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철도 방랑객 Jun 26. 2020

숫자가 아닌 이름이 붙은 노선

우리와 다른 일본 지하철 모습 두 번째 이야기

  서울 지하철 1호선, 부산 지하철 2호선, 대구 지하철 3호선. 우리나라 지하철은 이와 같이 숫자를 활용해서 노선을 구분하고 있다. 주로 가장 먼저 생긴 순서대로 1부터 순차적으로 번호를 붙여나가는 형식이다. 그런데 옆 나라인 일본에서는 이런 숫자로 붙은 노선이 없다. 대신 코레일 노선처럼 경의선, 중앙선, 분당선과 같이 이름이 붙어있는 노선을 사용하고 있다.

  사실 우리도 처음 지하철이 개통할 당시에는 종로선, 을지로선 등과 같이 이름이 붙은 노선도 간간이 등장하긴 했지만, 3호선부터는 노선명 자체가 없다. 우리나라 대중교통을 보면 버스도 그렇고 기차도 그렇고 명칭이 붙기보다는 숫자 조합으로 이루어진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또한 우리나라만의 특징처럼 느껴지는 부분이다.


숫자로 구분하는 우리나라 지하철.


  우리나라 지하철은 숫자로 되어있어서 노선명을 나타낼 때 동일한 규격의 원 안에 노선 정보를 담아낼 수 있다. 거기에는 노선 고유의 색을 덧붙여서 구분하고 있었다.


노선 이름이 들어가는 코레일.


  한편 코레일 소속 노선은 다음과 같이 이름이 붙는데, 대부분 두 글자로 이루어진 노선명이어서 지하철과 마찬가지로 동일한 규격의 원 안에 노선 정보를 담아낼 수 있다.


노선 이름만 볼 수 있는 일본 지하철.


  한편 일본 지하철은 숫자로 된 노선이 아니라서 노선도가 조금 복잡한 면이 있다. (물론 통용하지는 않지만 노선 이름에 숫자를 매기기는 한다) 노선 이름이 따로 있기 때문에 노선 표기에는 노선 색을 테두리로 한 원 안에 알파벳을 넣었다. 일본은 우리나라에 없는 사철이 있는데, 사철 또한 지하철과 구분하기 위해서 알파벳을 두 개를 사용하고 테두리 두께가 지하철보다 얇음을 알 수 있다.

  지금은 하나의 회사로 통합돼서 서울 교통공사라는 이름을 사용하지만 서울 지하철은 1~4호선과 5~8호선의 운영 주체가 달랐던 시절이 있었다. 도쿄 지하철은 도에이 지하철과 도쿄 메트로로 이원화하여 운영 중이다. 도에이 지하철의 경우 노선명에 도에이(都営)라는 한자가 더 들어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지하철은 별도로 도쿄 메트로라는 표기를 하지 않고 있다.


다양한 노선 이름이 붙어있는 도쿄 지하철.


  도쿄 지하철은 우리나라 지하철보다 노선이 더 많아서 환승역도 거기에 비례해서 많다. 특히 4~5개 노선이 겹치는 거대한 환승역도 심심찮게 볼 수 있을 정도로 복잡하다. 거기에 사철과 JR까지 더하면 환승이 없는 단독 역이 더 보기 힘들 정도다.

  노선이 많아서 복잡한 것도 있지만, 우리나라와 달리 숫자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노선명 표기가 길어진 것도 노선도를 복잡하게 한 원인으로 보인다. 한정된 공간에 역을 모두 표기하다 보니 오히려 글씨가 보이지 않는 역효과도 분명 있다. 어쩌면 우리나라처럼 숫자로 된 노선도가 정보 전달에 있어서는 더 효과적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선 이름이 붙어있는 오사카 지하철.


  도쿄뿐만 아니라 지하철이 있는 도시는 모두 숫자가 아닌 노선 이름을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코레일의 경우 노선 이름을 사용하지만 모두 두 글자로 된 명칭만 사용하고 있어서 나름의 통일성을 갖추고 있지만, 일본은 그것도 아니어서 두 글자에서 세 글자, 많게는 여러 글자를 사용한 노선까지 볼 수 있다.


노선 이름을 붙여서 볼 수 있는 아주 긴 이름의 노선명.


  일본에서 가장 긴 노선은 오사카 지하철의 한 노선인 나가호리츠루미료쿠치선으로 무려 7개의 한자 조합으로 된 노선이다. 이 노선은 외우는 것은 둘째치고 부르기도 어렵다. 환승 안내 방송 때, 방송에서도 노선 이름을 말하는 것이 버겁게 느껴질 정도로 과도하게 길다.


나가호리츠루미료쿠치선의 노선도.


  이 노선의 명칭은 노선 양 끝 지점에 위치한 니시나가호리(西長堀)역과 츠루미료쿠치(鶴見緑地)역의 조합을 통해서다. 노선 이름이 이렇게까지 길어질 필요가 있을까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왜 종착역이 아닌 중간역의 이름에서 가져왔을까 하는 의문도 더 들었다. 아마도 중간 역 가운데 나가호리바시(長堀橋)역과 이마후쿠츠루미(今福鶴見)역까지도 감안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그러면 나가호리츠루미(長堀鶴見)선이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노선 이름 변천사를 보면 처음부터 나가호리츠루미료쿠치선이 아니었다. 원래는 츠루미료쿠치선으로 현재 노선 가운데 교바시역에서 츠루미료쿠치역까지만 개통한 아주 짧은 노선이었다. 그러나 교바시역에서 신사이바시역까지 연장되면서 이 명칭 앞에 나가호리라는 명칭을 더 추가하였다고 한다.

  이처럼 숫자로 된 노선이 아니다 보니 노선 이름이 상당히 길어지는 노선도 볼 수 있는 것이 일본 지하철의 특징이다.


각 지역에서 공통으로 볼 수 있는 동서선과 남북선


  일본 지하철은 숫자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지역마다 대부분 다른 이름의 노선 이름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서로 다른 지역임에도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이름이 있는데, 바로 도자이(동서)선과 난보쿠(남북)선이다. 일본 지하철은 남북축과 동서축을 중심으로 하는 십자형 노선을 기본으로 하는 지역이 많음을 암시할 수 있는 노선 이름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도착 시간을 표기하는 안내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