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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댕 Jul 29. 2020

<작은 것부터> 들어는 봤나, '면' 휴지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기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지인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 작은 것부터 실천해보고 싶어도 뭐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이었다. 물어오는 사람들에게 그때그때 생각나는 대로 몇 가지 얘기해 준 게 전부였다. 언젠가는 꼭 하나씩 기록으로 남겨보고 싶었는데 요즘 작심의 시기인 건지 드디어 글을 쓸 마음이 생겼다.    



작년에 내가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가장 먼저 했던 일이 무엇인가 떠올려 봤다. 일단 식탁 위 갑 티슈와 물티슈를 없앤 것. (아직 화장실에서 볼일 보고 사용하는 화장지는 포기하지 못했다.)


물티슈랑 갑 티슈를 사용하지 않으면 도대체 뭘로 닦으라고? 당황하는 이들에게 '면' 휴지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면 휴지는 특별한 게 아니다. 꼭 새로 살 필요도 없다. 집에 굴러다니는 안 입는 면 옷이나 면 손수건 등이면 충분하다. 


아이를 키우면서 특히나 물티슈 없이 못 살 줄 알았는데, 물을 그때그때 묻혀야 하는 순면 건티슈를 한동안 사용하다가 최종적으로 그마저 내려놓고 현재는 식탁 위에 모아 놓은 천 조각들을 사용하고 있다.



자, 정학한 수치로 계산된 건 없지만 대충 4인 가족 기준으로 생각해보자. 식구 수 당 하루에 사용하는 휴지(화장지 제외)가 평균 5장씩일 경우 매일 총 20장이 버려졌을 것이고, 일주일이면 140장, 한 달이면 560장인 것이다. 이것도 최소한의 수량으로 계산해 보았고 물티슈 사용량은 고려하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4인 가족이 1년 동안 사용하는 휴지는? (정답:  약 6,720장) 휴지 사용을 줄여야겠다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든다면, 제로 웨이스트 초보자로서의 자격이 충분하다!



1년 반 넘게 '면' 휴지를 사용하면서 단 한 번도 귀찮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솔직히 조금은 불편하게 사는 걸 기꺼이 감수하겠단 마음가짐은 늘 갖고 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휴지를 사용하지 않아도 번거로울 이유가 전혀 없다. 다 쓴 휴지를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 대신 면 휴지를 일회용 휴지처럼 하나씩 사용하고 한쪽에 잘 모아두었다가 빨래할 때 같이 돌려주면 되니 말이다.



나의 주장을 뒷받침해줄 만한 근거 자료를 제시해보고자 한다.


실제로 우리 집에 와서 식탁 위에 놓여 있는 천 쪼가리들을 보고 각자의 집에서도 휴지 사용을 줄이기 위해 '면' 휴지를 사용한 지인들의 인증 사진이다. 감히 자부하지만, 누구나 단 한 번의 행동으로도 손쉽게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큰소리 칠 수 있다. 여기서 '외출할 때 손수건 1-2장 정도 가방 속에 챙겨 나가기' 정도가 '면' 휴지 활용법의 확장 편이라 할 수 있겠다.


비록 나는 하루아침에 모든 쓰레기와의 이별을 선언하며 초 극단적인 지구 지킴이가 되었지만, 사실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뭐라도 작은 것부터 함께 실천하길 바라는 마음이 무척 크다. 그 첫걸음으로 썩지도 않는 물티슈나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휴지 대신 집에 안 쓰는 면 조각들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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