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창패'라는 것을 통해 창업에 도전했던 적이 있다. 예창패는 '예비창업패키지'의 줄임말로, 생애 처음 창업을 해보려는 사람에게 정부가 창업에 필요한 돈과 교육을 지원해 주는 정부지원사업의 하나이다. 물론 아무나 전부다 지원해 주는 것은 아니다. 심사에 뽑혀야 지원을 받는다. 공급 대비 수요가 훨씬 많은, 뽑히기가 아주 만만치 않은 일이지만, 뽑히기만 한다면 약 5천만원 정도의 돈을 정부로부터 받아 창업을 시도해 볼 수가 있다. 갚지 않아도 되는 돈이기에 부담이 없다. 이런 좋은 제도를 '정부지원사업반'이라는 강의를 들을 때까지 전혀 알지 못했다. 역시 아는 게 힘이요 아는 게 곧 돈이다.
작년 그러니까 2024년초, 그해 예창패에 도전하기로 마음먹고 연초부터 준비를 하였다. 창업을 마음먹은 이상 가장 먼저 정해야 할 것은 바로 사업 아이템인데 이때 신기하게도 금세 몇 가지 아이템이 떠올랐었다. 여러 아이템 중 강의에서 배운 대로 내가 하고 싶은 것보다는 대중에게 팔릴 만한 것으로 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 자신에게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최종적으로 나는 내 병과 관련된 이른바 멘탈테크 플랫폼을 창업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혹시 '강남언니'라는 앱을 아는가? 내 아이템은 강남언니의 정신과 버전으로, 정신과 병원 및 정신질환에 관련된 플랫폼을 창업하기로 한 것이다.
당시 꽤 열심히 뛰었던 기억이 난다. 정부의 오프라인 설명회도 다녀오고, 한 대학교에서 주최한 스타트업 아카데미에도 선정되어 다녀오고, 예창패 사업설명회에도 참석하여 하나라도 정보를 들으려 애썼다.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면서 앱 개발업체 두 곳과도 미리 접촉하여 견적을 뽑아보고, 미리 브랜드명을 정하고 특허청에 상표권 출원까지 하였다. 할 수 있는 데까지는 다 해보기로 하였다. 그리고 이를 사업계획서에 녹여 넣었다.
솔직히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는 동안 많이 힘들었다. 사업 한 번 안 해 본 평생 월급쟁이 초짜(!)인 데다 이 때 회사도 복직하여 다니고 있던 중이어서 절대적 시간과 에너지를 내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도 꾸역꾸역 사업계획서 양식을 채워 나갔다. 그러고는 기한 내 무사히 사업계획서를 제출하였다. 일단 '시도'한다는 1차 목표는 달성하였다.
3주 정도 지난 후에 서류 발표가 났는데, 결과는 '불합격'이었다. 아쉽지만 받아들여야만 했다. 창업이 쉬운 게 아니구나~ 정부지원사업이란 게 쉬운 게 아니었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일주일 후 나는 기적이란 것을 경험한다.
"중소벤처기업부의 '2024년 예비창업패키지(소셜벤처분야)'에 신청해 주셔서 감사드리며, 귀하는 벤처기업협회에서 진행된 서류평가에 추가합격하여 발표평가 대상자로 선정되셨음을 안내드립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요기 베라의 명언이 떠올랐다. 아 세상에 기적이란 게 일어나기도 하는구나~
추가 합격되고 발표 자료 제출까지 딱 4일이 주어졌고, 엄청 힘들었지만 그래도 기한 내 발표자료를 작성/제출하고, 대본을 작성하여 연습에 들어갔다.
드디어 예창패 최종 발표면접의 날, 구로구에 있는 벤처기업협회를 찾아갔다. 그리고는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귀하디 귀한 나만의 쇼타임(!)을 시작했다. 자신 있는 모습을 보이자! 이 순간을 즐기자! 더할 나위 없는 시간을 보내자! 그렇게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모르는 30분이 지나갔다. 발표면접을 끝낸 후 느낌은, 5%의 아쉬움과 95%의 후련함 및 홀가분함~ 협회를 나오는데 들어올 때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던 꽃들이 비로소 눈에 들어왔다. 아 아름다운 세상이구나~ 그리고 며칠 후 조용히 메일로 배달되어 온 결과는,,
"중소벤처기업부의 '2024년 예비창업패키지 특화분야(소셜벤처)'에 신청해 주셔서 감사드리며, 안타깝게도 귀하는 벤처기업협회에서 진행한 선정평가에 선정되지 않았음을 안내드립니다."
그렇다. 신께서 내게 두 번의 기적은 허락하지 않으셨다. 신께서 내게 더 겸손해지라고, 더 철저히 준비하여 사업을 시작하라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말이다. 그때는 그런 교훈적(!)인 생각이 들었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실로 아찔하다. 그때 만약 운좋게 예창패에 덜커덕 합격하여 그때 뭔가 하려 했었다면, 나는 100% 창업에 실패했으리라 확신한다. 사업계획서라는 양식으로 그럴 듯하게 포장한 것일 뿐, 내 내면에서는 해당 창업 아이템에 대해 여전히 물음표가 남아 있었다. 100% 아니 10000% 확신해도 될까말까한 게 창업인데 나는 긴가민가 하며 도전했던 것이다. 나는 '도전놀이'를 하려 했던 것이 아닌가, '창업놀이'를 하려 했던 것이 아닌가~ 하마터면 소설 '운수 좋은 날'의 주인공이 될 뻔 했다. 실패해서 참 다행이다.
나는 더욱더 진지해져야 한다. 더욱더 절실해져야 한다.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창업에 도전해야 한다. '한번 해볼까'가 아니라 '해서 반드시 성공하겠다'라는 마음가짐으로 도전해야 한다. 겉멋(!)에 취하지 말고 밑바닥을 기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성공하겠다라는 마음으로 창업에 나서야 한다. 그게 사업에 대한 도리이자 예의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내년에 다시 창업에 도전하려 한다. 이번에는 스타트업이 아닌 공간임대업에 도전하려 한다. 예전 글에서도 이야기했던 공유오피스 사업이다. 이 또한 엄연한 사업, 목숨을 걸고 해야 겨우 성공할 수 있는 사업. 진지하고 묵직하게 도전해 보겠다. 그리하여 제2의 인생의 든든한 토대를 마련해 보겠다. 작년에 실패해서 참 다행이고, 지금 이런 마음을 먹을 수 있어 참 다행이다.