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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성폭력 가해자의 대처법

가해자의 지랄도 풍년이다.

10년 넘게 알고 지낸 여직원이 있다. 평소에 일도 잘하고 씩씩해서 같이 근무하면 너무나도 든든한 동료이자 벗이다. 뭇 남자들도 못하는 바른 소리를 잘하는 타입이라 윗사람들이 어려워할 때도 있지만,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 중 사리에 맞지 않은 말은 없다.


평소 직장 내 성폭력에도 관심이 많아서 사내 성폭력 강사로 활동한 지도 꽤 됐고, 외래 강사로 초빙받아 타 회사에 출강을 나갈 정도로 능력이 많은 직원이다.


하지만 그런 그녀도 직장 내 성폭력은 피해 갈 수 없었나 보다. 6살 어린 후임 직원이 새로 그녀의 자리로 옮기게 되어, 인수인계를 던 중 그가 그녀의 허벅지를 만지는 사달이 일어났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처음에는 실수인가 해서, 허벅지에 손을 올리고 있는 그에게 손 내리라고 정중히 얘기했으나, 그는 마치 실수라는 듯 사과도 하지 않고 몰랐다고 얼버무렸다고 했다. 처음은 실수일 수도 있겠거니 했지만 다시 그녀의 허벅지에 손을 올려놓기에 그녀는 정색하고, 그에게 손을 내리라고 2차 경고 후 업무인수계를 대충 마친 후 자리를 피했다고 했다.


그리고 얼마 후 익명의 사내 신고로 그녀의 사건이 회사 감찰팀에 알려지게 되었고, 그녀는 조금 고민하다 피해사실을 신고했다. 그는 그녀의 신고로 감찰조사를 받았지만 변호사를 대동했고 끝까지 조사를 거부하다 마지못해 조사를 받은 후 징계를 받았다.


공교롭게도 나는 가해자와 한 부서에서 근무해 본 적이 있었다. 그는 직장 내에서도 나이에 비해 욕심이 많기로 소문 나 있어 윗사람에게 잘하는 해바라기형 타입으로, 권모술수가 능수능란해 도움이 되는 선배에겐 간 쓸개 내어줄 듯 하다가고 도움 안 돼 보이는 선배는 사람 취급도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는 계속 고속 승진하다가 그녀에 대한 직장 내 성폭력 사건으로 인해, 출세길이 막히게 된 마당이었다. 직장 내에서 그의 범죄 행위가 알려졌고 알만한 주위 사람들은 다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런 것이었을까. 명백한 가해자였던 그는 그녀가 형사고소를 하자 변호사를 대동해 출석을 거부하고, 수사기관을 상대로 갖은 핑계를 대며 온갖 민원을 넣었다. 그리고 회사 감찰팀에 그녀의 평소 근무 태도, 업무 실수 등등 먼지털이식으로 온갖 것들을 끄집어내어 그녀를 조사해 달라고 진정을 넣었다고 한다.

만약 진정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을 경우 변호사를 고용해 회사 감찰직원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겠다는 엄포까지 놓으면서  말이다.


그의 행각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고, 6살이나 많은 늙은 여자를 자기가 왜 성추행 하겠냐며 지인들에게 그녀가 마치 승진이 빠른 자기를 시기질투해서 있지도 않은 사실을 만들어 낸 것처럼 뭔가 엄청난 음모와 모략이 있는 것처럼 사실을 호도했고, 그녀의 평판을 떨어뜨리기 위해 온갖 허위의 사실을 만들어 그와 친한 지인들에게 거짓 사실을 전파해 2차 가해를 서슴지 않았다.


나는 그에게서 얘기를 들은 다른 직장 동료들에게 그의 변론에 대한 얘기를 들을 때마다, 그의 얘기는 다 거짓말이라고 대변하곤 했지만 의심은 작은 씨앗만으로도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지듯 사실이 아닌 얘기가 마치 사실처럼 직장 내에서 퍼져만갔다.


일련의 사건들이 마치 데자뷔 같았다. 왜 직장 내 성폭력 가해자들의 대처법은 이다지도 뻔하게 수법이 같은 것일까?


회사의 이사급이었던 관리자가 몇 해 전 노래방에서 여직원 5명을 추행하고, 성희롱하는 사건이 벌어져 형사처벌을 받고 징계를 받아 퇴사한 사례가 있었다. 그는 그의 지위를 이용해 사건을 무마해 주면 승진시켜 주겠다는 등 여직원들을 회유하기도 하고, 막상 징계가 결정되자 뭔가 그녀들을 뒤에서 조종한 세력이 있다는 듯이 없는 음모를 만들어 내고 위해 세력을 창조해 냈다. 결국 징계에 불복해 소송까지 갔지만, 엄청난 변호사 비용만 깨지고 소송해서 져 조직을 떠나게 되었다. 하지만 그가 남긴 상흔은 아직도 그 여직원들을 괴롭히고 있다. 그의 추종세력이 회사에 아직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사람들이었다면 가해 행위를 인정하고, 사죄하며 석고대죄를 해도 모자랄 판이다. 하지만 가해자들은 늘 하나같이 자신의 가해행위를 합리화하기 위해 핑계를 대고, 없는 사실을 만들어내고 너 죽고 나죽자는 식으로 피해자를 곤경에 빠뜨려 위기를 벗어나고자 한다.


그런 그들을 이해할 수도 없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지만 적어도 사람이라면 성인군자는 아닐지라도 적어도 사람으로서의 흉내라도 내야 하는 것이 이치에 맞는 것이 아닐까?


용서받지 못할 직장 내 성폭력 가해자와 그녀의 지난 한 싸움은 어쩌면 지금부터가 시작일 수 있겠다. 그녀에 대한 감찰조사가 어떤 식으로든 결과가 나오면 그녀도 가만히 있지는 않겠지. 물고 물리는 사건이 될 수밖에 없지만 어쨌든 아무 죄도 없는  피해자만 더 피해를 보는 꼬락서니 아닌가.


동료로서 친구로서 그리고 상사로서 그런 그녀를 지켜주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고 미안할 뿐이다. 지금은 그저 그녀가 가해자의 대처법을 잘 파훼해서 끝까지 싸워 이겼으면 하고 바랄 뿐이다.

그녀가 이 지난하고 역겨운 전투를 끝내고 승리하면 그녀의 머리에 월계관을 씌어주고싶다.


인생은 짜장면 같아서 온갖 일들이 다 섞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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