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공부를 곧잘 했다. 중학교 때는 내가 푼 시험지를 가지고 반 친구들이 정답을 맞춰봤고, 고등학교 때는 전교에서 주로 2등을 많이 하였다. 독보적인 전교 1등인 친구와 격차가 꽤 컸지만 그래도 내신 1등급이라는 사실에 그럭저럭 만족했다. 그리고 전교 1등이었던 친구는 서울대 법학과, 그리고 주로 전교 2등이었던 나는 서울대 사회과학대학에 입학했다.
학창 시절에 나는 특별한 장래희망이 있지 않았다. 단지 목표가 있었다면 '서울대'에 들어가는 것 뿐이었다. 삶의 유일한 목표였던 서울대에 들어가니 얼마나 신이 났겠는가~ 학교 잠바를 사 입었고 학교 가방을 사가지고 매고 다녔다. 나는 내가 빛나는 별이 된 줄 알았다.
그런데 전국에서 내로라 하는 아이들만 모인 집단이다 보니 고등학교 때와는 경쟁의 강도가 차원이 달랐다. 고등학교 때 전교 1등이었던 친구 같은 아이들이 과에 많이 있었다. 나는 아무리 해도 그 녀석들을 따라잡을 수 없었다. 물론 당시에 목숨을 걸고 엄청 노력했던 것은 아니다. 적당히 열심히 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나는 평범한 S대생이 되어갔다.
대학원에 진학했는데 대학원 공부가 영 맞지 않았다. 나는 그동안 사지선다에서 정답을 찾는 시험 공부에만 특화되어 있었고, 스스로 연구 주제를 정해 깊이 파고드는 공부에는 익숙하지 않았다. 아니 아주 잼병이었다. 인생의 항로를 대폭 수정해야 했다. 박사가 되는 길이 아닌 취업의 길을 선택했다.
이 때는 꽤나 절박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대학원 재학 때 결혼을 했던지라 내게는 자식까지는 아니지만 '처'가 딸려 있었다. 하루종일 도서관에 틀어박혀 토익을 준비하고 상식과 논술을 준비했다. 그렇게 몇 달 여, 나는 OOOOO라는 꽤나 근사한 직장에 취직할 수 있었다. 아내는 정말 기뻐했다. 싸이월드에 남편 자랑도 하였다. 나는 다시 내가 빛나는 별이 된 줄 알았다.
내가 OOOOO에 들어가고 나서 3년 정도 후에 OOOOO는 XXXXX와 통합을 해버렸다. 나의 신분이 갑자기 하위직 공무원이 되어 버렸다. 연봉은 거의 절반이 깎였다. 조직의 주류는 XXXXX 출신들이 잡게 되었다. 다시 인생에 태클이 들어온 기분이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난다는 마음으로 나는 이직을 준비했고 1년 만에 KT로의 이직에 성공했다.
KT에 들어와 시행착오도 꽤 있었지만 한 4년 정도 후에는 최우수 직원상도 탈 정도로 두각을 나타냈다. 매일 야근과 주말근무의 연속이었지만 피곤함보다는 일의 재미가 더 느껴지던 시절이었다. 이 때 나는 내가 완전히 빛나는 별이 된 줄 알았다.
하지만 몇년 후 마음의 병을 얻고 정신병동에까지 들어가고 나서야 나는 확실히 알게 되었다. 나는 내가 별이 아닌 벌레라는 거였다는 것을 말이다. 세상의 바닥까지 기어내려온 나는 내가 완전한 벌레임을 깨달았다.
벌레가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앞이 캄캄하던 시절 우연히 부동산 투자의 세계를 알게 되었다. 거기에서 뭔가 희망의 빛줄기가 보이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나는 '행크'라는 부동산 커뮤니티에 몸을 담고 부동산 공부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 부동산 공부는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부동산 공부와 투자는 혹시 나를 '빛나는 벌레'로 만들어 줄 수 있을까~ 아니면 땅에 붙어있는 벌레를 저 멀리 하늘에 빛나고 있는 별로 데려다 주지는 않을까~ 삶의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임하다 보면 혹시 그렇게 될 수 있지는 않을까~ 오늘도 자신이 한때 별인 줄 알았던 벌레는 매우 진지하고 겸손하게 하루를 잘 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