다 보니 승강장에 비치되어 있는 열차 시간표를 참고하는 승객은 거의 없다.
굳이 열차 시간표를 확인하지 않아도 될 만큼 열차가 자주 다니기도 하지만 열차 시간표에 맞춰 운행하는 열차를 기대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만큼 지하철은 도로에서 운행하는 교통수단만큼이나 주변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이러한 영향으로 지하철 도착 안내에 열차 출발 시간을 따로 표기하지 않은 것에 대해 이상하게 생각했거나 신경을 써 본 적이 없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지하철을 많이 운영하는 서울시의 지하철은 열차가 처음 출발하는 시종착역조차도 열차 출발시간을 표기하지 않는다. 대신 몇 분 후 출발 예정이라는 문구로 열차가 언제쯤 승강장에 들어올지 가늠하게 해 준다. 이전 역이 없어서 실시간 열차 위치를 알 수 없는 것도 그 이유가 되겠지만, 다른 역에 영향을 받지 않는 시작 역이기 때문에 이처럼 열차 시간표에 표기해놓은 열차 시간을 그대로 반영할 수 있었다고 본다.
한편, 코레일 소속의 노선은 다음과 같이 열차 출발 시간을 표기해놓았다. 물론 중간 정차역의 경우 이렇게 시간을 표기한 안내판을 볼 수가 없다.
그런데 일본 지하철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어느 지역의 지하철을 이용하더라도 열차 출발 시간을 표기하고 있었다. 그 간격이 2~3분 간격으로 아주 촘촘하더라도, 출퇴근 시간과 같이 정시 운행이 힘든 상황에서도 한결같이 열차 출발 시간을 표기하고 있었다. 물론 제 아무리 일본이라고 하더라도 이렇게 자신들이 정해놓은 시간을 100% 지키지는 못했다. 그러니까 일본 지하철의 이 표기도 과연 의미가 있나 싶을 정도지만 한결같이 표기하고 있었다.
지역과 상관없이 일본 지하철의 시종착역은 한결같이 다음 열차뿐만 아니라 표기할 수 있는 모든 칸을 활용해서 그다음에 출발할 열차 시간까지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해놓았다. 우리나라 지하철처럼 평시 열차 간격은 10분 내외였다. 물론 출퇴근 시간은 이보다 훨씬 조밀하다.
중간역이라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 특히 개찰구에서도 열차 시간을 바로 확인할 수 있어서 언제 도착할지 몰라 서두르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이렇게 시간 표기보다는 우리나라처럼 열차가 어디에 있는지 위치를 알려주는 것이 좀 더 편하게 느껴진다. 아무래도 일본 지하철보다는 우리나라에서 지하철을 더 많이 탔기 때문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모르겠다.
승강장에도 행선지와 함께 열차 도착 시간이 항상 같이 표기되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와 달리 안내판 크기가 한결같이 직사각형 형태로 되어있는데, 얼핏 보기에도 작아 보인다. 이렇게 작은 공간에 열차 정보를 최대한 담아내기 위해서 부득이하게 열차 도착 시간을 표기한 것이 아닐까 싶다.
일본 지하철은 안내판 규격을 최소화하는 대신 시간을 표기함으로써 열차가 어디쯤 오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고 다음 열차가 언제 들어올지까지 안내해 줌으로써 무리하게 승차하는 승객을 최소화하여 열차가 최대한 정시 운행이 가능하도록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정시 운행을 지키기 힘든 지하철까지도 시간에 맞춰 운행할 수 있다는 보이지 않는 자부심을 뿜어내는 것 같았다. 이 역시 사철과 JR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에서 시작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