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유턴은 후진이 아니라 직진일 뿐이야.

다시 돌아온 곳에서.

by DAEHAN

유턴청년. 수도권 등 다른 지역에서 살다가 원래 살던 지역, 특히 지방으로 돌아온 청년들을 말한다.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서는 연일 거세지는 청년유출을 조금이라도 막아보고자 떠난 청년들을 말 그대로 ‘유턴’ 시켜보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다만 실효성이 있는 지는 잘 모르겠다.

4년간의 서울 생활을 마치고 부산으로 돌아온 것이 지난 3월이었다. 나에게 부산은 어머니의 고향이자, 대학생활과 초기 직장생활까지 12년을 보낸 곳으로, 고향은 아니지만 고향 같은, 언제나 살고 싶은 도시다. 따라서 나는 정책에서 말하는 서울에서 지역으로 돌아온 ‘유턴청년’인 것이다.

보통 언론에서 유턴청년하면 꽤나 성공한 젊은 기업가이거나, 큰 기업에서 화려한 경력을 보유했지만 과감히 지역에서의 도전을 천명한 내 또래의 사람들이 진지한 표정과 함께 신문에 등장하고는 하던데, 5개월여의 시간이 지난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나의 ‘귀환’은 그렇게 화제가 될 만한 유턴도 아니었다. 지금까지도 내가 부산에 내려온 것을 아직 모르는 지인들이 더 많다.

7평 원룸생활의 청산과 함께 조금은 넓어진 집에서 안락하지만 치열한 지역생활을 시작했다. 지인들과의 만남이 서울에선 이벤트였다면, 이젠 일상처럼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고, 가족들과의 시간도 조금씩 늘어나게 되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바다를 볼 수 있게 되었고, 마음을 조금만 더 먹으면 바다를 보며 맥주도 함께할 수 있게 되었다. 다만, 예전보다 가난해진 것은 문제다.

금의환향의 꿈을 안고 떠났던 서울은 직업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으나, 장기적인 목표를 세우기에는 지역과 똑같이 어렵긴 마찬가지였다. 오래 살아가고 싶은 곳이 어디일까 고민해보니 역시 다양한 추억들이 많은 부산이었다. 당장은 어렵더라도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은 곳에서 해보자는 결론에 이르렀다. 결국 오랜 고민 끝에 동료와 새로운 사업체를 만들어내었고, 다시금 운동화 끈 꽉 메고 달리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유턴은 표면적으로는 유턴으로 보일지 모르겠으나 이빨 꽉 깨물고 달리는 사실상 ‘직진’에 가깝다.

5개월 정도 다시 살아본 지역도 상황이 상황인지라 역시 쉽지 않다. 불편한 대중교통, 부족한 콘텐츠, 무너진 일자리 등 그리고 무엇보다 견디기 힘든 건 미묘하게 자리 잡기 시작한 일종의 ‘패배감’이다. 바뀌지 않는 사람들은 늘 같은 말을 내뱉고, 그 틈바구니에서 기회를 잡기 어려운 청년들은 기성세대에 붙어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그리고 새로운 대안으로 지역에서의 삶을 일구어 나가보려 하는 사람들은 무더운 부산의 여름 날씨만큼이나 지친 것 같다. 나의 유턴이 정말 삶에서의 ‘후진’이 된 것만 같아 당황스러울 때도 있다. 그래도 아직은 멈추고 싶지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을 떠나보기도 하고, 치열하게 살다가 다시 돌아와 보니 느낀 것은, 나는 멈춘 적이 없었다는 사실이었다. 코로나로 모든 업무가 멈추었을 때도, 서울에서 새로운 업무에 적응해야 했을 때도, 대학원에서 하고 싶었던 학업을 이어나갔을 때도, 사는 지역은 바뀌었을지 몰라도 나는 늘 열심히 달리고 있었다. 유턴청년이라는 말에 괜히 낯선 불편함을 느끼는 이유는 결정적으로 청년들에게 역할을 맡기지 않으면서 정착지원금 혹은 근속장려금이라는 말로 일시적인 지원에 머물고 있는 것 같아 아쉬움이 큰 지도 모르겠다. 또한, 몇몇 유턴청년의 성공담을 통해 ‘너두 할 수 있어!’와 같은 안일한 언론의 태도는 그 와중에 열심히 직진 중인 지역청년들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한다. 돌아온 유턴청년들이 다시 수도권으로 유턴하는 ‘유턴의 유턴청년’들도 늘어나는 현상 역시 이를 뒷받침하는 사실일 것이다.

나의 유턴이 ‘실패’로 비춰지지 않으면 좋겠다. 사람들이 지역으로 이주하는 것이 자신의 필요에 따라 이동하는 것이지, ‘보다 여유로운 삶’과 같은 한정적 이미지로 소비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국사회에서 청년을 논할 때 치열하지 않은 곳이 있을까. 오늘도 수많은 친구들이 자신만의 속도로 직진을 행하고 있다. 당신의 방향이 유턴이든, 직진이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응원일 것이다. 언젠가 원하는 목적지를 만나는 순간에 뒤를 돌아봤을 때 오늘의 이 혼란과 어려움이 당신이 걸어온 길 위에서 반짝이고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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