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시작
집에 돌아와 씻고 내일 출근할 준비를 했다.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그와 만난 오늘 일이 자꾸 되새김질 하듯 떠오른다. 옷 스타일도 내 맘에 들지도 않았고 영화도 내 스타일도 아니었는데 오늘 만난 그 짧은 시간이 영화 필름처럼 이미지가 떠오른다. 이것저것 하다 보니 새벽이 훌쩍 넘은 시간이었다. 내일 출근을 위해 침대에 누웠는데 그에게서 카톡 메시지가 왔다. 그는 계속 '사내연애'에 대해서 내 의견을 물어본다.
그가 애매하고 헷갈렸다. 그래서 내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아, 진짜! 답답하시네요.]
[뭐가?]
[좋으면 좋다고 그냥 얘기하세요.]
그가 뜨끔했는지 한동안 대답이 없다.
[나랑 만나볼래?]
20여분의 정적 후 온 그의 메시지이다. 그 순간, 소심한 그에게 장난을 치고 싶어졌다.
[음, 전 좀 생각해볼께요^^]
[헐]
그는 본인이 생각한 대답이 아니었는지 놀란 눈치였다. 소심한 그에게 더 이상 실망감을 안겨주고 싶지 않아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
[장난이에요. 한 번 만나볼게요.]
집에 돌아오니 왠지 모를 긴장감이 쭉 풀렸다. 몸은 피곤한데 아까 연달아 마신 커피 때문인지 잠이 오지 않는다. 그녀도 오늘 나와 만난 것이 즐거웠을까?
사내연애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으니 내가 후보자에 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에 대해서 궁금증이 많아 이것저것 물어보니 그녀가 나에게 '답답하다.'고 말한다.
내가 무엇을 답답하게 했는지 전혀 모르겠어서 뭐가 답답하냐고 물어보니 '좋으면 좋다'고 말하란다.
강력한 펀치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뭐라고 메시지를 보낼지 괜히 글자만 썼다 지웠다 반복했다. 모르쇠로 나갈까 아니면 나도 펀치를 날릴까. 에라, 모르겠다.
메시지를 보내고 눈을 질끈 감았다.
[음, 전 좀 생각해볼게요.]
으악, 더 강력한 펀치 한 방이다. 그렇지만 그녀가 장난친다는 것쯤은 벌써 파악했다. 그리고 그녀는 나의 마음을 받아주었다. 처음으로 회사가는 내일이 너무 기다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