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빨강

오르한 파묵

by 브런치킴

- 나는 이스탄불에 남아 있는 내 어린 시절 연인의 얼굴을 서서히 잊어가고 있음을 깨달았다. 나는 커다란 당혹감을 느끼며 그녀의 얼굴을 기억해 내려고 애썼지만, 내가 그녀를 얼마나 사랑하든 이제는 볼 수 없는 그 얼굴을 잊을 수밖에 없음을 알았다. 동쪽의 고장에서 서기관으로 일하고 여행을 하며 파샤들을 위해 일했던 그 시절, 6년째가 되자 내 상상 속의 그리운 얼굴을 더 이상 이스탄불에 있는 그 얼굴이 아니었다.


8년째에는 잘못 기억하고 있는 그 얼굴조차 다시 잊혀지고 또 다른 얼굴이 만들어졌다.


그리하여 12년 후, 서른여섯 살이 되어 이스탄불로 돌아온 나는 내가 사랑한 얼굴은 이미 오래 전에 나를 떠나버렸다는 사실을 가슴 아프게 받아들여야만 했다.



- 정말로 불행한 일은 늙어서 추해지고 남편이 없거나 가난해지는 것이 아니라, 아무도 나를 질투하지 않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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