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의 선물

은희경

by 거성

- 사랑에 대해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사람만이 쉽게 사랑에 빠지는 것이다.

그리고 사랑을 위해 언제라도 모든 것을 버리겠다는 나의 열정은 삶에 대한 냉소에서 온다.


- 비밀이란 심술궂어서 자기를 절대 보이기 싫어하는 것만큼이나 누군가에게 공유되어지기를 간청하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 나는 내 상처를 건드리는 사람의 의도대로 반응하면서 살고 싶진 않았다.


- 고단한 삶을 벗어난들 더 나은 삶이 있다는 확신은 누구에게도 없다.

그러나 사람들은 떠난다.

더 나은 삶을 위해서라기보다 지금의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아무 확신도 없지만 더이상 지금 삶에 머물러 있지 않아도 된다는 것 때문에 떠나는 이의 발걸음은 가볍다.


- 그가 다시 온 것이 반갑지 않을 뿐 아니라 실망스럽기까지 하다는 걸 깨닫고 나는 어리둥절해졌다.

그럴 리가 없다. 불과 몇 초 전, 저 대문을 열고 들어서기 직전까지도 나는 그를 얼마나 그리워했는가.

나는 나 자신을 주의깊게 들여다본다.

아무리 보아도 나는 허석과의 예상치 않은 재회를 달가워하지 않고 있었다.

나는 아까의 슬픔, 바로 거기에서 이별의 이미지가 완결되기를 원했던 것이다.


- 이별의 슬픔이 무의미해지자 사랑마저 시들해진다는 걸 나는 처음 깨닫는다.


- 사랑이 아무리 집요해도 그것이 스러진 뒤에는 그 자리에 오는 다른 사랑에 의해 완전히 배척당한다.

그것이 사랑이라는 장소가 가지는 배타적인 속성이다.


- 냉소적인 사람은 삶에 성실하다.

삶에 집착하는 사람일수록 언제나 자기 삶에 불평을 품으며 불성실하다.


- 나쁜 사람이 나쁜 일을 저지르면 이야깃거리일 뿐이지만 착한 사람이 나쁜 일을 저지르면 그것은 비극이 되기 때문이다.


- 조용하다는 것은 순리적이라거나 조화롭다는 것과는 상관없이 합의가 빠르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 그의 얼굴을 오려서 소중히 간직해두었다가 사랑이 지나가버린 그 어느 날인가 문득 낡은 신문조각 이상의 의미가 없는 그 종이를 발견하고 그것을 구겨버리게 될 때, 그런 때 찾아드는 아무 쓸모 없는 회한 따위가 달갑지 않았기 때문이다.


- ‘미운 정’의 깊이까지 가지 못하고 ‘고운 정’에서 끝나버린 숱한 풋사랑의 파국


- 이모는 자기 자신의 슬픔 때문에 우는 것이었다.

이모로서는 이 순간이 슬펐고 그 이유가 무엇이든 울 수 있으면 그만이었다.


-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삶이 그렇게 보잘것없는 역할만을 맡기는 한 할 수 없었다.


- 삶도 그런 것이다.

어이없고 하찮은 우연이 삶을 이끌어간다.

그러니 뜻을 캐내려고 애쓰지 마라.

삶은 농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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