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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도 방랑객 Aug 27. 2020

후쿠오카 지하철에서 볼 수 있는 것들

일본 지하철 도시별 정밀 탐방 다섯 번째 이야기

  후쿠오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가까운 규슈 섬의 중심 도시로, 규슈에서 유일하게 지하철이 다니는 도시이기도 하다. 홋카이도의 삿포로와 마찬가지로, 후쿠오카도 3개 노선이 운행하고 있는데, 홋카이도와 달리 JR과 직결운행도 하고, 노선 안에서도 서로 운행구간이 겹치기도 하는 점에서 완전히 독립적으로 운행 중인 삿포로 지하철과는 차이가 있다.


후쿠오카 지하철 노선도.


  3개의 노선이 있는 후쿠오카 지하철. 거기에 환승이 가능한 니시테츠 사철과 직결운행을 하고 있는 JR까지 더해져서 노선이 상당히 풍부해진 느낌이 든다. 후쿠오카 지하철은 2개 노선과 1개 노선으로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열차부터 실내 분위기까지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후쿠오카 지하철 열차.


  먼저 노선도에서 파란색(하코자키선)과 주황색(공항 <쿠코> 선)으로 표기된 노선은 서울 지하철 5호선처럼 같은 구간을 경유하다가 갈림길 구간에서 독자적인 노선으로 갈라진다. 반면에 초록색(나나쿠마선)으로 표기된 노선은 직접적인 환승역도 없을 정도로 완전히 독립적으로 운행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하코자키선과 공항선은 왼쪽 사진과 같이 서로 같은 구간을 운행하는 모습도 볼 수 있지만, 나나쿠마선은 열차부터 완전히 다른 디자인에, 열차 규격도 다른 두 노선과 다르다. 물론 여기에는 어떠한 노선도 직결운행을 하지 않기 때문에 사철이나 JR 소속의 열차가 나나쿠마선 구간을 운행하는 모습도 볼 수 없다.


완전히 따로 운행하는 나나쿠마선.


  나나쿠마선은 열차 내 노선도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다른 노선과의 직접적인 환승역이 없다. 그나마 가장 환승에 가까운 역이 공항선의 텐진역으로, 나나쿠마선의 시종착역인 텐진미나미역과 지하 상점가를 통해 환승을 할 수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그러나 역 이름도 다르고, 직접적인 환승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에서 말하는 환승역과는 거리가 멀다.

  한편, 하코자키선은 공항선과 갈라지는 나카츠가와바타역부터 노선이 시작하는 것으로 나오지만, 일부 열차는 공항선의 시종착역인 메이노하마역부터 운행하기도 한다. 즉, 하코자키선과 공항선은 하나의 열차 노선처럼 운행함을 알 수 있다. 여기에 메이노하마역부터 서쪽으로 이어지는 JR의 치쿠히선은 지하철과 직결운행을 하고 있어서 후쿠오카공항에서 후쿠오카현을 벗어나 사가현의 가라츠까지 환승 없이 이동이 가능하다.


스크린도어가 다 갖춰진 후쿠오카 지하철.


  후쿠오카 지하철은 지상역인 메이노하마역에도 예외없이 모든 역에 걸쳐서 스크린도어가 설치되어 있다. 스크린도어 만큼은 노선에 관계없이 승강장 반만 덮은 형태인데, 여기에는 열차에 타야 볼 수 있는 정보도 있다.


역마다 심벌마크(고유의 그림)가 있는 후쿠오카 지하철(스크린도어).


  복잡한 열차에서 이 장면을 볼 여유가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하지만 조금만 주변을 살피면 역마다 고유의 그림이 있음을 알 수 있다. 후쿠오카 지하철에서는 이를 심벌마크라고 부르고 있다. 이는 스크린도어뿐만 아니라 역명판에도 함께 표기를 해놓았는데, 다른 지하철에서는 볼 수 없는 후쿠오카 지하철만의 특징이다.


역마다 심볼마크가 있는 후쿠오카 지하철(공항선/하코자키선 구형 역명판).


  승강장 벽면에 붙어있는 역명판에는 다양한 모양의 심벌마크를 만날 수 있다. 이렇게 역명판에 역 고유의 심벌마크가 있는 것은 규슈 지역 철도의 특징인 것 같다. JR 규슈 역시 다른 JR과 달리 주요 역은 역명판에 고유의 역 그림이 그려져 있다. 이 그림은 무작위로 등록된 것이 아니라 모두 각각의 의미가 있다.

                                                                 심벌마크 의미 링크 : https://sasatto.jp/article/entry-196.html


역마다 심볼마크가 있는 JR 규슈.


  역이 워낙 많기 때문에 모든 역에서 이런 그림을 보기는 어렵지만, 주요 역에는 이와 같이 주변에 있는 유명한 명소나 자연 그리고 지역을 대표하는 동식물을 역 그림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같은 역명판이라고 하더라도 이처럼 지역 색을 입힌 심벌마크가 있는 역명판을 보면 뭔가 모르게 한 번 더 눈길이 간다.


역마다 심볼마크가 있는 후쿠오카 지하철(나나쿠마선).


  나나쿠마선은 더 나아가 고유의 색까지 입혔는데, 스크린도어를 제외하고는 다른 두 노선과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특히 공항선과 하코자키선은 역명판을 흰 바탕에 검정 글씨를 사용하고 있지만, 나나쿠마선은 그 반대로 검정 바탕에 흰 글씨를 사용하고 있어서 다른 지역에 온 것처럼 느껴진다.


역마다 심벌마크가 있는 후쿠오카 지하철(공항선/하코자키선 신형 역명판).


  나나쿠마선에 맞춰서 최근 바뀌고 있는 공항선과 하코자키선도 기존 역명판 디자인을 벗어나 검정 바탕에 흰 글씨를 사용하는 것으로 바뀌어 있다. 그리고 이전 역명판에 비해 역 번호가 좀 더 커져서 일본어를 모르는 외국인도 보다 쉽게 역을 찾을 수 있게 해 놓았다.


JR 치쿠히선과 직결운행 중인 공항선.


  한편, 공항선은 JR 치쿠히선과 직결운행 중인데, JR은 후쿠오카 지하철과는 또 다른 고유의 역 번호를 사용하고 있다. 두 노선이 만나는 메이노하마역이 1번 역인 것은 동일하다. 그래서 역 번호가 줄어들었다가 다시 메이노하마역을 기점으로 늘어나는 형태다. 주황색인 공항선과 달리 치쿠히선은 보라색 바탕의 역 번호를 사용하고 있어서, 두 노선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열차는 그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 드는데, 후쿠오카 지하철 소속 열차는 치쿠히선의 중간 역인 치쿠젠마에바루역까지 운행하기도 하며, JR 소속의 열차도 공항선의 종착역인 후쿠오카공항까지 운행하기도 한다. 그래서 열차가 좀 더 촘촘하게 운행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같은 열차라도 운행 구간에 따라 정보 표기가 달라지는 치쿠히선(좌)과 공항선(우).


  노선은 달라도 같은 열차를 운행하는 치쿠히선과 공항선. 하지만 같은 열차라고 하더라도 정보 표기 방식은 노선마다 달라진다. 그중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소요시간이다. 치쿠히선 구간을 운행할 경우에는 별도로 소요시간 표기가 없는데, 공항선 구간으로 넘어오면 바로 역 아래에 소요시간이 표기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노선 색도 빨간색이었던 치쿠히선과 달리 공항선은 오렌지색으로 바뀐다.

  치쿠히선은 일부 역을 통과하는 쾌속열차로 운행하는 경우도 많지만, 공항선으로 넘어오면 모든 열차가 예외 없이 보통열차로 바뀐다. 이 역시 왼쪽 상단에 표기되어 있다. 물론 역 번호의 디자인도 운영하는 회사에 따라 달라짐을 알 수 있다. 나아가 경계역인 메이노하마역에서는 열차 내 승무 교대도 일어나고 있어서, 열차만 같을 뿐 운영은 완전히 달라진다. 포장지만 같을 뿐, 내용물이 달라진 샘이다.


운영 구간을 넘나드는 JR과 후쿠오카 지하철.


  열차는 다른 회사의 구간까지 넘나들지만, 기관사나 승무원은 다른 회사로 넘어가지 못하는 치쿠히선과 공항선. 우리나라 지하철은 회사 경계가 바뀌더라도 같은 열차라면 승무 교대도 없고, 정보 표기도 동일하다. 하지만 후쿠오카 지하철은 열차는 회사를 넘나들지라도 회사 고유의 특징은 그대로 유지되어야 하는 무언의 약속이라도 있는 것처럼 보였다. 


직결운행하지 않는 하코자키선과 니시테츠 카이즈카선.


  한편 하코자키선도 공항선처럼 노선도를 보면 더 이어지는 사철이 보인다. 하지만 공항선과 달리 하코자키선은 지하철과 이어지는 니시테츠 소속의 카이즈카선은 따로 직결 운행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두 노선이 만나는 카이즈카역의 승강장은 거의 같은 위치에 있지만, 서로의 경계를 넘나들 수 없게 되어있다. 카이즈카역에는 서로의 개찰구를 마주 보고 엇갈린 화살표를 만날 수 있는데, 이 모습은 공항선과 치쿠히선이 만나는 메이노하마역에서 볼 수 없는 장면이기도 하다.


시트 구분이 안 되어있는 공항선/하코자키선 좌석.


  공항선과 하코자키선을 운행하는 열차는 아직까지 푹신한 시트의 좌석을 볼 수 있다. 이 좌석은 따로 좌석 간 구분이 없어서 통상 7명이 앉을 수 있는 좌석이지만 간격을 두고 5~6명이 앉아가는 경우도 많다.


시트 구분이 되어있는 나나쿠마선과 JR 소속 열차.


  하지만 나나쿠마선은 시트 구분이 확실하게 되어있어서 두 좌석을 모두 차지하거나, 애매한 간격을 두고 앉아갈 수 없게 되어있다. 이는 JR 소속의 열차도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의 지하철에서 볼 수 있는 모습과 같은 형태다. 공항선과 나나쿠마선의 공통점이 거의 없어서 그런지, JR이 나나쿠마선과 치쿠히선을 운영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 때도 있다.


출입문만 유리로 개방되어있는 공항선/하코자키선과 JR.


  우리나라 지하철은 전면부의 모습을 담을 수가 없다. 그만큼 기관실을 객실과 완전히 구분해놓았는데, 일본은 지하철은 물론 JR이나 사철에 이르기까지 기관실까지 개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후쿠오카 지하철과 그 구간을 운행하는 JR 열차도 거기에 맞춰서 전면부의 모습을 담을 수 있게 창문이 있다. 그러나 타 지역 지하철과 달리 통로문에 한해서 창문이 있다 보니 전면부 풍경을 감상하는 데는 상대적으로 제약이 있다.


버스처럼 별도 공간이 없는 나나쿠마선 기관실.


  반면 나나쿠마선은 기관실이 별도의 구분이 없이 완전히 개방되어 있다. 예전에 운전석을 따로 분리해놓지 않은 버스를 보는 것 같다. 이곳은 호기심이 많은 어린 친구들이 모여있는 단골 장소기도 하다. 아무리 어두 컴컴한 지하라고 하더라도 앞에 펼쳐진 풍경을 보고 있으면, 바깥 풍경 못지않게 재미가 있다.

  나나쿠마선에는 벽 대신에 출입을 금한다는 경고 푯말만 있을 뿐이다. 기관사 분들이 운행하는데 신경이 많이 쓰이는 환경이지만, 정차 중 어린 친구들과 농담도 나누는 등 여유 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거기에 부응하듯 어린 친구들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지 않으며 안전 운행에 최대한 일조하고 있었다.



* 코로나 19로 인해 도시 별 지하철 탐방은 후쿠오카를 끝으로 무기한 연기하겠습니다.

남은 도시(도쿄, 나고야, 요코하마, 센다이)는 코로나 19가 잠잠해져서 일본 출국이 가능할 때 다시 연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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