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나는 작년 11월 8일자로 퇴사를 하였다. 한 번도 쉬지 않고 세 군데 직장을 거치며 약 20년 간의 직장 생활을 했던 '도비'는 마침내 자유를 얻었다. 그리고 1년이 지났다. 지금 나는 어떠한가~
퇴사를 하기 전 부동산 쌤께 조언을 구했던 적이 있다. 회사에서 곧 희망퇴직 신청을 받을 것 같은데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 라고 말이다. 쌤께서는 결론적으로 '가능하면 퇴사하지 말 것'을 조언하셨다. 그런데 나는 쌤의 조언과 다르게 퇴사를 선택했다. 그리고 지금 나는 어떠한가~
'변화한다면 더 나아질 것인지 나는 모른다. 하지만 더 나아져야 할 때 변화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다'라고 리히텐베르크가 그랬다고 한다. 고백컨대 퇴사를 결정할 당시에 나는 이런 격언을 떠올리지 않았다. 대신에 두 가지를 생각했다. 회사의 희망퇴직 방침에 따르지 않고 잔류할 경우에 마음의 건강이 악화될 수도 있겠다는 것과 퇴직금을 두둑히 챙기고 얼른 전업 부동산 투자를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지금 나는 어떠한가~
우선 마음의 건강은 대체로 괜찮았던 것 같다. 회사라는 큰 스트레스 매개체가 사라지니 아주 홀가분했다. 시간을 '때운다는' 느낌도 사라지니 비로소 인생의 전 시간을 오롯이 내 것으로 만든 것 같았다. 회사 대신 '행크'라는 커뮤니티에 몸 담고 있는 것도 든든한 요인이었다. 직장인은 소속으로 먹고 살지만, 독립한 사람은 관계로 먹고 산다고 정지우 작가가 그러지 않았던가. 행크라는 관계 속에서 나름 안정적인 삶의 모습을 유지했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 일, 내가 행크의 규정을 어긴 일, 그로 인해 행크 스터디 모임에서 제명된 일, 그렇다. 나는 스스로 내 삶의 버팀목을 무너뜨렸다. 규정을 잘 몰랐다는 것은 핑계일 뿐이다. 나는 겸손하지 못했고 그로 인해 공기와도 같은 소중한 존재를 잃게 되었다. 그리고 우울증이 심하게 찾아왔다.
이제 세 달 정도 지난 것 같다. 이제야 조금씩 우울증이 덜해지고 삶의 기운이 생기기 시작했다. 역시 시간이 약이라고 했던가. 시간을 약 삼아 난 조금씩 마음의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
그렇다면 전업 부동산 투자는 어떠한가~ 퇴사 이후에 세 건의 경공매 낙찰을 받았다. 그 중 하나인 상가는 지금 내게 유일한 현금흐름을 안겨주고 있고, 또다른 하나인 빌라는 1년째 매도하지 못하고 있으며, 또다른 하나인 토지는 내년으로 예상되는 매도의 시기를 기다리고 있다. 하나는 상, 하나는 중, 하나는 하 정도로 성적표를 매겨볼 수 있을 것 같다. 회사를 그만두고 24시간 투자만 하게 되면 정말 많이 투자를 할 것 같았는데 그렇지가 않다. 그래서 쌤께서 퇴사하지 말라고 하셨었나 보다. 내가 생각해도 회사를 다니면서도 충분히 부동산 투자를 병행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하고 있다. 솔직히 말해 나는 '오버'했던 것이다.
이미 나는 퇴사했다. 시간을 되돌릴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러니 잘 살아야 한다. 요즘 나는 2평짜리 공유 오피스의 내 사무실로 출근(!)하여 글을 읽고 글을 쓰고 물건을 검색하고 또 이러저런 생각을 하고 있다. 그리고 6시쯤 되어 퇴근(!)한다. 스스로 회사원과 비슷한 삶의 루틴을 만든 것이다. 그렇게 하니 좀 삶이 많이 안정된 것 같다.
지금 회사를 다니는 누군가가 퇴사 선배인 내게 조언을 구한다면? 나 역시 '가능하면 퇴사하지 말 것'이라고 조언을 건넬 것 같다. 아직 '경제적 자유'를 이루지 않은 상태에서 퇴사 후 1년을 살아보니 때때로 내면의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한다. 이미 퇴사한 것, 잘 살아내야 한다. 정말 잘 살아내야 한다. 하루하루 정말 잘 살아내어 2024년 11월 8일의 마지막 그 날을 부디 후회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 오늘도 닥치고(!) 힘을 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