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쿠니 가오리
- 연애를 하면서 한 약속은 대개 무의미해서,
가령 다른 사람은 절대 사랑하지 않겠노라고 약속했다 한들 소용없는 일이라는 것을 잘 안다.
일이 그렇게 되었다면 그렇게밖에 될 수 없었던 것이고, 또 약속 때문에 그런 기회를 놓치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 들러붙어 있기에 이렇듯 마음이 슬픈 것이다.
정말이지 절실하게 그런 생각을 한다.
그런데도 어쩔 수 없니 들러붙고 만다.
우리 둘은 때로 말로 형용할 수 없이 외롭다 (혼자일 때의 고독은 기분 좋은데, 둘일 때의 고독은 왜 이리도 끔찍한 것일까.)
- 그런 몇 가지 풍경이 있다.
공유하고 있는 기억.
그 무렵 우리는 다른 장소에 있었지만, 만나면 늘 같은 풍경을 보았다.
서로 다른 장소에 있었기 때문에 더욱더.
지금 우리는 같은 장소에 있지만, 서로 다른 풍경을 보고 있다.
- 함께 있고 싶다기보다 함께 있지 않으면 더는 함께 있을 수 없을 듯한 느낌.
함께 있으면서 만난 지 두 달밖에 안 된 연인들처럼 들러붙어 있지 않으면 내 마음을 잃어버릴 것 같다.
함께 있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지 않게 해줘, 하고 생각한다.
절실하게.
- 생각해 보면 다른 풍경이기에 멋진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만났을 때, 서로가 지니고 있는 다른 풍경에 끌리는 것이다.
그때까지 혼자서 쌓아올린 풍경에.
- 함께 살기 전에는, 남편이 만나러 와주면 무척 기뻤다.
만나러 온다는 것은 나를 보고 싶어한다는 뜻이었으므로.
그런데 막상 함께 살기 시작하니 남편이 매일 집으로 돌아왔다.
내가 보고 싶지 않아도 돌아온다.
그게 영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 화해는 싸움의 과정에서 가장 슬프고 가장 절망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 화해란 요컨대 이 세상에 해결 따위 없다는 것을 아는 것이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 사람의 인생에서 떠나가지 않는 것, 자신의 인생에서 그 사람을 쫓아내지 않는 것, 코스에서 벗어나게 하지 않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