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은 뒤에 해야 할 것은 관찰이다. 위에서 잠깐 이야기했듯이 우리는 모든 사람에게서 배울 것이 있다. 내가 살면서 느낀 것은 오히려 나보다 못하는 사람에게서 가장 큰 깨달음을 얻게 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관찰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구분하지 않고 모든 것을 기록하는 것이다. 실수가 많은 사람들은 행동보다 관찰이 먼저가 되어야 한다. 실수가 많은 사람들도 인지하고 있고, 그를 바라보는 주위에 있는 사람들도 인지하고 있는 사실이 있다. 바로 마음만 급하다는 사실이다.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실수를 하는 순간에 내 머릿속이 어떤지. 대부분 생각은 없고 흥분으로 가득 차 있다. 아무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이 맞는 말일 것이다. 그 순간의 그 행동을 해야 한다는 집중력만큼은 아마 그 누구보다 강했을 것이다. 그 결과가 실수로 이어지는 것은 흔한 일이다. 만약 그 흥분된 상태에서 행동을 멈추고 생각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내 생각에도 그 정도로 교정이 된다면 ADHD 판정까지 나오진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내 경우에는 그 상황에서 멈추고 생각한다면 처음 하려고 했던 그 행동에 대한 생각 말고는 아무런 생각도 떠오르지 않고 오히려 아무것도 못하는 고장 난 상태가 되어버리고 만다.
그렇기에 오히려 더 행동하면 안 된다. 행동단계에 들어가기 전에 관찰과 기록이 먼저다. 물론 지금 당장의 결과가 중요하다면 지금 이 방법은 맞지 않다. 빠른 결과가 중요하다면 실수가 중요하지 않다. 계속해서 반복해서 행동하고 숙달될 때까지 생각하지 않는 것이 더 빠르고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실수하지 않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다. 못하는 것은 이미 인정했다.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걸 받아들였다. 그러므로 이제 관찰을 해야 한다. 천천히 성취하고 이해할 준비를 끝냈으니까. 관찰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보이는 모든 것을 적어야 한다는 점이다. 일단 우리는 한 번에 끝내려는 욕망이 있다. 그것을 내려놓고 기록해야 한다. 무슨 말이냐면 관찰단계에서는 이 정보가 필요한지 안필요한지 판단하지 않은 채 모든 것을 기록해야 한 다는 뜻이다. 정보를 파악하는 순간 이건 굳이 필요 없을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동시에 난다. 그러면 그 생각에 또 사로잡혀 내가 필요한 것을 보지 못하고 놓치게 된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관찰 단계에서 내 생각과 주관이 들어가는 순간 정보의 왜곡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처음에 이야기했던 숏츠의 감기 증상과 일맥상통하는 이야기이다. 처음 배우는 사람에게 주관이라는 것은 확증편향을 만들어낼 위험이 있다. 이 일련의 과정에서 이 정보가 가지는 중요도의 크기를 모르기 때문이다. 코로나를 진단할 때, 다양한 증상이 있지만 가벼운 기침과 41도 가까이 되는 고열이 같은 크기의 중요도를 가지고 있지 않는다. 또한 사람은 한 번 생각한 방향으로 자꾸만 확신하게 된다. 잘 짜인 음모론과 미스터리는 까마귀와 배의 상관관계를 완벽히 입증하게 만든다. 그러므로 관찰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자세하게, 얼마나 객관적으로 정보만을 기록하느냐가 중요하다. 내가 영업회사에 다녔을 때, 9년 전 면허를 딴 이후로 단 한 번도 운전대를 잡지 않았었다. 그래서 2주간 회사 선배들의 조수석에 타게 되었다. 그때 나는 선배들의 양해를 구하고 정말 모든 것을 적었다. 심지어 이 선배는 언제 브레이크를 밟고, 언제 사이드미러를 확인하는지, 이 선배는 어느 상황에서 주위를 둘러보는지, 언제 긴장을 하고 언제 푸는지까지 적었다.
물론 나는 이제 이 정도까지 적진 않는다. 늘 적다 보니 어느 순간 비슷한 것들을 반복해서 적고 있는 나 자신이 보였기 때문이다. 세상이 돌아가는 것들이 완전히 새로운 것은 거의 없었다. 근원에 다가갈수록 본질은 비슷해지기 마련이다. 동물과 돌멩이가 아무리 달라도 결국 그 끝에서 다 같은 전자를 사용하는 것처럼. 하지만 아직도 실수가 많을수록 나는 계속해서 적는다. 실수가 많다는 것은 내가 보지 못하고 놓친 것들이 너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많이 적으면 적을수록 이후에 내가 저지를 실수는 적어진다. 더 깊은 이해를 위한 재료들이 많기 때문이다. 요리에서 핵심재료만 있어도 맛있는 요리가 나오지만, 더 깊고 복잡한 맛을 위해서는 다양한 재료가 필요한 것과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