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 이후로 몇 번인가 더 정신과에 방문했다. 진료는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 다른 병원들과 차이는 거의 없고, 어떻게 보면 내과진료와 같은 선상에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약을 몇 번 먹던 나는 결국 끝까지 진료를 받진 않았다.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 번째는 약값과 진료비가 너무 비쌌다. '몇 십만 원씩 내면서 치료를 받을 값어치가 있나?' 싶었다. 두 번째는 약의 효능이었다. 몇 가지 후기를 찾아보니 자신에게 맞는 약을 찾아가는 과정이 꽤나 길다고 하는데, 나는 약을 먹어봐도 일상생활이 달라진다는 못 느꼈고, 효과가 없다고만 반복하니, 용량을 계속 늘려가기만 했다. 약을 먹으면 잠이 쏟아지는 수준이 아니라 3일 밤새고 자는 것처럼 잠이라기보다는 마치 사경을 헤매는 느낌이었다. 안 그래도 밤에 못 자고 못 일어나는데 오히려 일상생활에 지장만 가게 되었다. 당시에 일을 하고 있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내가 무기력증 때문에 간 것이었는데 약 핑계로 더 아무것도 안 하게 되는 사람이 되는 기분이 들었다.
마지막으로는 병원에 대한 불신이다. 아직 내가 다른 곳들을 다녀보지 않았고, 확증편향이 심한 사람으로서 이는 잘못된 이야기인 줄은 알지만, 아직은 내 생각이 너무 강해서 내 의견과 맞지 않는 병원의 의견이 내게 깊게 생각해주지 않는다고 느꼈었다. 이번이 내가 정신과에 방문한 지 2번째였는데, 처음 방문했던 곳에서는 내 이야기를 듣고서는 바로 추천서를 써주었다. 대학병원에 가서 상담을 받아보라는 권유였다. 그때의 나는 지금보다도 더 성숙하지 못해서 정신과에 대해서 선무당 취급을 하고 있었는데, 무슨 의사가 증상 조금 듣고 다른 병원을 가라고 하는지에 대해서 많이 안 좋은 시선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내가 그렇게 느낀 이유는 아마 너무 상담 시간이 짧아서였던 것 같다. 실제로 몇 분 되지 않고 끝나서 내가 "끝이에요?"하고 되물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이번에 갔던 곳에서는 정말 많은 검사를 하고, 비용을 내고, 오랜 시간 이야기를 했다. 결과는 그냥 ADHD와 함께 자잘한 우울증이나 강박 같은 것이 있고, 문제가 없다고 했다. 보통 ADHD와 동반되는 증상들이라 ADHD를 치료하면 된다고 했다. 오히려 그래서 더 불신이 생긴 듯하다. 첫 번째 병원에서는 듣자마자 대학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고, 두 번째 때는 아무 이상 없다고 하는 것에 잘 믿지를 못했다. 상담 내용도 나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내면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것들은 제외하고 단순히 내과처럼 상담이 진행되었다고 생각이 들었다. 다시 생각해 보면 남을 믿기보다는 내가 언제나 그러면 그런가 보다고 생각하지 못하는 것에서 기인한 것 같다. 나 스스로도 아직 이런 부분에서 어리다고 느낀다. 큰맘 먹고 정신과를 가면서 기대했던 것들과는 조금 달라서 나는 치료를 받지 않았지만 꽤나 시간이 지난 뒤에 다시 한번 가볼 의향은 있다. 내 생각에는 그때도 ADHD 때문에 치료하고 싶어서 간다기보다 궁금해서 가볼 것 같다. 실제로 길게 치료를 받게 되면 어떻게 사람이 변하는지 실험을 해보고도 싶고, 지금의 나와 내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도 알고 싶다.
그래서 결국 ADHD라서 나는 내 삶이 불편했는가? 나는 적지 않지만 짧지도 않은 내 인생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모두가 다 그렇게 사는 줄 알았어서 별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와 생각해 보면 그 모든 것들이 불편이었던 것이구나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가진 과민성 대장증후군처럼 편함을 못 느껴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행했는가? 에 대해서는 확실히 그렇지 않다고 대답할 수 있다. 나는 나를 실수를 하지 않는 사람으로 만드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제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해서 적어보려고 한다. 진단을 받고 ADHD에 대해서 조금 찾아봤는데, 나는 증상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불편했던 모든 상황을 나만의 규칙을 만들어가며 해결했기 때문에 문제 없이 살았던 것이었다. 공신력도 없고,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지만 그래도 도움이 되는 사람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적어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