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아
# 7.미끄러지는 연습
- 우리는 나란히 얼음 위를 산책했다.
난 일부러 넘어지지는 않았지만 평소보다 부주의한 인간인 채로 걷고 있었다.
넘어질 것 같을 때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말이었다.
최선을 다했다면 난 분명 넘어지지 않았다.
태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얼음 위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은 덕분에 우리는 서로 일으켜주고 옷에 묻은 눈도 털어줄 수 있었다.
해질 때까지 그러다보면 심신이 이완되고 노곤노곤해졌다.
기분 좋게 지친 채로 집에 돌아가 각자의 엄마가 차려준 밥을 먹었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얼음이 넓게 언 날에도 좁게 언 날에도 개울에 갔다.
얼음의 면적이 우리집 화장실만큼 적은 날에도 필사적으로 빙판에 갔다.
굳이 그 좁은 얼음 위를 걸으려고 했다.
안 넘어지려는 포즈를 취하면서.
사실은 미끄러지고 넘어지고 싶어 하면서.
# 9.외박(上)
- 현관문을 열자 거실에는 예쁜 색 전등 하나가 켜져 있었다.
그가 낮에 출근하며 집을 나설 때 모르고 혹은 일부러 켜놓았을 것이다.
그건 내가 사랑에 빠진 동안 집을 나설 때 하는 일과 비슷하다.
밤에 애인이 오겠다는 약속이 딱히 없는 날에도 작고 노란 조명과 디퓨저 가습기를 켜놓고 외출한다.
애인이 안 올 수도 있지만 어쩌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뭔가를 사랑하기 시작한 사람들은 작은 가능성에도 성실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