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무주택 일대기

by 비익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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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집을 살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아니 못 한 것인가, 안 한 것인가? 결혼한 지 벌써 21년인데 아직도 '전셋집'에서 살고 있다. 부끄럽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헛똑똑이, 그래 헛똑똑이가 맞다.


결혼은 꽤 빨리 하였다. 20대 후반에 했으니 동기 남자들 중에서 내가 거의 일빠(!)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뭐가 그리 급했냐고? 대학교 때 서울로 올라와 계속 혼자 자취를 하였다. 외로웠다. 빨리 누군가와 같이 살고 싶었다. 그때 마침 지금 아내가 된 여친도 비슷한 처지였다. 혼자 사는 자취생이었던 우리 둘은 이른 결혼에 마음이 맞았다. 사실 고백컨대 결혼식을 올리기도 전에 같이 사는 것부터 먼저 시작했다ㅎ


신혼 첫 집은 관악구 봉천동의 투룸이었다. 빌라라기도 뭣한 투룸. 당연히 전세였다. 그래도 참 좋았다. 하긴 신혼 때 뭔들 좋지 않겠으랴~ 그렇게 알콩달콩 그 집에서 2년을 살았다.


두 번째 집은 양천구 목동에 있는 빌라였다. 내가 그 쪽에 있는 직장에 들어가면서 직주근접에 아주 탁월한 집을 선택했다. 그런데 직주근접은 본능적으로 알았지만 여전히 집을 살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렇게 그 집에서는 3년을 살았다.


세 번째 집은 다시 관악구 봉천동으로 돌아왔는데 처음으로 아파트에서 살게 되었다. 그 때쯤 차도 샀다. 내심 성공했다 생각했다. 우리가 드디어 아파트에서 살게 되다니~ 그런데 그 집도 물론 우리 집은 아니었다. 이사를 할 때마다 우리 부부는 늘상 '전셋집'만 고를 줄 알았지, '자가집'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이런 바보들, 자본주의에 있어 완벽한(!) 헛똑똑이들!


세 번째 집에서 6년이나 살고 우리 부부는 큰 마음을 먹고 '강북'으로 이사했다. 그동안 살던 곳과 완전히 다른 아주 새로운 동네였는데 아내의 친구가 그 쪽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그 지역을 선택했다. 입지 같은 것은 전혀 볼 줄 모르던 때였다. 그 때가 2015년,, 만약 그 때 이사했던 그 집을 샀으면 인생이 달라졌을 것이다. 그 집이 있던 지역은 바로 마포구 공덕동이다!!!


2025년 지금은 서대문구 북아현동의 한 아파트에서 전세로 살고 있다. 근데 이제는 우리 집이 있기는 하다. 2020년에 청약으로 중랑구의 한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내 집을 갖겠다는 생각과 청약을 시도한 생각은 기특하기는 하나 여전히 부동산에 눈을 뜨지 못한 때였다. 그러니 중랑구 아파트를 분양받았겠지~ (중랑구 또한 좋은 동네이기는 하나 현실적으로 입지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부린이보다 못했던 자본주의 부적응자였던 나는 2022년 가을에 드/디/어 부동산에 눈을 뜨게 되었다. 그러자 비로소 현실이 보였고 그동안 실패로 점철된 무주택자의 삶이 보였고 무수히 흘려보낸 기회들이 보였다. 지나간 시간과 세월이 야속했다. 껄 껄 껄 뒤늦은 껄무새~


그/래/도 다시 생각해 보니 정말 다행이다. 이제라도 알았으니 말이다. 이제라도 부동산에 눈을 떴으니 말이다. 나이 오십이 안 되어 눈을 떠서 정말 다행이다.


요즘에는 다음 집은 반드시 '자가집'에 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중랑구 아파트를 팔고 서울 중급지의 아파트로 갈아타기 하는 것을 준비하고 있다. 매일 호갱노노를 들락거리고 있고 이곳저곳 임장을 다니고 있다. 이제는 성공해야 한다. 이번만큼은 진짜 제대로 사야 한다. 제대로 갈아타야 한다고 매일 다짐하고 맹세한다. 사람은 자신이 그린 대로 살게 된다고 송사무장님도 말씀하셨다. 그래 이제는 제대로 함 그려 보는 거야~ 화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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