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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손가락을 보시나요?

Written by 동재

“난 달을 가리켰는데, 보라는 달은 안 보고 달을 가리키는 내 손가락만 보는구나”

살면서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유명한 불경 구절이다. 정작 중요한 진리(달)는 보지 못하고, 그걸 전달하는 글자(손가락)에 목매는 불자들의 마음을 경계한다. 그렇게 우린 얼마나 많은 것들을 놓쳤는지, 놓치고 있을까.


이 글은 당신과 내가 놓치고 있는 또 다른 달과, 손에 대한 얘기이다. 기후위기를 홀로 얘기해온 소녀에 관한 얘기이기도 하다.


스웨덴의 청소년 환경운동가인 그레타 툰베리를 당신은 어떻게 알고 있는가? ‘일회용품 쓰는 위선자’, ‘공부도 제대로 하지 않고 감성을 호소하는 선진국 소녀’,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 ‘개도국의 현실은 생각하지도 않는 철없는 아이’ 등 여러 수식어들을 들어보진 않았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이 질문에 답해보자. 당신이 이때까지 들은 것 중, 본질적인 것들은 얼마나 있었나. 툰베리의 연설들이 뿌리를 두고 있는 과학자들의 논문들을 읽어는 보았나. 언론에 비춰진 툰베리의 모습은 ‘달’을 가리키고 있나, 아니면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을 집요하게 비추는가.


다큐멘터리 ‘그레타 툰베리’의 배경이 되고 있는 2018년과 2019년 툰베리가 선진국 유럽을 돌며 전달하는 메시지는 툰베리의 메시지는 간결하다. 영국과 EU, 미국 등 기후위기의 책임을 지고 있는 선진국들이 나서서 기후위기에 대응할 것을, 우리에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그렇기에 학교를 빠질 수밖에 없었음을, 수차례의 연설들로 설파한다.


툰베리의 연설은 전 세계 과학자들의 합의를 기반으로 도출된 IPCC(기후변화에 관한 국제 간 패널)의 보고서들을 기반으로 작성된다. 대부분의 시간들을 툰베리는 관련된 과학 서적들을 독파하는데 시간을 쓴다. 그런 점에서 툰베리 자신도 ‘한 가지에 집중하면 그것만을 집요하게 파는 너드(nerd) 같은 성격의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게 좋다’고 얘기한다.


영화는 러닝타임 내내 지속적으로 기후변화라는 인류가 마주하고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얘기하는 툰베리와 동료 청소년들과, 그것을 부정하고 툰베리라는 메신저를 집요하게 공격하고 깎아내리는 언론과 권력자들을 비춘다.

툰베리가 얘기하는 기후위기의 엄연한 과학적 사실은, 우리에게 3000억 톤가량의 온실가스를 더 배출할 수 있는 여분이 남았다는 것이며, 여전히 매년 400억 톤이 넘는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슬픈 사실이다.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요구하는 손가락들이 많아졌다. 단 한 명의 시위에서 시작한 ‘기후를 위한 등교거부’ 시위는 2019년 말 전 세계에서 700만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집회로 확산됐다. 하지만 여전히 당신이 달을 외면하고 그걸 가리키는 손가락에 묻은 떼만을 보려고만 한다면, 부끄러운 줄 아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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