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2) 여행에 도전을 더하며

by 들빛

나 홀로 집에도 아니고, 나 홀로 여행.


원래 계획은 엄마와 떠나는 것이었다. 주변에서 모녀 여행이 그렇게 좋다는 후기를 들을 때마다 '언젠가 꼭' 가고 싶었고 오래전부터 마음에 두고 있었다.


나에게 엄마는 가장 친한 친구다. 늘 고민이 있으면 다 털어놓고, 맛있는 식당을 다녀오면 다음에 같이 가고 싶은 사람 1순위다. 그토록 애정하는 나라에서 내가 경험한 아름다운 것들을 함께 나누고 싶었다. 모르는 곳을 함께 헤매는 게 아니라 나만 따라오면 되는 여정을 꿈꾸었다.


처음 모녀 여행 이야기를 꺼냈을 때 엄마는 얼떨결에 가겠다고 했다. 몇 주를 진지하게 고민해 보더니 결국 타이밍이 아니라며 고사했다. 아직 당신의 나이(?)가 창창하니 또 기회가 있을 거란다.


원하는 대로 되는 일이 어디 있나. 못 간다는 말을 들었을 땐 서운하고 속상했지만, 항공권은 이미 끊어둔 뒤였다. 취소하기엔 마음이 이미 스위스에 가 있었다.




그동안의 스위스 여행에는 늘 누군가와 함께였다. 남편과, 아이들과, 친구와. 이번엔 달랐다.


나는 '혼자서도 잘해요'의 정반대 사람이다. 카페에 앉아 책을 보는 정도는 할 수 있지만, 혼자 밥 먹는 건 아직 어렵다. 혼자 외박을 한다는 것 역시 내 인생에 전무하다. 하물며 타지에서 2주를 보낸다니. 과연 해낼 수 있을까.


먼저 떠오른 걱정은 안전이 아니었다. 스위스는 치안이 좋은 나라다. 여러 번 경험했기에 그 부분은 안심했다. 머릿속을 맴도는 건 전혀 다른 질문들이었다.


심심하지 않을까, 아프면 어떡하지, 무슨 일이 생기면 누구에게 말하지. 누가 나를 지켜주지.


아니, 누가 나를 지켜. 내가 지켜야지?!




쫄보면서도 여행 계획을 취소하지 않은 이유는 단순했다. 퇴사하기까지 오직 여행 하나만 바라보며 견뎠다. 출근길에도, 퇴근길에도 계속 스위스를 떠올렸다. 취소하는 순간, 그동안 버텨온 모든 것이 한꺼번에 무너질 것 같았다.


비행기 예약은 출발 세 달 전까지만 무료로 취소할 수 있었다. 어느새 위약금을 물어야 하는 시점에 이르렀다. 결국 취소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 되려 마음이 편해졌다. 내 속도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 피곤하면 쉬고, 가고 싶으면 가고, 누구 눈치도 볼 필요가 없다는 것. 혼자라서 가능한 자유가 있어 떠나기 전부터 신이 났다.


물론 두렵기도 했다. 남이 숙소 문을 열지 못하도록 막아주는 도구를 검색하고 있었으니.




불안과 설렘 사이를 오가다 출발일이 다가왔다. 처음엔 그저 스위스가 좋아서, 보고 싶어서 가고 싶었다. 딱히 의미를 부여하지 않은 것이다.


여행 준비를 하다 보니 자연스레 욕심이 생겼다. 이왕 떠나는 거, 작은 키워드 하나쯤은 정해보기로. 가족이나 친구가 늘 곁에 있었지만 이번엔 좀 다른 여행이니까.


'도전'.


외로움, 심심함, 새로움, 즐거움 등 여러 감정들을 끊임없이 겪어 갈 여행. 정해 놓은 '도전'에 부합할지, 전혀 다른 걸 마주할지 모르겠다.


아무튼 가기로 했으니, 됐다. 이제 준비할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