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나에게 따라붙었던 이명이 있다. 바로 '븅신'이었다. 이유는 모든 분야에서 신체적 개입이 들어가면 윽,엑. 거리기 때문이었다. 체육이든, 음악이든, 미술이든 심지어 게임이든 뭘 해도 잘하질 못했다. 예를 들면 중학생 때, 50분 동안 아무 말도 안 하고 그렸던 그림을 제출하니까 또 장난치냐면서 나한테 나무숟가락을 던졌던 미술선생님이 기억난다. 나는 50분간의 노력보단 모든 사람들이 다 웃었단 것에 만족하며 그날 이후로 20살까지 미술은 거들떠도 안보는 흑백 프린터의 삶을 살았다. 그만큼 나는 사람이 행동하는 모든 것에 어설펐다. 다행히 그런 것으로 상처를 받고 자존감과 열등감에 사무치기보다는 쿨하게 인정하며 오히려 뒤에서 일등이라는 대단한 생각의 반전으로 뿌듯해했다. 그렇게 나는 아무도 따라올 수 없는, 어떤 범접할 수 없는 '못함'으로 내 정체성을 확립해 나갔다.
물론 언제나 못하는 이미지로만 살 수는 없었다. 너무 심하게 그런 모습만 보여주면 웃긴 것이 아니라 우스운 사람이 된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 신체적 개입이 있는 활동을 할 땐 언제나 뭔가 있는 듯이, 연기하며 무게만 잡고 안 하면 되었다. 귀찮아서 안 한다는 포지션으로 살았다. 기본적으로 당시의 나는 시니컬한 모습이었기 때문에 잘 먹혀서 고등학교를 기점으로 나를 '병신'이라 부르는 사람들은 없어졌다. 딱히 체육활동 시간에 체육을 하지 않는다 해서 체육을 못하는 것은 아니라는 어떤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고등학교 체육 첫 시간에 수업 끝나고 반으로 돌아가기 위해 달리다가 십자인대가 파열되어서 다리를 깁스한 나는 체육을 하지 않을 명분마저 있었다. 하지만 이런 연기로 피하기만 하는 사람에겐 피할 수 없는 시련은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렇다. 나는 군대에 입대하게 되었다.
군대에 입대한 나는 처참한 체력을 자랑했다. 언제나 꼴등, 그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뒤에서 1~3등을 다투었다. 나는 그때 깨달았다. 내 재능이 그냥 학교에서 못하는 수준이 아니라 전국구 수준이었다는 것을. 다행히 오기와 근성은 남부럽지 않아서 내가 하는 것을 보고 당시 여군이었던 소대장이 눈물을 글썽이기까지 했던 기억이 있다. 그만큼 처절했기 때문이다. 누가 봐도 얘는 열심히 하려는 데 안 되는 게 보여서 크게 혼나진 않았다. 문제는 훈련소를 마치고 자대에 들어갔는데, 내 겉모습만 보고 수색대에서 뽑아갔다는 것이다. 다른 것은 몰라도 확실한 것은 수색대는 그 부대에서 가장 신체적 활동이 많은 부대였다. 처음 수색대에 들어오라는 권유에 "너무 감사한데, 살면서 팔 굽혀 펴기 한 개도 성공해 본 적 없어 걱정된다"라고 했지만 내 진실된 말이 그들에게는 '또ㅡ, 또' 도망가려고 하는 거짓말인 줄 알았다고 한다. 순도 100% 진실된 말이라는 것을 깨달은 사람들이 하나 둘, 이마를 치고, 한숨을 쉬며 대책 회의를 하는 것을 본 나는 본능적으로 느꼈다. 이제 정말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는 것을.
이쯤에서 ADHD 극복기에 대해 이야기를 하겠다는 사람이 왜 자꾸 못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지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 사람이 극복을 해야 할 때는 불편을 느끼는 순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 생각에 ADHD라는 것을 몰랐던 사람이 불편을 느끼게 되는 순간은 누군가가 나를 평가하고 있을 때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렇지 않은가? 잘하고 싶은데 실수를 하는 상황은 아무도 원하지 않는다. ADHD는 그런 상황이 자꾸만 발생한다. 남들 앞에서 자꾸 실수하고, 물건을 잃어버리고, 하나의 일을 끝내지 못해서 불편을 겪는 사람은 온전히 나 혼자 있을 때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실수하면 다시 해도 되고, 잃어버리면 다시 구하면 되고, 끝내지 못한 일은 언젠가 마음을 먹게 되었을 때 하면 된다. 하지만 단체 생활에서는 경우가 다르다. 협동이 중요한 일에서는 실수와 타임오버가 용납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ADHD는 실수를 하게 된다. 그것이 내가 느낀 가장 큰 불편이었다. 군대에서는 그런 것들을 구타와 갈굼으로 해결했기 때문이다. 나는 불편을 넘어 살기 위해 미친 듯이 생각을 했다. 그리고 만들어 낸 이 방법을 모든 것에 적용했다. 그 결과 나는 종국에는 최우수 병사로 표창까지 받으며 전역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