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하스 의자

에쿠니 가오리

by 브런치킴

- 나는 어떻게든 해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 나는 그 하얀 웨하스의 반듯한 모양이 마음에 들었다.

약하고 무르지만 반듯한 네모.

그 길죽한 네모로 나는 의자를 만들었다.

조그맣고 예쁜 그러나 아무도 앉을수 없는 의자를.

웨하스 의자는 내게 행복을 상징했다.

눈앞에 있지만, 그리고 의자는 의자인데, 절대 앉을 수 없다.


- 내게 인생이란 운동장 같은 것이다.

입구도 출구도 없고, 물론 어딘가에는 있을테지만 별 의미가 없다.

무질서하고, 전진도 후퇴도 없다.

모두들 그곳에서 그저 운동을 할 뿐이다.

나는 그곳에서, 어쩔 줄 몰라 한다.


- 우리는 돌 벤치에 앉았다.

애인이 내 등을 껴안고, 예쁘다고 말한다.

이 공원에 있는 다른 어떤 여자보다도 예쁘다고.

하지만 나는 그것이 거짓말이란 것을 안다.

나는 입과 눈은 너무 큰데, 입술은 너무 얇다.

그리고 두 팔의 살은 늘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나는 그런 지적은 하지 않는다.

애인이 애써 해준 거짓말 이니까,

달콤하게 그러나 조금은 슬픈 마음으로 받아들인다.


- 몇몇 기억.

불행하지는 않았어도, 충분히 고통스러웠던 그 한없는 시간.

왜일까.

나는 어른인데, 때로 어린애의 시간에 갇혀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 다음에 애인을 만나면 꼭 말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어딘가에 가둘 거면,

그곳이 세계의 전부라고 믿게 해줘야 한다고.

자유 따위 부여해서는 안 된다고.


- 나의 애인은 내가 아름답다고 한다.

내 머리칼을 쓰다듬으면서 더이상 1밀리미터도 길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한다.

당신은 지금 이대로도 완벽하니까, 라고.

속눈썹 숫자 하나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한다.

언제까지, 나는 생각한다.

나는 언제까지 그 사람을, 그런 식으로 착각하게 할 수 있을까.


- 애인이 전부라고 느끼는 것이 아니라 애인과 함께있는 내가 전부라고 느낀다.

나는 그것을, 외롭다고 해야 하는지 충족돼 있다고 해야 하는지 몰라 혼란스럽다.


- "더 가까이 와" 나는 말했다.

"당신이 멀리 가버리면, 난 다 잊어버리니까."

그말의 의미에, 나 자신이 두려워 진다.


- 그 캐러멜.

한 상자만 있어도, 그저 단순히 행복했다.

앞일은 너무 허황해서, 걱정도 되지 않았다.

동생은 갓난아기였고, 옆의 애인은 없었다.

그래서 캐러멜만 있으면 좋았다.

그때 캐러멜은, 정말 나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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